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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미주문인들, 4 29 폭동 30주년 기념하는 콘텐츠 공모전 연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6.18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김준철)는 1년 앞으로 다가온 4.29 폭동 발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한다. 4.29 폭동은 지난 1992년 4월 29일 LA에서 발생하여 한인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으로, 공모전 참가를 위해서는 4.29 폭동과 관련하여 화합, 희망의 주제를 담은 시, 수필, 소설 등의 문학 콘텐츠를 한글 또는 영어로 작성해, 오는 6월 30일까지 이메일(junckim@gamil.com)로 제출하면 된다. 발표는 8월 31일에 별도 공지될 예정이다. 장르 별로 1편씩 접수를 받고 있다. 공동 응모는 가능하지만 공동 수상은 불가능하다. 참가 자격은 전문작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연령 제한은 없고 거주지에도 제한이 없다. 직접 경험한 이들의 수기적 작품만이 아닌 간접 체험을 통한 위로와 화합 그리고 응원의 작품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어, 영어를 통합하여 선정된 대상 1명에게는 1천 달러, 최우수상 1명에게는 500달러, 우수상 4명에게는 각각 200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미주한국문인협회의 김준철 회장을 만나 어떻게 이런 행사를 마련했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김준철이고요,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수상 경력으로는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문화예술전문 월간지 《쿨투라》의 미술평론 신인상이 있습니다. 시집으로는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고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전문 월간지 《쿨투라》의 미주지사장 직도 맡고 있습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활동은 근 3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처음 협회에 들어갔을 때에는 제가 구성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었는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막내네요. 협회의 발전을 위해 젊은 작가 희망생들을 찾아 영입하려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연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4.29 폭동 30주년 기념 문학 공모전을 주최하는 미주한국문인협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미주한국문인협회는 지난 1982년, 정식 등단한 작가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창립됐습니다. 전 미주에 400여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크고 오래된 문인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미주에 거주하는 문인들이 올바른 문학정신으로 한국 문화를 계승하고 나아가 동포사회 안에서 필요한 정신적 풍요로움을 문학을 통해 공급하자는 취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시, 시조, 수필, 소설, 아동문학, 평론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전 장르에 걸쳐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주 내 유일한 문학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29 폭동 30주년 기념 문학 공모전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희 문인협회에서는 문학인으로서 동포사회 안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전할 수 있는 행사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내년이 4.29 폭동 30주년이니, 4.29 폭동 3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 공모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졌습니다. 우리 이민 역사와 현 시대의 흐름에 가장 걸맞은 주제의 행사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공모전과 작품집 출간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1992년 LA에서 발생했던 4·29 폭동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LA 한인 사회를 절망과 고통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일어섰고 새로운 오늘을 살아가고 있죠. 4·29 폭동은 앞만 보며 살아오던 이민 사회에 큰 각성을 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단순히 나만 잘하고, 열심히, 소리 없이, 티 나지 않게 섞여 살아가던 이민사회에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깨우치게 한 것이지요. 일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경험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 이민 사회는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내가 사는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는 과정도 필요함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4·29 폭동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것은 이민자의 나라, 이민자들의 피와 땀이 뒤엉켜 뿌리내렸던 땅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상처는 흉터가 되었고 또 그 흉터 위에서 케이팝과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한인 정치가들이 우리의 소리를 전하고 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 Matter) 운동이나 인종 혐오 범죄 역시 결국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처럼 4.29 폭동을 직접 겪었던 피해자나 혹은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한 현장을 다시 돌아보며 그들을 통해 LA 사태의 폭력적 체험이 한인에게 어떤 영향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과 함께, 그 안에서 변화하고 적응하며 다시 일어선 이민자의 힘을 알리려 이번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현재까지 몇 명 정도가 참가했나요?

현재까지 영어와 한국어 합해서 200여 편의 응모작이 들어와 있습니다.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지인들도 참여했나요? 장르별 참가율은 어떤지요?

영어권 응모가 훨씬 많습니다. 저희 공모전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은 미국 고등학교 영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4.29 폭동에 대해 알려주고,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아 당시의 사건을 공부해가며 좋은 작품을 보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런 순기능이 오히려 그 어떤 효과보다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간접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작품을 써서 공감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장르별로도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국 분들의 경우, 워낙 신중하게 작품을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큰 부담 갖지 마시고 함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어떤 홍보를 하고 계신지요?

현재 한국문화원LA(원장 박위진)의 도움으로 SNS를 통한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그 외에도 여러 채널을 통한 홍보를 진행 중입니다. 이 인터뷰를 하는 오늘도 문화원에 방문하여 함께 홍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4.29 폭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쉽게 잊어버리거나 지워지는 일도 아닙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또한 뉴욕을 포함하여 10여 주에서 협회 회원분들이 신문 방송을 통해 이 행사의 홍보를 돕고 계십니다. 현재 협회의 회원들도 많은 부분에서 수고해주고 있고요, LA 한국문화원에서도 이 행사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애써주고 있습니다.

 

콘텐츠 공모전과 함께 하는 다른 행사는 없나요?

이 행사와 함께 4.29 폭동 30주년 기념 작품집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역시 미주한국문인협회 작가분들의 작품과 현지 미국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1.5세, 2세 한인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까지 아울러 만들 계획입니다. 이 역시 최소한 2만 달러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인 단체나 기업들의 도움이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을 훨씬 가볍게 함께 치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만들어진 책은 내년 4.29 30주년에 맞춰서 출판기념회와 함께 미국과 한국 도서관, 학교를 비롯해서 많은 곳에 기증될 예정입니다.

 

한류의 인기가 현지에서 상당한데요. 문학작품의 한류라면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후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국제 문학계에서 한국어로 쓰인 작품이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크게 문학적으로 세계화에 이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한국 문학은 이미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도 결국 문학과 연계된 시나리오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또 여러 세계적 문학상에도 거론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한국 문학이 주목받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번역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읽혀야 하는 것이 문학의 첫 단추이며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지는 문학 작품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또한 의무적 번역의 시스템들이 구축되어야 하고 또 그것을 읽고 알리는 기본 소양의 상식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들의 더 높은 정신과 또 각고의 노력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대답하기에 너무 광범위한 질문인데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죠. 저희 외할아버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청록파 시인 중 한 분이신 박목월 시인입니다.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이 말이 참 부끄럽고 창피하고 거추장스러운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감사하고 죄송하고 무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작품에서도 한해 한해 지날수록 그 안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제가 살아가며 체득하는 지혜와 연을 같이 하는 것 같아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말이 글이 되어 눈을 통해 머리에서 다시 입으로 나올 때 가슴을 울리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오랜 사고의 노동과 시간의 반복이라는 것을 박목월 시인의 시에서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주 작가들의 작품을 더 꼼꼼히 읽게 됩니다. 그것은 저도 미주의 작가이며 또 우리 주변의 일을 주제로 노래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미주의 책방에 가시면 한국 유명 작가들의 책도 좋지만 지금 같은 땅,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미주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과 사랑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4.29 폭동 발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콘텐츠 공모전 포스터 – 출처 : 미주한국문인협회4.29 폭동 발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콘텐츠 공모전 포스터 – 출처 : 미주한국문인협회

4.29 폭동 발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콘텐츠 공모전 포스터 – 출처 : 미주한국문인협회<4.29 폭동 발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콘텐츠 공모전 포스터 – 출처 : 미주한국문인협회>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준철 회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준철 회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준철 회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박지윤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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