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스페인 대면 학기 시작..코로나19에 가려진 문제의 가시화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9.08

'유럽 1등'으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완료한 스페인, 9월의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많은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건부에 따르면 1회 접종은 84%를 넘어섰고, 2차 접종까지는 약 74% 마친 상황이다. 정부가 예상했던 집단 면역 70%가 넘어서면서 야외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 등의 위험성이 있기에 스페인 보건부는 일명 '부스터 샷'이라 불리는 3차 접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었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자유화 된 스페인]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자유화 된 스페인]


그러나 학교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여전히 학생들의 접종 비율은 저조하다. 7, 8월에 방학이 시작됨과 함께 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접종률이 급락했다. 대면 수업에 앞서 1차 접종은 100%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의 예측과 달리 12세~19세 학생들의 1차 접종률은 약 30%에 지나지 않는다. 필라르 알레그리아 교육부 장관은 새 학기에 모든 학교가 전면 대면 수업을 시작할 것이라 계획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으로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사전예약 없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자 노력 중이지만 청소년 연령층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


[극심한 더위, 관광객도 줄어든 스페인 남부 지역 세비야]

[극심한 더위, 관광객도 줄어든 스페인 남부 지역 세비야]


이에 더불어 극심한 더위도 스페인을 잠식시키고 있다. 스페인은 남부 지역의 경우, 45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을 강타한 극심한 폭염은 백신 접종 참여율도 하락시키는 한 원인이다. 일찍이 휴가와 방학이 시작되며 바다로 떠난 이들은 8월 말까지 길어진 폭염 속에 여전히 귀가하지 않고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가 지구의 온도를 올리면서 가뭄, 산불, 홍수 등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스페인 역시 최근 산불 및 각종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페인 세비야 대학 풍경]

[스페인 세비야 대학 풍경]


한편 학교로 돌아가며 정상적 교육 환경이 조성되리라 기대되는 가운데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던 국민들을 돕기 위해 정부의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먼저 마드리드 주정부는 한화 약 111억을 들이는 '식비 장학금' 지원 정책을 7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마드리드 주 내 교육 기관에 다니는 취약 계층의 학생들에게 구내식당 비용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으로 약 2만 명의 학생이 식비 장학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스페인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재 마드리드 주는 6년 연속으로 급식비(한화 약 6,500원)를 동결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정부도 카탈루냐 행정부는 석사과정 학비를 최대 40%까지 인하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해당 혜택을 마련했다. 모두에게 균등하게 적용되기에 유학생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카탈루냐 소재 모든 공립 대학교는 물론 바르셀로나 대학교,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교,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 등에서 실시되며 석사 과정에 해당된다. 바르셀로나에는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이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바르셀로나 풍경, 스페인]

[바르셀로나 풍경, 스페인]


스페인은 현재 공부도 취업도 포기한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증가하고 있다. 공부도 하지 않고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 젊은층을 일컫는 니트족, 이들의 증가는 미래에 국가적 인력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에서 학비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물가가 낮고 급여 및 복지 등 일자리 혜택이 박한 국가다. 특히 스페인은 유럽 연합 국가 중에서도 니트족의 비율이 가장 높기에 사회적 우려가 깊다. 현재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생) 세대들은 부모의 연금을 가정 소득으로 삼아 부모의 그늘에서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사회연구센터(CIS)에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밀레니얼 세대의 약 70% 이상이 자신들이 부모 세대보다 안 좋은 삶을 살 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자 하는데 일례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050년 정부 계획안에서 '공공상속재산'이라는 국가의 모든 젊은 층이 특정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국가의 경제적 기부금에 대해 발표했었다. 이는 주택 구입, 사업 초기 자금, 교육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나오지 않았다.


[스페인 청소년들 모습 , 세비야]

[스페인 청소년들 모습 , 세비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산 문제도 막막하다. 한국처럼 인구 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 내에서 몰타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스페인의 경우, 평균 자녀 수가 1.18명으로 스페인의 2020년 출생아 수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페인 젊은이의 40%는 자녀가 없으리라 예측된다며 현재의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사회권리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육아 휴직 및 양육비 지원 기간 연장 및 한부모 가족, 사실혼 관계 가족도 법적 보호 및 혜택 제공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젊은 층의 시선은 비관적이다. 정부의 정책이 모두에게 적용될지와 제대로 시행될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


[휴가로 인해 부쩍 한적해진 시내, 스페인]

[휴가로 인해 부쩍 한적해진 시내, 스페인]


집단 면역 백신 접종률을 달성하면서 9월은 예전 일상 속으로 한 발 더 성큼 다가섰지만 기나긴 코로나19의 여파와 오랫동안 묵혀왔던 사회적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 스페인 역시 다양한 환경적 문제들이 하나 둘 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 코로나19와 함께 이런 모든 문제들 속에 사람들의 삶 또한 각박해지고 있다.


장혜진
[스페인/세비야] 장혜진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4, 5, 6기
현) 프리랜서 기자 및 작가, 한국어 강사
경력) EBS 교육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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