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채식 시장 활성화...한식 시장도 다양화 해야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0.21

매년 음력 9월 1일부터 9일까지는 구황대제 즉아홉 신을 기리는 도교 행사다구황대제는 생과 사를 관장하는 여신 두모의 아홉 아들을 기리는 날로 올해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 동안 열렸다구황대제를 맞아 도교 신자들을 비롯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채식 식단으로 식사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하지만 이 기간이 되면 채식 식당을 찾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이는 힌두교 축제인 나바라트리(Navarathri)도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이다. '나바라트리'는 산스크리트어로 나바(nava)는 숫자 9라티(rathrii)는 밤이라는 뜻으로 아홉 개의 밤을 의미한다악을 상징하는 마히샤수라와의 전쟁에서 이긴 여신 두르가(Durga)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도 '나바라트리'를 맞아 채식을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 식당을 찾은 말레이시아인들>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 식당을 찾은 말레이시아인들>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재하는 말레이시아는 채식주의자들이 살기 편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2017년 올리버스 트래블이 발표한 <글로벌 채식주의자 지수 평가>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채식 식당 숫자, 국가별 인구, 연간 육류 소비량 등을 수치화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연간 육류 소비량은 높지만, 인구 대비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숫자도 많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육류 소비량도 많지만 일상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에는 가금류 소비 인구가 많다.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힌두교에서는 소고기를 금기시하기 때문에 종교적 관습에서 자유로운 닭 등 가금류를 소비하는 인구가 많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2017년 1인당 닭고기 연간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소비량은 38.9kg으로 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종교를 이유로 채식 식단을 실천하는 인구도 많다. 말레이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기준 말레이시아 인구는 3240만 명으로, 이 중 50.1%가 이슬람 신자가 다수인 말레이계다. 이밖에 22.6%가 중국계이며 6.7%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즉,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의 인구 비중이 절반이 넘고, 육류를 제한하는 중국계 도교·불교 신자,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 신자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 등을 이유로 채식하는 인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 수도권 성인 인구 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채식을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채식을 하는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의 영향, 건강, 환경 등을 꼽았다. 최근 허벌라이프 뉴트리션(Herbalife Nutrition)의 조사에서도 말레이시아 응답자의 49%는 다이어트,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 식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동물 윤리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소비 경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은 말레이시아를 테스트마켓으로 삼아 채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는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 최초의 채식 식품 생산설비를 설립하고 대체육 전용 브랜드인 하베스트 고메(Harvest Gourmet)를 비롯한 채식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황대제를 맞아 일본식 채식 음식을 판매하는 현지 음식점>

<구황대제를 맞아 일본식 채식 음식을 판매하는 현지 음식점>


년 성장하고 있는 채식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한국 식품유통업체도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채식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만큼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 특히 한류를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다양해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식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식은 채소의 비중이 높은 음식인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한류의 영향으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 수출 전망도 밝다. 말레이시아에서 한류는 식품을 비롯한 생활 전반으로 확산됐으며, 이미 한국 채식 음식에 대한 수요도 높다. 이에 한국의 김치, 나물 반찬 등을 활용해 한식에 기반한 채식을 파는 현지 채식 전문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채식 시장에서 한식의 존재감은 일식이나 서양식에 비해 떨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채식 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기에 한국 식품유통업체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채식 제품군을 확대해나간다면, 채식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Darmalinggam, D., & Kaliannan, M. (2020). Economic growth in the Malaysian vegetarian market potential: internalized dimension of motiv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Economics.

《New Straits Times》 (21. 6. 25.) <Going vegan: A first-timer's guide>, https://www.nst.com.my/lifestyle/heal/2021/06/702070/going-vegan-first-timers-guide

《Free Malaysia Today》 (21. 10. 7.) <Celebrating Navaratri and the Nine Emperor Gods festival>,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leisure/2021/10/07/celebrating-navaratri-and-the-nine-emperor-gods-festival/



홍성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