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러시아 남부 지역 한국학의 진흥을 꿈꾸는 삼일문화원 2.0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9.10

지난 8월 12일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 [고려인 150년사]라는 주제로 특별 온라인  강좌가 열렸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고려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알파라비 명칭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학과장으로 계시는 이병조 교수님을 초청 강사로 모셨다. 통역 없이 강사분이 한국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로 강의를 진행해 주셔서 참석했던 한국인과 러시아인들 모두 어려움 없이 즐겁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강의의 주제는 [고려인 150년사]였지만 시간 관계상 이병조 교수님은 고려인들의 역사가 시작된 1863년부터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된 1937년까지의 역사를 주로 소개해 주셨다. 연해주에서 활약했던 최재형,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 이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집거지였던 콜호즈에 대한 소개, 그리고 콜호즈 내에서 이루어지던 문화, 교육, 예술 활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어주셨다.


이곳은 연해주 핫산지역 비노그라드노예에 있던 지신허라고하는 옛 마을로서 1863년 함경도 농민 13세대가 두만강을 건너와 정착한 극동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로 현재는 옛터만 남아있다. 그러나 1937년까지 1천 7백여 명의 한인들이 모여 살던 매우 큰 마을이었으며 현재 50만에 이르는 CIS 지역 거주 한인들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사진 오른쪽 비문의 내용 중)(사진 출처: 통신원 제공)

이곳은 연해주 핫산지역 비노그라드노예에 있던 지신허라고하는 옛 마을로서 1863년 함경도 농민 13세대가 두만강을 건너와 정착한 극동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로 현재는 옛터만 남아있다. 그러나 1937년까지 1천 7백여 명의 한인들이 모여 살던 매우 큰 마을이었으며 현재 50만에 이르는 CIS 지역 거주 한인들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사진 오른쪽 비문의 내용 중)(사진 출처: 통신원 제공)



교수님의 흥미진진한 설명에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열심히 듣는 참석자들의 모습에 감동한 교수님께서는 나머지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와서 해주시겠다며 꼭 다시 한번 초청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주셨다.

이번 글에서는 모두에게 흥미로웠던 [고려인 150년사] 온라인 강좌를 기획한 권주영 삼일문화원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려인 정체성 함양에 앞장서고 있는 삼일문화원이라는 단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Q.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고려인 역사와 한국어 교육을 공부한 후 현재 볼고그라드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재직하고 있는 권주영이라고 합니다. 2001년 대학원 지도 교수님을 따라 고려인 연구 여행차 볼고그라드에 왔다가 이 도시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두 번 정도 개인적인 이유로 이 도시를 방문한 후 2017년에 아예 가족들과 함께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모스크바 소재 [삼일문화원] 법인 단체를 이양받아 볼고그라드로 이전, 운영하고 있으며 볼고그라드세종센터한글학교 교장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Q. [삼일문화원]은 언제 설립되었으며 설립목적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삼일문화원(Региональная Обшественная Организация "Корейский культурно-просветительский центр, ПЕРВОЕ МАРТА")은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 간의 문화교류와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1995년 설립된 민간문화단체입니다.

설립 당시 목적은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에 대한 올바른 소개로 상호 신뢰 구축, 한국과 러시아 간 건전한 문화 활동과 교류로 상호 이해 증진, 학문과 정보교류로 러시아 한국학 발전에 기여, 차세대 지도자 발굴과 육성으로 세계 평화 기여, 고려인의 언어복원으로 정체성 회복 등 다섯 가지였으며 이를 위해 도서출판, 강연, 문화 행사 및 학술대회 개최, 한국어 보급 등을 주요 방안으로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좌) 2021년 현재 삼일문화원 운영위원회, 우) 가운데가 이형근 초대 원장, 맨 왼쪽 권주영 현 원장

좌) 2021년 현재 삼일문화원 운영위원회, 우) 가운데가 이형근 초대 원장, 맨 왼쪽 권주영 현 원장



Q. 러시아에서 [삼일문화원]이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출판된 한국학 도서 중에 직접 번역한 책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권만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최근에 번역한  서적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초대 원장님이셨던 이형근 목사님께서 삼일문화원을 통해서 하신 일들은 정말 많습니다. 대체로 학술적인 성격의 것들이었는데요, 여러 학자분을 모시고 한국 역사, 문화, 언어에 대한 강의를 열기도 했고, 강제이주 기념, 삼일운동 기념, 한국전쟁 기념 등 다양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글날을 기념하여 웅변대회나 백일장을 열고 한국문화와 러시아 한국학을 소개하는 책자를 정기적으로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년 음력과 한국의 공휴일이 표시된 달력을 제작, 고려인 공동체에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이 활동은 지금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삼일문화원이 번역하거나 출판한 도서는 단행본과 논문집을 포함해 30여 권 정도가 됩니다. 일일이 다 소개해드리기에는 지면 관계상 어려울 것 같고요. 번역해서 출판한 도서 중 문학 분야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최인훈의[광장] 등이 있고,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 등 역사서도 있습니다. 소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이루어진 한국학 총서 시리즈 10권입니다. 이는 번역서가 아니라 러시아 한국학자들의 연구물들을 러시아어로 그대로 출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2013년 한국학 총서 10권을 끝으로 출판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가장 최근에 낸 책이 한국기독교의 역사 1권(2018년)입니다. 현재 한국기독교의 역사 2권을 번역 중이고 조만간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한국의 종교와 관련한 체계적인 자료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기독교에 이어 다른 종교들도 소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좌) 삼일문화원 출판 도서 일부, 우) 한국기독교의 역사 2권 번역 중

좌) 삼일문화원 출판 도서 일부, 우) 한국기독교의 역사 2권 번역 중


Q. 원장님께서 이번 강좌 [고려인 150년사]를 준비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부터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고민 끝에 올해부터 온라인 강좌 시리즈를 열었고 지난 8월 두 번째로 [고려인 150년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학이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와는 달리 러시아 남부에 있는 도시들은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인의 역사에 대해 양질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러시아 남부 고려인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살아남은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친구들에게도 그들의 바로 옆집에 사는 고려인이라 불리는 소수 민족이 어쩌다 이 러시아 땅에 오게 됐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소개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고려인분들의 참여가 저조해서 살짝 아쉬웠지만, 참석자 전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강의 마지막에 준비한 퀴즈 모든 문제를 바로바로 맞춰주셔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면 삼일문화원에서 제작한 한국의 음력이 표기된 달력을 받아 볼 수 있다.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면 삼일문화원에서 제작한 한국의 음력이 표기된 달력을 받아 볼 수 있다.


Q. [삼일문화원]을 이끌 원장님으로 부임을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초대 원장님께서 너무나 대단한 일들을 하셔서 맡겨주실 때 여러 번 거절했습니다. 대화가 오간 지 십 년을 훌쩍 넘기고 "그럼 저는 원장님보다 훨씬 좁은 영역에서 아주 천천히 활동을 시작하겠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야 문화원을 이양받았습니다.

급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저는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활동할 다양한 분야의 한국학자를 양성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대회를 개최하고 여러 행사를 기획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이것도 장기적인 계획인데요, 볼고그라드에 러시아 남부지역 최대의 한국학 도서관이 생기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달 몇 권씩 러시아에서 출판되고 있는 한국학 도서들을 꾸준히 구매하여 모으고 있습니다.


좌) 사무실 전경, 우) 하나씩 모으고 있는 한국학 서적들

좌) 사무실 전경, 우) 하나씩 모으고 있는 한국학 서적들


일찍이 고려인들을 위해 문화원을 열고 오랜 시간 애써오신 삼일문화원 이형근 초대 원장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길을 열어가고 계시는 미래의 샛별 권주영 원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삼일 문화원 권주영 원장

삼일문화원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pervoe_marta31?utm_medium=copy_link


빈일숙
[러시아/사라토프] 빈일숙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6기
현) 러시아 사라토프한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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