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어 장서 최다 소장, 피오피코 도서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24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고 난 이후 가장 아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세금 내는 것이 억울하지 않게 해줬던 두 가지 이유는 미국의 광활한 국립공원과 도서관이었다. 펜데믹 기간 동안 오히려 국립공원은 더 자주 찾았지만 도서관은 얼씬도 하지 못했으니,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셈인가. LA의 공공도서관(Los Angeles Public Library)의 72개소 가운데 한인들이 밀집 거주하고 있는 한인타운 인근의 지점에는 한국어로 쓰인 도서들이 제법 소장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한국어 서적이 많이 소장된 곳은 피오피코 지점(Pio Pico Branch)이다. LA 공공도서관 전체의 한국어 도서는 약 1만 1,000권 정도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1900년이라고 한다. 올해로 오픈한 지 121년째를 맞는 것이다. 오픈 때의 이름은 ‘피코 하이츠 배달국[Pico Heights Delivery Station)’이었다. ‘피코’는 1894년 세상을 떠난 알타 캘리포니아(Alta California)의 마지막 주지사 피오 피코(Pío de Jesús Pico)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인근에 한인 상권이 늘면서 이 지점에 답지되는 한인들의 후원금도 50% 이상 증가했고, 1990년 한인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명칭 변경이 추진되었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는 마지막 주지사의 이름, 그리고 한인타운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피오피코 코리아타운도서관’으로 지점 이름을 바꾸었다.

 

펜데믹 이전, 피오피코 도서관은 초중고 학생들, 성인,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님들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펜데믹으로 지난 해 3월 15일 락다운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LA 공공 도서관의 모든 지점들은 문을 닫았었다. 그후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도서관들이 지난 5월 3일부터 일부 문을 열었다. LA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37곳의 각 지역 도서관들이 전체 수용인원의 75퍼센트로 정원을 제한한 가운데 운영에 들어갔었다.

 

지난 8월 3일 오후,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피오피코 도서관을 찾았다. 입구에는 몸이 괜찮은지, 마스크를 썼는지, 다른 이용객들과의 사이에 6피트 거리두기를 할 것인지를 묻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도서관 내부에는 늘 북적거리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평소 이용객의 2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한국 책들이 진열돼있는 서가는 장르별, 작가별로 정리돼 찾아보기가 용이했다. 원하던 책들을 찾아 수납계 직원에게 가지고 갔다. 혹시 예전에 이용하다 밀린 벌금이 있나, 싶어 “저, 혹시 밀린 벌금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없어요.” 라는 응답과 함께 뜻밖의 정보를 접하게 됐다. 펜데믹 이전 도서관 이용자들은 대출 만기일이 지난 후에 책을 반납할 경우, 하루에 1달러가 채 되지 않는 벌금이 부과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통신원의 경우, 10권 이상을 빌렸다가 깜빡 일주일 정도가 지나게 되면, 억지춘향으로 벌금을 내면서 아까운 생각이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LA 도서관은 벌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서관 이용객들이 너무 줄어서입니다. 벌금제가 이용객들로 하여금 도서관에 더 오지 않게 만든다는 판단에 펜데믹 이후 벌금제를 폐지했습니다. 단지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멤버십이 파기됩니다.

 

수납계 직원의 이야기로 펜데믹 이후, 얼마나 도서관 이용자의 수가 줄어들었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역시 바이러스를 옮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아직까지 자녀들을 데려오기 두려워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도서관 한 가운데는 누군가가 대출을 예약한 책들이 서가에서 나와 이용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가에 없으면 다음 번에 와서 꽂혀 있을 때까지를 마냥 기다리기만 했었는데 다음 번에는 한 번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도서관은 DVD와 오디오북 CD 등 멀티미디어 자료들도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 뭐 하나 빌려 갈까 타이틀을 훑어 내려가다가, ‘웬만한 것은 유튜브에 있지’ 하는 생각에 내려놨다. 스트리밍 시대에 도서관의 멀티미디어 자료들도 새로운 방법으로 대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린이용 도서가 진열된 곳, 어린이들이 책을 읽던 공간은 민망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방과 후 자원봉사자가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던 아름다운 모습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지난 7월 7일부터 8월 7일까지 한 달간 <여름을 도서관과 함께(Summer with Library)> 프로그램이 진행됐음을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사서에게 물어보니 참여율이 너무 저조했단다.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이용객들이 북적거리는 도서관의 모습은 옛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겨둬야 하는 걸까.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도서관의 문을 나섰다.


<한인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피오피코 도서관. 최대 한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한인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피오피코 도서관. 최대 한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한인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피오피코 도서관. 최대 한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자나깨나 코로나 조심>

<자나깨나 코로나 조심>


<피오피코 도서관의 실내. 왼쪽 상단, Korean Heritage Collection 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피오피코 도서관의 실내. 왼쪽 상단, Korean Heritage Collection 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피오피코 도서관의 수납계>

<피오피코 도서관의 수납계>


<열람공간. 펜데믹 전과는 사뭇 다르다>

<열람공간. 펜데믹 전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어 장서가 보관돼 있는 서가>

<한국어 장서가 보관돼 있는 서가>


<한국 역사에 관한 장서들>

<한국 역사에 관한 장서들>


<정기간행물도 직접 열람할 수 있다>

<정기간행물도 직접 열람할 수 있다>


<예약된 도서와 멀티미디어들>

<예약된 도서와 멀티미디어들>


<방대한 양의 오디오북들>

<방대한 양의 오디오북들>


<어린이 도서 섹션>

<어린이 도서 섹션>

 

<어린이들을 위한 플레이공간과 열람공간>

<어린이들을 위한 플레이공간과 열람공간>



<여름철을 도서관과 함께 행사 안내 포스터>

<여름철을 도서관과 함께 행사 안내 포스터>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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