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늦가을엔 베른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만나요, 행성의 희망(Planet Hope) 이벤트 개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25


<베른 국회의사당 외벽에 펼쳐지는 조명쇼, '행성의 희망(Planet Hope)'>

<베른 국회의사당 외벽에 펼쳐지는 조명쇼, '행성의 희망(Planet Hope)'>


늦가을 안개가 자욱한 쌀쌀한 날씨와 함께 어둠이 일찍 내리는 11월, 많은 유럽인들은 집안에서 우울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10월 말이 되면 스위스 수도 베른 중심부 국회의사당 드넓은 광장에서는 외로움을 털털 털어버리고 모두가 함께하자는 취지로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만나요(Rendez vous Bundesplatz)!’를 외치며 매일 저녁 수많은 인파를 맞이한다. 2011년 처음으로 시도된 이 프로젝트는 해마다 색다른 테마와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보이고 있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오색 찬란한 빛과 환상적인 음향이 어우러져 관중들을 마법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국회의사당 건물 외벽이 스크린으로, 국회의사당 광장은 관중석으로 변신하여 추위도 잊은 채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동 행사는 해마다 55만 명이 넘는 관중을 보유한 이 행사는 현재 가을이 되면 모두가 기다리는 베른시의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평상시 10,000명의 수용 인원에서 900명으로 인원수를 제한하고 25분 가량의 스펙타클을 매일 저녁 세 차례에 걸쳐 선보였다. 또한 실외임에도 불구하고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백신 확인증 지참을 요구하는 등 제한된 형태로 진행되었으나 24만 명이 넘는 인파가 방문했다고 미디어는 발표했다.


<생태계 파괴와 환경의 변화를 피해 동물들이 행성의 희망 방주에 올랐다.>

<생태계 파괴와 환경의 변화를 피해 동물들이 행성의 희망 방주에 올랐다.>


지난 10월 16일부터 시작된 행성의 희망은 어김없이 관중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면서 5주간의 상영을 마치고 11월 20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행성의 희망은 본래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만나요!’ 10주년이 되는 2020년 기념식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공장소 인원이 제한됨에 따라 취소되면서 2021년 대중 앞에 선보였다. 76,228개의 이미지가 사용된 이번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행성의 희망에 몸을 싣고 항해하면서 ‘현시점에서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란 메시지를 던져 깊은 감동과 함께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생존 위기의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항해하는 희망의 방주, 행성의 희망>

<생존 위기의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항해하는 희망의 방주, 행성의 희망>


평화로운 대자연 안에서 노닐던 동물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빙하의 융해로 방주(Arche)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수많은 동물들을 싣고 유유자적하던 방주는 험난한 폭풍우와 맞서며 플라스틱 폐기물로 뒤덮인 바다를 항해하고 생존 위기의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대 우림에서 북극으로, 다시 스위스 엥가딘의 모르테라취(Morteratsch) 빙하까지 항해한다. 여기서 우리는 스위스 알프스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도 감지할 수 있다. 결코 넘어지지 않는 희망의 방주는 긴 여정을 거쳐 무사히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오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2020년부터 시작된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재 우리의 상황에도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것은 아닐까 싶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실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만나요!’와 같이 대중에게 무료로 진행되는 주요 문화 행사는 공공과 민간의 협동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1년부터 10년째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해 온 ‘스타라이트(Starlight)’의 브리짓 루(Brigitte Roux)씨는 재정적 후원이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을 보유하고 있는 이 행사는 “베른시의 호텔업계와 외식산업, 박물관 등 여러 부문에 걸쳐 큰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브리짓 루 씨는 “(동 행사의) 방문객 분포를 살펴보면 베른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무언으로 화려한 이미지와 매력적인 조명 그리고 음향으로 구성되어 어린아이들 역시 무척 좋아한다. 외부 활동이 적은 추운 날씨에 세대 구분 없이 가족 단위의 나들이로도 적합하다. 인근에서 식사나 쇼핑 혹은 박물관을 관람한 후 잠시 멈춰 서서 함께 즐기고 갈 수 있다. 코로나로 힘든 우리 모두, 외부로 나갈 곳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른시는 여전히 행사비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고 있다”며 얼마전 베른시가 2022년부터 2억원에 달하는 후원을 중단할 것을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 밝혔다.

 

그녀는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많은 고민 중에 있다”고 전한다. 사실 매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여러 제한요인으로 10억에 남짓한 자금이 투여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취리히연방공대, 엥가딘생모리츠관광안내소, 베른 시민 커뮤니티와 스위스 대형마트인 미그로(Migos) 그룹 등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그녀는 “이번 행성의 희망을 통해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현재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절실히 깨닫기를 바란다. 2022년 10월 22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재탄생 해 대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행성의 희망>

<새롭게 재탄생 해 대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행성의 희망>


박소영

  •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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