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일본 한인촌의 풍경
구분
교육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6.18

매년 1월 26일이면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신오쿠보'역에 모여서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李秀賢)' 씨를 추모하는 행사를 합니다. 2001년 1월 26일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가 희생된 한국인 '이수현' 씨를 추모하기 위함입니다.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모두가 이 시간만큼은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일 중 고귀한 희생처럼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50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온몸으로 아이를 품어 안아 생명을 지킨 어머니의 희생은 세상 사람들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엄동설한에 어머니가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 동사를 했지만 아이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는 옛이야기가 우리를 감동케 하고 있습니다. 인류애 앞에서는 국적과 신분, 시대를 떠나 하나라는 느낌입니다. 일본인 취객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희생하는 한국인 청년의 인류애에 많은 일본인은 크게 감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남자의 눈물 한 방울이 일본 중년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수현' 씨의 희생은 일본인들에게 한국인들의 인류애 정신을 감동적으로 각인시킨 또 하나의 드라마였었습니다.


이수현씨 추모행사


신오쿠보 한인거리


'신오쿠보'의 한인촌은 도쿄 신주쿠의 '햐쿠닌쵸'(百人町)와 '오쿠보'(大久保) 한인 밀집 지역을 말합니다. 한때는 유흥가, 범죄 다발 지역으로 방송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류의 중심지로 한국 문화의 메카가 되었습니다. '오사카' 등 다른 지역의 한인촌과 다른 점은 대부분이 뉴커머라는 점입니다. '신오쿠보' 한인촌은 도쿄의 부도심이며 도쿄 최대의 유흥 및 상업의 중심지입니다. 현재는 일본에서 한국을 체험해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휴일이면 도로가 막혀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활기를 띠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한국 음식점, 슈퍼, 부동산, 한국식 실내골프장, 한국식 PC방, 한인교회, 유학원, 사무실, 한국 화장품 가게, 한류 백화점, 공연장, 한국식 포장마차 등 서울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주변의 '신오쿠보'역(新大久保駅)은 도쿄 관동 전역에서 한인촌까지 연결해주는 구실을 합니다. 이렇게 한인촌이 만들어지는 데는 약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고 그동안 수많은 한인의 땀과 노력 그리고 애환이 묻어있다고 합니다.


신오쿠보 한인거리


현재 '신오쿠보'의 한인촌은 휴일이면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드는 일본인들로 가득 찹니다. 인도는 물론이고 차도까지 사람들의 물결로 넘칩니다. 예전의 인기 배우나 K-POP 아이돌을 넘어서 지금은 전반적인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인기이며 이를 체험하고 즐기려는 일본 젊은이들이 제3의 신한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 중에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하나 고르라면 역시 삼겹살일 것 같습니다. 한인촌을 중심으로 삼겹살을 파는 식당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습니다. 가게 운영 시스템도 특색 있고 가게마다 다릅니다. 현지 한인들이나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지고 연구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오쿠보 한인거리


삼겹살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다른 분위기지만 대체로 한국의 느낌을 공통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가게마다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무한리필 식당도 생겼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게의 크기는 한국보다 작고 비좁은데, 작은 실내에 커다란 대형 TV가 여러 대 걸려있습니다. 벽마다 걸린 TV를 통해 최신 K-POP을 영상과 함께 들려줍니다. 또 다른 벽면에는 한류 스타들의 대형 사진들과 사인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가게는 '연예인 누가 여기에 앉았던 자리'라는 표시를 하여 연예인의 모습으로 삼겹살을 즐기게 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가게 안에서 사용되는 손님들의 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반반 정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고향 생각에 삼겹살을 먹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맛을 느껴보고자 먹는다고 합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완전 한국식이라기보다는 일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한국의 식문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 문화가 섞이는 공간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습니다. '신오쿠보' 한인촌에는 현재 삼겹살 가게가 200개가 넘게 성업 중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영업을 중지하고 몇 곳만이 밤 8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신오쿠보 한인거리


'오쿠보 도리'의 특이한 풍경 중 하나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늘어서 있는 한국 식당일 것입니다. 대부분 삼겹살을 파는 집이고 최근에는 치킨을 파는 집도 생겼습니다. 저녁 시간 '오쿠보 도리'는 삼겹살 굽는 냄새로 온통 넘칩니다. 필자는 집이 근처라 자주 ‘오쿠보 도리'에 나갑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놀라운 모습은 삼겹살집마다 줄을 서 있는 일본인들의 행렬입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삼겹살집마다 일본 여성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간혹 연세 든 분도 있지만 대부분 젊은 여성들입니다. 필자도 삼겹살을 좋아해서 자주 나가지만 요즘은 한참을 줄을 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형편이라 자제되기도 합니다. 그저께는 왜 이토록 일본 사람들이 삼겹살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본인들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샤브샤브 형태로 먹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는 불에 구워 먹는 형식이 일반적입니다. 일본인들은 이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더 고소하면서도 건강식이라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 외에도 일본식은 본인의 고기는 본인이 직접 구워 먹는 것에 비해, 한국의 식당에서는 종업원이 맛있게 삼겹살을 구워서 잘라 줍니다. 그러면 마늘, 고추, 김치 등을 고기와 함께 상추에 싸서 한꺼번에 넣고 먹는 체험을 신기해하는 듯합니다. 거기다 파절임, 마늘, 고추, 상추, 밑반찬까지…. 일본의 식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서비스가 나옵니다. 맛도 맛이지만 귀빈으로 대접받는 그 기분을 더 즐기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삼겹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식 가정요리'라는 이름 아래 김치나 나물무침, 잡채, 삼계탕, 곱창전골까지 다양한 한국의 요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식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막걸리와 한국 소주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어느 브랜드의 막걸리는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막걸리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1등을 했다고 합니다. 본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막걸리의 인지도가 외국에서 1위라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도 한 시간 정도나 기다리다가 삼겹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신오쿠보 한인거리


이훈우 통신원 사진
[일본/도쿄] 이훈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1, 2, 3, 5, 6기  
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장  
경력) 재일본한글학교관서협의회 상임고문  
독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일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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