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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역사 교사가 들려주는 인도네시아 역사 이야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6.21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역사 교사가 들려주는 인도네시아 역사 이야기

 유은규 역사 교사



매달 3,500부씩 발간하는 인도네시아 교민 월간지 《한인뉴스》에 [역사 교사의 인도네시아 역사이야기] 칼럼 연재가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는 "20년 가까이 교사를 하면서도 늘 실수투성이인지라 부끄럽다."라며 겸손 어린 말로 운을 떼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akarta International Korean School, 이하 JIKS)의 유은규 역사 교사.

유 교사는 대구 변두리 반야월이라는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0년에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에 진학하면서 서울에서 학문을 닦았다. 그 뒤 대학원에 진학해 고구려 고분벽화의 삼족오 그림을 연구해 졸업 논문까지 썼다. 이후 교사 시험에 합격해 2004년부터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청량고, 서초고, 문정고에서 근무하던 중 2017년 JIKS의 역사 교사로 오게 되었다.

한국의 공교육에서 한국사는 주류(主流)가 지류(支流)이다. 가끔은 국·영·수 등의 주요 과목 교사가 되었으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는 유 교사의 인터뷰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해 안타까움도 엿보인다. 하지만 유 교사의 세상을 보는 시선은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다. 한국사 수업을 통해서 애들한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칠 수 있고, 올바른 인생관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라 만족한다고 말한다.

초임 교사 시절, 유 교사는 모 한국사 강사가 민족대표 33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모습을 매스컴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 역사의 비판적인 부분을 찾아서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긍정적인 측면, 즉 앞선 시대를 산 한국인들에게 본받아야 할 점들을 가르쳐야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며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역사 교사의 역할이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시대의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 교사는 한국의 역사 속에서 명성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 인물들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몇 년째 유 교사가 수업에 주안점을 두는 항목인 셈이다.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수업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된다는 말에서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즐거운 수업, 의미 있는 수업, 울림이 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 역사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늘 고민하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라는 유 교사의 내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보다 인도네시아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는 일에 훨씬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역사 교사 중에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 공부하는 재외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되는 자리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한국사를 접할 기회는 제 수업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느 나라가 삼국을 통일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JIKS에서 근무한 4년 동안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Q. 인도네시아 교민 잡지 《한인뉴스》에 기고하시는 [역사 교사의 인도네시아 역사 이야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인도네시아에 온 직후부터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지만 큰 발전은 없었습니다. 5년이나 인도네시아에 있었는데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역사 칼럼 기고를 의뢰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드문드문 읽은 것들을 한번 정리해서 인도네시아사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게 저의 소박한 목표입니다. 유명한 교수님들이 쓴 인도네시아 역사가 있는데, 다른 책에 있는 내용을 정리만 해 놓으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기존 저자들과 다른 시각, 다른 측면에서 인도네시아사를 한번 정리하겠다는 계획도 끝까지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2021년 5월호에 실린 [동남아시아 무역로 변화와 스리위자야 왕국]을 쓸 때도 스리위자야 왕국에 대해서 다른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특별한 부분을 다루고 싶어서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의 무역로에 관해 썼습니다. 올해 2월부터 칼럼을 네 번 썼는데,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저의 목표를 몇 퍼센트나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Q.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인도네시아에 와서 제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우삐(UPI, 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 국립교육대학 역사교육과 대학원 교수님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그 대학원에서 한국의 역사 교육, 교사 양성 시스템, 한국의 교과서 문제, 한국사의 몇몇 논점들에 대해서 2시간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한 일입니다. 그때는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 지 두 해가 채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연히 인도네시아어가 거의 안 될 때였죠. 그래서 미리 강의내용을 한글로 적어서 JIKS 인도네시아어 선생님과 전부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서 우삐 대학원생들 앞에서 읽느라 매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시간이 넘어가니 인도네시아어 발음에 마비된 혀가 꼬여서 그냥 읽는 것도 못 하겠더군요.(웃음) 강사가 버벅거렸으니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 일만 생각하면 웃음이 터집니다. 지금 하라고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 우삐 대학원에서 세미나를 하는 유은규 교사(사진: 본인 제공)

>> 우삐 대학원에서 세미나를 하는 유은규 교사(사진: 본인 제공)



>> JIKS 선생님들과 함께 한 브로모 화산 관광

>> JIKS 선생님들과 함께 한 브로모 화산 관광


Q.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굽이굽이 돌아 목표를 향해 나아가시는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요즘 중고등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교회사' 혹은 '선교의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조금씩 준비는 하고 있는데 제가 수십 년에 걸쳐 한 공부가 너무 부족하여 상식 수준에 머무는 천박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전문적인 공부를 하려니 좀 늦은 것 같기도 해 고민이 많습니다.


Q. 한국사 관련한 책을 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제가 책을 쓴 게 하나 있습니다. 어쩌다가 빅히스토리(Big History)를 접하게 되어서 [도시와 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라는 빅히스토리 시리즈의 13번째 책을 후배 한 명과 같이 썼습니다. 거의 안 팔린 것 같기는 한데(웃음) 도시의 역사에 관한 책입니다.



>> 빅히스토리 시리즈 13권. 거대한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인문과 역사, 과학을 아우르며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제시하는 시리즈이다. 13권 '도시와 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편은 최초의 도시부터 세계를 통치했던 제국의 도시뿐 아니라 도시 발달의 전환점이 된 산업도시와 현대 도시를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역사에서 도시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출처: 알라딘 온라인 서점 책소개)> 빅히스토리 시리즈 13권. 거대한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인문과 역사, 과학을 아우르며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제시하는 시리즈이다. 13권 '도시와 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편은 최초의 도시부터 세계를 통치했던 제국의 도시뿐 아니라 도시 발달의 전환점이 된 산업도시와 현대 도시를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역사에서 도시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출처: 알라딘 온라인 서점 책소개)


>> 빅히스토리 시리즈 13권. 거대한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인문과 역사, 과학을 아우르며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제시하는 시리즈이다. 13권 '도시와 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편은 최초의 도시부터 세계를 통치했던 제국의 도시뿐 아니라 도시 발달의 전환점이 된 산업도시와 현대 도시를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역사에서 도시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출처: 알라딘 온라인 서점 책소개)


Q. 해외에 재학 중인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힘이 나는 말씀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2년 전부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강요합니다.(웃음) 아예 대놓고 '아무 질문이나 2개 이상 적을 것' 이런 과제를 줍니다. 학생들이 수업 때 메모도 하고 줄도 긋고 정리도 잘하지만, 질문을 잘 안 하거든요. 교사와 소통이 없는 거죠. "21세기는 올바른 답을 찾는 사람이 훌륭한 인재가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훌륭한 인재가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호기심을 갖고 수업에 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 질문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을 만들고자 제가 생각해낸 '참여유도형 수업'입니다. 안타깝게도 원격 수업이 되면서 이것도 참 어려워졌습니다. 어쨌든 질문하도록 강요하면 1년 정도 지나면 꽤 괜찮은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웃음) 저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격려해 주려 노력합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정리하고 외우려고 하지 말고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수업에 임하라. 그러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책에 나오는 것 외에 더 폭넓은 공부를 하면 그게 너의 스펙이 된다."



> 코로나19로 빈 교실에서 비대면 화상 수업 중인 유은규 교사(출처: 연합뉴스)

>> 코로나19로 빈 교실에서 비대면 화상 수업 중인 유은규 교사(출처: 연합뉴스)


 >> 자료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는 JIKS 학생들의 한국사 수업 모습. 발표를 듣는동안 청자가 작성한 질문거리로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발표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료를 준비한다. 유은규 교사는 학생들 간의 신뢰도를 높이고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질의자를 칭찬하며 발표자를 격려하며 '생동감 넘치는 수업'으로 이끈다.

>> 자료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는 JIKS 학생들의 한국사 수업 모습. 발표를 듣는동안 청자가 작성한 질문거리로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발표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료를 준비한다. 유은규 교사는 학생들 간의 신뢰도를 높이고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질의자를 칭찬하며 발표자를 격려하며 '생동감 넘치는 수업'으로 이끈다.


>> JIKS 전경(출처: 연합뉴스)

>> JIKS 전경(출처: 연합뉴스)



마음속 빈 섬들을 이어주는 가족

>> 마음속 빈 섬들을 이어주는 가족



2021년 2월호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 역사를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ard.php?bo_table=news&wr_id=3717&sfl=wr_subject&stx=%EC%9C%A0%EC%9D%80%EA%B7%9C&sop=and



2021년 3월호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고인류 - 호모에렉투스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ard.php?bo_table=news&wr_id=3739&sfl=wr_subject&stx=%EC%9C%A0%EC%9D%80%EA%B7%9C&sop=and 


2021년 4월호 '삼족오와 가루다'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ard.php?bo_table=news&wr_id=3761&sfl=wr_subject&stx=%EC%9C%A0%EC%9D%80%EA%B7%9C&sop=and 


- 2021년 5월호 '동남아시아 무역로 변화와 스리위자야 왕국'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ard.php?bo_table=news&wr_id=3789


이영미[인도네시아/땅그랑] 이영미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5, 6기  
현) 한인뉴스 편집위원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고등부 방과 후 글쓰기 강사  
경력)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 집필  
샘터동화상·제주기독신춘문예 수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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