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재미 한인 영화감독 지미 리,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 출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6.22

원로 영화인인 지미 리 감독(76세)은 지난 달 4월 20일, 한인타운의 제이제이그랜드 호텔 2층에서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HKIFF: Hollywood Ktow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 겸 컨퍼런스를 가졌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세계적 문화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기획된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는 오는 11월 13일, LA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영화를 제작해 개봉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미 리 감독을 만나 그의 삶과 영화, 그리고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의 대표 겸 조직위원장으로서 영화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와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대학교 재학 시절, 《KBS》 공채 9기로 탤런트로 뽑혔습니다. 백일섭씨가 당시 동기였죠. 그렇게 연기 생활을 시작했는데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연출가로 흥행의 귀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소영 감독이 <집을 나온 여자>라는 영화를 찍는다는 거예요. 여주인공은 배우 김지미 씨였습니다. 김지미씨 남편 역으로 신영균씨가 나오는데 미국에 남편이 떠나가 있는 사이, 김지미 씨가 한 대학생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였어요. 그 역할을 할 남자 배우를 공모했는데 2,000명 정도가 몰렸었습니다. 그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제가 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연기로 영화 인생을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에는 어떻게 건너오셨는지요?

그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영화를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출연을 하고 미국에 왔던 터라 배역을 따기 위해 오디션도 몇 번 보러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언어 장벽이 있어 연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미국 와서 곧바로 영화 공부를 할 수도 없었어요. 삶이라는 게 그렇게 원한 대로 펼쳐지는 건 아니잖아요. 새 생활터전에 와서 적응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잠깐 꿈을 접었었죠. 하지만 곧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초, 제가 30대 후반이던 때, 콜롬비아 칼리지에 입학해 영화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처음 찍은 영화가 <행잉 하트(Hanging Heart)>였어요.

 

<행잉 하트>는 어떤 영화인가요? <행잉 하트>의 포스터를 보니 범죄 스릴러 같은데요. 영화 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이셨는데 펀딩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네요.

물론이죠. 그래서 제 집을 저당잡아 제작비를 충당했었고 제작사 겸 배급사가 또 일부 제작비를 대주었습니다. 1985-1986년의 일이었어요. 그 회사는 완성된 제 영화를 유럽에 상영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2-3년이 지나도록 유럽 지역 박스오피스 수익을 전혀 주지 않는 거예요. 대화로 해결되지 않아 그 회사를 소송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그 회사가 파산신청을 하더군요. 나중에 판결 이후 겨우 네거티브 필름을 찾아왔었습니다.

 

그 후에도 또 다른 작품을 하셨죠?

네. <클로스 콜(Close Call)>이라는 제목의 상업 영화를 2001년도에 제작해 배급도 직접 했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제가 펀딩을 했었기에 저예산일 수밖에 없었어요. 총 제작비가 약 200만 달러 정도 들어갔습니다. 대형 스튜디오가 투자한 영화가 아닌, 저예산 영화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호러 영화 또는 아트 영화 두 장르인 것 같습니다. <클로스 콜>은 상업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제에 출품하기에도 적합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었죠.

 

감독님께서는 영화 제작 외에도 커뮤니티 봉사도 많이 해오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봉사라고 하기는 쑥스럽지만, 영화와 별도로 한인 커뮤니티에서 비즈니스를 계속 운영했었죠. 계속 영화 작업만 하고 싶지만 생활인인지라 영화에만 전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그렇게 돈이 좀 모이면 영화를 제작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LA한인축제재단 일을 맡는 등 커뮤니티 봉사도 하다 보니 어느덧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더군요.

 

이번에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는 어떻게 출범하게 된 건지요?

12-13년 전에 한국문화원LA의 도움으로 한국 영화제를 개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서너 개의 단체에서 서로 다른 이름의 한국 영화제를 시작했었지만 1-2년 하고 나면 흐지부지 사라지더군요. 이제라도 LA 한인타운에서 국제적인 영화제를 하나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일이라 당장 도움 되는 건 없겠지만 우리 한인 2세들을 위해 누구라도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인들과 미국 현지인들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세계적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가운데 진정한 우리 모습을 찾아갈 것이고 인류 전체에게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제 명칭을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라고 하신 이유는요?

한인타운이라고 하면 정겹게는 들리지만 뭔가 ‘우리끼리’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한인타운의 영어 명칭인 코리아타운이라는 표현도 있으나, 최근에는 케이팝, 케이 뷰티, 케이 드라마 등 케이(K)가 한국의 문화상품 브랜드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케이(K)타운 국제영화제’라고 하자고 결정했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뭔가가 또 부족한 거예요. 영화의 메카인 할리우드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할리우드라는 표현을 넣어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주류사회와 상생하고 융합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할리우드이라는 표현 하나만으로도 영화인들과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 한인타운 또는 코리아타운이 국제적인 초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한인타운은 먹고 노는 지역으로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하는 지역이죠. 그런 곳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면 한인타운과 한인 커뮤니티가 새삼 문화적인 지역, 그리고 문화적인 커뮤니티로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 한인타운도 주류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정도로 커다란 문화 콘텐츠와 예술 영역의 이정표가 됐어요. 세계적으로 높은 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영상 산업을 앞으로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적인 케이팝과 한류와 접목하면서 더 깊은 영화예술 문화공간을 찾아 나가기 위해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를 기획한 것입니다.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 중 새로운 영화인들을 발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 영화제를 통해 어떤 것을 꿈꾸시는지요?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외교 관계를 발전시켜 전 세계적인 영화 제작 및 문화 콘텐츠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기획된 행사입니다. 지금은 한류가 주류사회에서 정말 인기가 있고 영향력도 커졌잖아요. 작년에 <기생충>이 아카데미 주요 상들을 모두 석권했고 올해엔 한국 배우가 연기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것 역시 한류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 제작자와 인재 양성을 위한 멘토링 및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지속적이며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트워킹을 강화시키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예정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영화배우와 감독 새싹들을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영화제의 질과 규모를 더욱 발전시키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화 공부한 이들에게 상금을 걸고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를 발표할 기회를 갖게 할 거예요.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서 영화 만들기가 별로 어렵지 않거든요. 이를 위해 예전에 여러 영화제에서 일했던 실력자들이 자원봉사자로 대거 영입돼 있습니다. 적극적인 홍보와 섭외로 내년 레드카펫 행사 때에는 유명한 영화인들이 많이 참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독님의 근황을 들려주시죠.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 준비 외에 <스킨 딥(Skin Deep, 가제)>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써서 2번째 완성본까지 영어와 한국어 이중언어로 다듬어놓았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시겠지만 우리는 모두 피부, 즉 껍질만 벗기면 똑같은 존재들이라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인 한국 여성이 남편에게 학대를 받다가 살인 사건까지 연결되는 이야기인데요. 미스터리 머더 스릴러 장르입니다. 최종본을 끝내면 스크립트 닥터를 고용하여 완성시키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영화계에도 참 많은 변화가 일었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영화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영화관을 1년 이상 닫아놓은 요즘, 영화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고충을 겪고 있죠.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영화관은 사양길일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경제 재개방이 이뤄지고 몇 년 내로 회복된다 해도 예전 같지는 않을 거예요. 요즘 영화는 온라인 스트리밍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등 스트리밍 회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제 새 영화도 이들 스트리밍 회사의 펀딩을 받아 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떠한 제한도 없을 때, 즉 제작비의 지원이 무한대일 때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저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좋아요. 그리고 관객과 함께 호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는 11월 13일 최초로 막을 여는 ‘할리우드 K타운 국제영화제’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제의 구체적 행사로는 화려한 레드카펫 축제와 다양한 문화 이벤트, 라이브 음악, 패션쇼, 대표적인 한국 및 국제 영화 스크리닝 등으로 진행되며 마지막 날에는 할리우드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초대한 가운데 시상식이 준비된다

<한인타운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미 리 감독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인타운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미 리 감독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에서 영화에 출연하던 시절의 지미 리 감독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한국에서 영화에 출연하던 시절의 지미 리 감독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배우 김지미와 함께 출연한 모습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배우 김지미와 함께 출연한 모습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미국에 와서 찍은 배우 프로필 사진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미국에 와서 찍은 배우 프로필 사진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감독 데뷔했던 시절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감독 데뷔했던 시절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감독 데뷔했던 시절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감독 데뷔했던 시절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행잉 하트'의 포스터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행잉 하트'의 포스터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행잉 하트'의 영화 촬영 현장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행잉 하트'의 영화 촬영 현장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클로스 콜'의 영화 촬영 현장-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클로스 콜'의 영화 촬영 현장-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월드 스타 강수연과 함께 - 출 처: 지미 리 감독 제공>

<월드 스타 강수연과 함께 - 출 처: 지미 리 감독 제공>


영화인들과 함께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영화인들과 함께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한국의 날 축제 때 꽃차에 오른 지미 리 씨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한국의 날 축제 때 꽃차에 오른 지미 리 씨 - 출처 : 지미 리 감독 제공>



박지윤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