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바간(Bagan)은 ‘천년의 고도’로, 통일왕국 시대 최초의 왕조 이름이기도 하다. 동시에 수도로도 불리는 이곳은 미얀마인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주는 곳이고, 유적뿐 아니라 사료도 보관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불교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1044년에 아노야타 왕에 의해 제국형태의 바간왕국이 건설이 되었는데, 아노야타왕은 국사인 승려 쉰아라한과 함께 당시 상좌부불교를 받아들여 문화적으로 바간왕조보다 앞선 몬족 왕국 따톤을 침범했다. 몬족 왕국을 몰락시킨 바간왕조는 상좌부불교 문화와 불경, 건축, 문자, 예술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좌부불교는 국민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종교는 이처럼 바간왕조의 국민을 결집하는 역할도 했다. 아노야타 왕 이후 즉위한 짠싯따왕, 알라웅시뚜 왕도 계속해서 불교문화를 발전시키고 정복 전쟁을 통해 불교 문화를 전파하며 파고다 건설에 힘썼다. 이 시기, 바간은 동남아의 새로운 불교 중심지로 부각되었다. 바간왕조는 몽고의 침략에 의해 몰락하였지만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불교문화의 정수는 이 시기부터 비롯이 되었던 것이다. 바간이 보유한 역사문화적 가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로도 이어졌다. 이처럼 바간은 미얀마의 자랑거리이자, 미얀마 관광시 방문해야 하는 필수 방문지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바간을 둘러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력 언론 《이라와디(Irrawaddy)》가 ‘바간을 방치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9월 28일 보도된 기사는 고대 버마 문화유산이 몰려 있는 바간에 내린 폭우 탓에 탑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간이 위치한 곳은, 연평군 강우량이 24.6인치 정도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0.83인치의 비가 내려 이미 그 평균을 넘어섰다. 스콜성 폭우는 바간의 몇몇 마을을 침수되도록 만들었다. 바간 내 술라마니 파고다는 침수되었고, 이미 붕괴, 훼손된 파고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으로 바간은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바간 보존을 위해 몇몇 사람들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유네스코의 자연재해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문화유산 보존 면에서 위험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리 소홀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바간 문화재 붕괴 관련 기사(좌), 기사와 관련 미얀마 사람들의 반응(우) - 출처 : 이라와디(좌), 이라와디 페이스북 페이지(@theirrawaddyburmese)>
이에 미얀마 대중들은 “바간이 만약 유네스코 위험 리스트에 포함된다면 치욕스러운 일이자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 반응한다. “바간은 1,000년 이상 조상 대대로 보존해온 고유의 유적지이며, 전통방식대로 유지, 보수해 온 미얀마의 자랑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바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투입됐다는 점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에 “비 피해로 인해 제대로된 보수조차 하지 못하고 위험리스트에 오른다면 다른 국가들이 볼 때도 부끄러운 일일 것”이라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라와디》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에는 “신이시여, 바간을 지켜주소서”, “지금 정부는 바간의 이런 심각한 상황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왜 가만히 있는 것인가.”, “얼른 복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문화재 훼손에 대한 상당한 우려감을 표했다.
현재 미얀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바간은 미얀마 관광 수익의 주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향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나 절망 가운데서도 바간 주민들은 침수의 위험에 처한 유적지를 지키고자 애쓰고 있다. 다만, 바간이 위치한 지역에는 지진과 폭우가 빈번히 일어나왔고, 자연재해로 인한 문화재 손실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소중한 문화유산 바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얀마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여러 상황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보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훼손진다면 후손들에게 부끄러워질 뿐만 아니라, 미얀마에서 가치 있는 또 다른 유적지, 유네스코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문화유산 또한 홍보가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천년고도’ 바간이 등한시되지 않도록, 빠른 대첵이 마련되어 정상적으로 복구될 수 있길 희망한다.
※ 참고자료
《irrawaddy》 (21. 9. 28.) <ပုဂံကို လျစ်လျူရှု မထားဖို့ လိုသည်>, https://burma.irrawaddy.com/opinion/editorial/2021/09/28/2462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