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백두에서 한라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산에 대하여 이야기 합시다>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28

스위스 베른 중심부에 위치한 헬베치아 플라츠는 베른 역사박물관, 아인슈타인 박물관, 자연과학박물관, 쿤스트할레 등 여러 박물관들이 밀집한 거리로도 유명하다. 현재 헬베치아 플라츠에 들어서면 <산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Let's talk about mountains)>라고 커다랗게 한글로 쓰인 간판과 함께, 확성기 스피커에서 들려나오는 음성이 오가는 이의 시선을 유난히 끌고 있다. 이곳 알핀스뮤제움(스위스 산악박물관)은 1905년 개장 이래 산악 세계와 관련된 물품과 예술품들을 수집해 왔다. 2012년을 기점으로는 ‘보여주기만 하는 박물관’이 아닌, 다양하고 풍부한 테마들을 가지고 관객 스스로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모던한 플랫폼 형태를 갖춘 박물관으로 재탄생 되었다.

 

이곳에서 지난 3월 27일부터 <산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란 타이틀로 선보이고 있는 이 전시는 2022년 7월 3일까지 약 1년이 넘는 긴 기간에 걸쳐 북한의 산이란 큰 주제를 가지고 베른시립예술박물관의 <그렌즈갱어> 전시회와 함께 공동의 주제를 다른 형태로 배치하여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있다.


<스위스 알핀스뮤제움 ‘산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 전시회. 박물관 관장 베아트 해쉴러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전시회를 소개하고 있다.  - 출처 : Keystone/Anthony Anex/Bote 웹사이트>

<스위스 알핀스뮤제움 ‘산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 전시회. 박물관 관장 베아트 해쉴러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전시회를 소개하고 있다.

- 출처 : Keystone/Anthony Anex/Bote 웹사이트>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무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는 북한,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주민들마저도 이동의 자유가 통제된 북한에 베른 알핀스뮤제움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물관장 베아트 해쉴러(Beat Hächler)는 이 전시회가 “준비 기간이 6년이란 긴 시간을 투자했던 만큼 힘든 여정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와 팀원들은 폐쇄되고 엄격하게 규제된 북한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외부 세계와의 대화에 참여시킬 수 있을까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북한과 스위스는 지형상 산이 국토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공통점을 제시하며 산이라는 비정치적이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중앙에 배치하고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모습이 그 안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프로젝트 진행팀들은 지난 2018~2019년 각각 몇 주 동안에 걸쳐 북한의 여러 곳들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산 외에도 평양 시내의 거리풍경, 주말의 공원 산책로, 평양 중학교 역사 지리 수업시간, 유치원 아이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무대, 만수대 예술단의 작품 활동 모습, 간단한 농기구들만으로 농사에 임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금강산 풍경을 만끽하는 여행객들의 모습, 중국 스키 관광객들을 위해 지었다는 럭셔리 스키 리조트 ‘마식령’과 함께 ‘혁명의 성스러운 산’으로 불리는 백두산과 천지의 웅장한 장관, 그 길을 오르는 수 많은 관광객들의 모습, 그리고 남쪽 끝에 위치한 제주도의 한라산의 풍경까지 총 45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고 한다. 이 영상들이 전시회에서 40회 분량의 북한 주민들의 인터뷰와 함께 3시간 반 가량의 영상으로 압축되어 소개되고 있다.


<평양중학교 수업시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수채화로 그린 여학생이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Alpines Museum der Schweiz>

<평양중학교 수업시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수채화로 그린 여학생이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Alpines Museum der Schweiz>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듯 어두운 미로를 통과하면서 전시는 시작된다평양 시내의 깨끗한 거리풍경일요일 공원 산책로를 한가롭게 거니는 주민들공원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노년층들의 모습인터뷰에 임하는 주민들 모두가 행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며 김씨 일가에 대한 감사와 충성을 덧붙인다중학교 역사 지리 수업시간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에서도 모든 초점이 백두산과 김씨 일가의 신성한 탄생에 맞춰저 있으며 수없이 반복하고 찬양한다마식령 스키장 촬영 시 제작진의 질문에 김정은 감독하에 관리되는 스키장이기에 어떠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미소지으며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관리인의 모습 그리고 백두산 천지길을 감격스럽게 걸어서 올라가는 여행객들의 모습에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어떠한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다이번 전시회는 관객들에게 겉으로는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지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 출처 : Alpines Museum der Schweiz><백두산 천지에서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 출처 : Alpines Museum der Schweiz>

<백두산 천지에서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 출처 : Alpines Museum der Schweiz>


박물관장 베아트 해쉴러는 “이번 전시회에서 어떠한 논평이나 설명 없이 영상 작업만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길 원하고, 영상과 인터뷰를 통해 관객 스스로가 관찰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길 원한다”고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덧붙였다.

 

※ 참고자료

《SRF》 (21. 3. 29.) <Ein Hauch von Freiheit in Nordkoreas Bergen>, https://www.srf.ch/kultur/gesellschaft-religion/let-s-talk-about-mountains-ein-hauch-von-freiheit-in-nordkoreas-bergen

《BOTE》 (25. 3. 29.) <Alpines Museum zeigt Bilder aus Nordkorea>, https://www.bote.ch/nachrichten/kultur/alpines-museum-zeigt-bilder-aus-nordkorea;art46444,1304343

Catalogue 《Let's talk about Mountains》 Exhibition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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