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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멕시코 저항의 날 500주년, 어떤 말로도 침략은 미화될 수 없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30

<멕시코 원주민 저항의 날 500주년 행사, 원주민들의 축하 행렬>


현 멕시코 수도의 중심 소깔로 광장(Zocal Capitalino)에서 스페인 정복에 대앙한 원주민들을 기념하는 날인 원주민 저항의 날이 50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가 열렸다. 8월 13일 열린 동 행사에는 70개가 넘는 인디언 부족들이 참석했다. 오전에 행사에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내외, 캐나다 인디언대표(Kahsennenhawe sky deer), 멕시코 시장 클라우디아 세인바듬(Claudia Sheinbabaum parado), 멕시코 시민을 비롯해 주요국 대사, 장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었으며, 현장에는 수많은 멕시코인들도 참여했다. 행사는 애국가 제창과 멕시코시티 시장을 비롯한 연사들의 축하 연설로 시작됐다. 아래는 클라우디아 세인바듬(Claudia Sheinbabaum parado) 멕시코시티 시장의 연설의 주요 내용이다.


〈멕시코 저항 500주년 행사에 참석한 귀빈〉

〈멕시코 저항 500주년 행사에 참석한 귀빈〉


“이곳, 템플로 마요르 신전은 성전 위 비, 번개, 씨앗을 두었던 곳입니다. 과거에는 세상의 중심이었으며 정치, 경제 중심지로 70여 개의 원주민 부족을 관장해왔습니다. 스페인의 침략과 68개에 이르는 언어, 다양한 문화를 말살하고자 했던 당시의 일과 그에 대항해 우리의 근원을 지키려 노력했던 것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발전과 번영은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옛날 우이칠로포츠틀리(Huitzilopochtli)신은 선인장 나무 위, 독수리와 뱀이 싸우는 곳에 도시를 세우라 명령했고, 그곳은 지금 이곳, 멕시코 시티입니다. 멕시코시티는 시민들이 정의, 자유, 평등을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을 멈추지 않은 천년의 역사를 보유한 곳입니다. 이토록 이 도시는 진보적이며, 문화중심지이고 투쟁의 기원이자 역사이고,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멕시코시티 정부의 수장으로서 저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천년의 위대함을 수호하고 그것을 현재와 미래의 부로 바꾸려는 저항을 옹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과 영광스러운 현재, 우리의 희망인 500년의 저항군 만세! 영웅적인 멕시코시티 만세!”

 

캐나다 북쪽 지방 모아욱 부족의 원주민 대표도 참석해 인디언 원어로 기념사를 전해 인상적이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원주민들은 오랜 기간 인종 차별과 업압을 겪었다. 캐나다의 거대한 무덤에 묻힌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라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모아욱 커뮤니티는 뉴욕에 북미 원주민 센터를 설립하여 멕시코인, 기타 원주민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 밝혔다. 연설에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간 연대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활동은 흥미롭다. 자신들의 뿌리와 언어, 문화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 역시 값지다.

 

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자신을 애리조나주의 원주민이라 소개하며, “스페인어로 축사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다음에는 스페인어를 배워 이야기할 것”이라 전하며 원주민 부족 언어로 연설했다. 겸손함과 자신의 언어를 잊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는 바이러스에 패배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번성할 것이며 번영할 것이다. 우리 나바호(Navajo) 부족은 예로부터 전사의 부족이었지만, 오랜 기간 인종 차별과 억압을 겪었다. 이런 일들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의 모든 주에서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움직임 역시 흥미로웠다.

 

마지막 축사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전했다. 그는 “우리 모두 같은 실수와 공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행위, 잔학 행위를 끝내고 신앙, 평화, 문명, 민주주의, 자유 또는 더 미화된 말로써 다시는 침략, 점령 또는 정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의 이름으로 우리는 무력이 정의를 이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야망, 노예 제도, 억압, 인종 차별주의, 계급 차별, 차별이 지상에서 사라지고 정의, 평등, 평화, 보편적 형제애만이 통치하고 통치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축사를 마쳤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친민족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원주민 문화사업 발전 및 추진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의식을 북으로 주도하는 후안 세론(JUAN CERON) 원주민 부족대표〉〈의식을 북으로 주도하는 후안 세론(JUAN CERON) 원주민 부족대표〉

오후 시간에는 각 부족을 대표하는 2,500여 명의 원주민들이 각자의 전통 의상을 입고 원주민 부족 대표 후안 세론( Juan Ceron)의 주도 아래 행사를 축복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의식을 진행했다. 행사가 열린 소깔로 광장은 옛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이 있던 템플로 마요르 신전을 복원한 곳으로, 광장 주변 벽면을 활용한 조명 퍼포먼스도 준비돼 볼거리를 더했다. 한편, 멕시코는 이번 500주년 저항 행사를 계기로,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처럼 이날의 기념행사가 전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통신원은 화려한 원주민 행렬을 보면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만큼 화려하고도, 의미 역시 깊은 이벤트였다.

 

한국이 35년 동안 일제 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보낸 것처럼, 멕시코도 스페인에 300년이란 세월을 지배당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경복궁을 총독부 부지로 쓰고,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것은 스페인이 멕시코 성전을 부수고 관청으로 활용하며, 그 부지에 교회와 귀족들의 저택을 지었던 것과 닮아있다. 원주민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두 나라의 역사의 아픔을 반드시 기억하고, 잊혀가는 것들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멕시코 인디언들의 화려한 축하 행렬〉

〈멕시코 인디언들의 화려한 축하 행렬〉

〈멕시코 인디언들의 화려한 축하 행렬〉

〈멕시코 인디언들의 화려한 축하 행렬〉

〈멕시코 인디언들의 화려한 축하 행렬〉


※ 사진 및 동영상 출처: 통신원 촬영



조성빈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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