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벌써 10월이다. 시드니지역을 포함한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 NSW) 주정부는 16세 이상 2차 백신 접종률이 70%를 기록하자 3개월여 동안 락다운(Lockdown)으로 인한 규제를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에 한해 완화한다는 계획을 지난 주 발표했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신 접종을 완료자들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장기간의 락다운으로 친지나 가족과의 만남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케이팝을 선두로 한 한국대중문화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학생들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팬들인 아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하는 이야기들을 알아듣고 싶다는 이유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다고 전했다. 예전과 달리 호주인들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가수로 거듭나게 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한국어강좌를 운영하는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원장 김지희, 이하 문화원)의 세종학당의 경우, 수강생 모집을 시작하면 곧 정원이 차서 좀 늦게 신청하는 신청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어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남에 더 많은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야 할 정도다.
<로알드 말리양카이 박사의 특별강연회 홍보 포스터 – 출처 :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페이스북 페이지(@KoreanCulturalCentreAU)>
문화원은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지난 10월 7일 온라인 줌을 통해 특별한 강연회를 진행했다. 강연회는 ‘Hangeul & K-Pop: Between Ideograms and Idols’라는 테마로 진행되었다. 이번 강연회에는 현재 호주국립대학교(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 한국어학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로 있는 로알드 말리양카이(Dr. Roald Marliangkay) 박사가 초청되었다. 특별강연회는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나 한글 교육이 한류 그리고 인기가 높은 한국의 대중문화인 케이팝에 기여하고 있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주최 측은 전하고 있다.
첫 시작은 세종대왕과 한글의 주요특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한글은 과학적인 언어로 24개의 기본문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인 기록인 1443년에 발표된 훈민정음에 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The Correct/Proper Sounds for the Instruction of the People)”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의 의미로는 한국어의 표기체계인 한글을 가리키는 뜻과 1446년 9월에 발간된 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는 한류 팬들은 영화를 통해서 세종대왕 그리고 훈민정음에 대해 접한 경험이 있노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글에 관해 설명할 때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어진 순서에서 ‘한글과 한류 팬덤(Hangeul and Hallyu Fandom)’ 그리고 ‘한글과 케이팝(Hangeul and K-Pop)’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한류 팬들은 케이팝 그리고 케이팝 그룹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우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마음에서 한국어학습을 시작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영상에 등장하는 그룹의 멤버들이 이야기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다고 한다. 노래 가사의 의미와 멤버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케이팝 팬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말리양카이 교수는 여러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한글과 케이팝에 대한 관계를 설명했다. 화려한 장면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에 반해, 한류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넋 놓고 듣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어 그리고 한글 교육에 있어, 케이팝이 한류 팬들에게 있어서 관심의 시작점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순서였던 Q&A가 진행되었고, 관객으로 참여한 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었다.
2021년 10월 9일, 한글날 특집으로 《KBS》는 <방탄 때문에 한글을 배웠다>가 방영되었다. 지구촌 곳곳의 방탄의 팬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미들의 한국어학습의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때로는 행복한 모습으로 때로는 가슴 아픈 모습으로 방탄의 팬들의 영상이 전파를 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젊은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모습으로 아티스트와 교류하고 있으며 우리의 한글을 학습하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문화, 대중문화의 힘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기보다 아티스트 한명 한명의 극한 수준의 노력과 그들의 마음이 깃든 노래 가사의 의미가 개인 개인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느꼈다. 아름다운 문자 한글이 방탄의 진솔한 가사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이곳 호주에서도 한국어 그리고 한글을 배우는 한류 팬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진행된 말리양카이 교수의 특별강의는 한국어와 한글에 관심 있는 한류 팬들에게 한층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