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四川省)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 성도) 한인회 부회장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며 한식당 ‘화투연’을 운영하고 있는 서호림 대표를 만났다. 서호림 대표는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말주변도 좋아 첫 만남부터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직업상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진지함과 깊은 생각이 더더욱 그의 진중한 모습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 낙관적일 것으로만 보이는 그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서호림 씨의 청두 생활기를 들어보았다.
<식당 입구에서 선 서호림 씨(좌), 소품을 비롯한 직원들의 한복 모두 한국에서 공수한 것들이다. 식당 입구 모습(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청두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서호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두의 교민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됐으면 하는 마음에 한인회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요식업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아르바이트가 계기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점에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주방이 아닌 홀서빙이었지만 차츰 주방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요리사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에 저 혼자 요리를 해 먹어야 했는데 이것저것 혼자 요리를 해서 먹어보니 맛있었어요. 그때부터 요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식당의 상당부분을 한국을 알리기 위한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소품들은 다 한국에서 구입해 가져온 것들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식당 안에 이렇게 박물관을 꾸미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에 관련한 얘기를 간단히 들려주세요.
박물관이라고까지 하긴 뭐하지만 전시실을 만들게 된 계기는 오래 전의 일입니다. 쓰촨 청두에서 한국 음식점을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맛과 멋을 보여줄 수 있는 한식당을 하고 싶었습니다. 1호점 열 때는 직접 벽화를 그려 넣기도 하고 문짝을 직접 맞춰 인테리어 하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죠. 2호점, 3호점 하면서 조금씩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현재 완샹청점을 열면서 박물관으로 쓰는 20평 정도 되는 공간을 완샹청(万象城, 현 식당이 있는 백화점)에서 3년간 무료 대여해주기로 하면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을 꾸미면서 힘들었던 점은, 이곳이 완전히 유리로 된 공간이라 인테리어에 있어 못 하나 쓸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러 면에서 보통의 인테리어 방식으로 많은 제한이 있었습니다.
전시장에 여러 소품들도 모두 한국에서 공수한 것인데 정말 많은 지인분들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물건 구매부터 운임까지 그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죠. 특히 대례복은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코로나로 운송도 쉽지 않아 운임료까지 1,000만원 넘게 들었죠. 하지만 너무나 만족합니다. 사실 중국에서도 한국드라마 <대장금>을 안 보신 분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공간을 보시면 또 다른 한국에 대한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지금도 한국에 가면 항상 민속촌이나 민속 박물관을 방문하는데, 옛 물건과 생활들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때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는 것 같아 여러 면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습니다. 그래서 전시관을 준비하고 유지하는 데도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음식문화재단과 대한민국한식포럼으로부터 ‘한식대가’ 칭호를 부여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칭호를 받기 위한 기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설명해주세요.
작년 3월에 영광스럽게 ‘한식대가’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청와대 대회의실에서 칭호 수여식을 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아쉽게 그러지 못했네요. 한식대가 칭호는 한식 경력 25년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20년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 사부님은 여성 1호 한식 기능장이자 한식대가이신 이성자 선생님이세요.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점이라 할 수 있는 수담 한정식의 이사로 계십니다. 매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광화문에서는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를 여는데, 2019년 7회 때 선생님과 같이 참가를 했죠. 2019년에 시루떡으로 한반도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부터 비빔밥 만들기 등 여러 의미있는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행사들과 그 안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요리연구가 및 많은 참여자 분들이 계시기에 한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 기간이라 식당이 더 힘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혼자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극복 노하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진행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만, 제가 다른 한식당과 꼭 차별을 두려고 하기보다는 제 스스로 이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저희 식당 직원들이 입는 모든 한복은 한국의 광장시장에서 맞춰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전시장에 비치된 소품 중에는 돌잔치에 쓰이는 돌잡이 용품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귀국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무료로 돌잔치를 해드리는 것도 생각을 했죠. 제가 예전 아르바이트로 사회도 봤거든요. 물론 홍보가 부족해 잘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계획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식대가’ 서호림 대표는 한식에 대한 의지와 애착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 : 서호림 씨 제공>
<2019년 제7회 한식대축제 참가 모습 - 출처 : 서호림 씨 제공>
화투연 말고도 '월의 눈물'이란 식당도 운영 중이라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취미생활을 이용해 풀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특별한 취미가 없습니다. 제가 겉으로 보기엔 항상 웃고 다니니 즐겁기만 할 것이라 보실 수도 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항상 행복한 건 아니거든요. 2019년 연말, 매장 여러 개를 확장 오픈하고 나니 코로나가 찾아왔고 한달만에 전부 문을 닫았습니다. 집도 팔고 보험까지 취소하면서 직원 월급을 해결했고 정말 어려운 시기를 버텼죠. 제가 집에 갈 때 혼자 밤 하늘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그 때 비가 왔는데 '달도 눈물을 흘리나', '내 마음을 알아주나'라는 생각을 했죠. 이 식당이 그렇습니다.
‘월의 눈물’이란 식당은 한식을 이용한 술안주를 이용해서 간단한 음주와 한식을 드시는 공간으로 간단히 선술집이랑 비슷하다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혹은 기분이 울쩍하신 분들이 위로를 받기 위한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저를 위한 공간, 저를 위로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든 거죠.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이곳에서 위로받고 다시 웃음으로써 제 가족과 제 직원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청두인들에게 한식 문화는 대체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청두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이후 한식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한류가 청년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더욱 사랑받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식은 중식에 비해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데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중식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조미료에 의한 여러 다양한 맛을 구사하죠. 음식뿐만 아니라 건축도 전통 한옥은 중국보다 자연의 그대로를 살리려는 것처럼요. 중식은 많이 화려합니다. 그에 반해 그들이 느끼기에 한식은 투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두에서는 비주얼적으로도 좀 더 화려함을 추가해서 중국인들의 미각 뿐만 아니라 시각에 있어서의 즐거움까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맛에 있어서 조미료 혹은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고 맛있는 웰빙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과 비주얼까지 갖춘 한식이 외국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희망과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개인적으로 우리 요식업 문화도 중국 땅뿐만 아니라, 세계로 더 알릴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치와 떡볶이 말고도 한식의 종류는 수많은 다양합니다. 그만큼 이곳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한국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또 여러 한식당을 운영하는 대표자, 한국 교민들과 함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식과 한국문화에 대해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목표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이 오면, 이곳에 계신 한식당 대표들과 한식포럼 혹은 한식문화축제처럼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행사를 꼭 열고 싶습니다.
그는 정말 유쾌하다. 유쾌한 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 대부분의 이들도 그는 항상 유쾌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진심으로 유쾌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진심과 의지가 느껴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시기, 서호림 대표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적인 자세가 그가 원하는 목표와 계획대로 이끌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