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메데진의 그래피티 마을, 코무나 13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2.27

사계절 내내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여 영원한 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메데진은 콜롬비아의 두 번째로 중요한 도시이다특히메데진 시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한국식 시스템을 많이 참고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약 2년 동안 메데진의 대중교통 시스템 정비 사업에 한국의 국토교통부가 지원했고지난 달 사업이 마무리되었다덕분에 메데진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메데진을 걷다보면 가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메데진시 중심에 소재한 뽀블라도 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 슈퍼마켓이라든가 한국식 삼겹살갈비를 판매하는 식당 등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한류의 인기를 타고한국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조금씩 느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이번 주에 방문했던 코무나 13(Comuna 13)에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코무나 13 전경>

<코무나 13 전경>


코무나 13는 메데진을 방문했던 혹은 방문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야외 에스컬레이터와 알록달록한 집, 그래피티로 유명한 관광 마을이다. 마을의 벽 곳곳을 알록달록 물들인 각각의 그래피티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먼저 그 중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그래피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리온(Orion) 작전 그래피티>

<오리온(Orion) 작전 그래피티>


가장 인상적인 그래피티는 콜롬비아 군부의 오리온 작전을 그린 그래피티였다. 2002년 10월 16일, 콜롬비아 군부는 코무나 13에 은신해있다는 게릴라 소탕 작전을 펼쳤는데, 이 벽화는 그 과정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기억하고자 그려졌다. 벽화 오른쪽의 손은 군부를 주사위에는 군사작전이 실시된 날과 코무나 13을 의미하는 C13, 그리고 왼쪽으로는 희생된 시민들을 표현했다


<자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

<자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


자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도 주목할 만하다콜롬비아는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다스페인 식민지 이전의 원주민들뿐 아니라식민지 시기 들어온 유럽인과 그들이 데리고 온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수 세기 동안 융화되며 살아왔다마을의 끝 무렵에 위치한 이 벽화는 콜롬비아 작가와 칠레 의사의 협동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새장 밖에 콜롬비아 국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그려진 새들을 통해 자유로운 콜롬비아를 나타내고자 했다손에 든 열쇠와 오른쪽의 사람 이마에 있는 열쇠 구멍은 열쇠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피부색이 달라도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라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벽면>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벽면>


벽화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서는 개별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이나 그림을 전시하고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오프라인뿐 아니라 트렌드에 맞게 모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홍보하고 있었다.


<즉흥 랩을 선보이는 래퍼>

<즉흥 랩을 선보이는 래퍼>


즉흥랩을 선보이는 밴드도 눈에 띈다래퍼들은 공연 전 관광객들에게 이름과 출신을 물어본 후 개개인을 호명하며 즉석 랩을 선보인다. “너는 한국에서 왔으니 질문 하나 할게. <오징어 게임후속편은 도대체 언제 나오니?”라는 래퍼의 농담 반 진담 반 질문에 이 랩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환호가 터졌다코무나13가 메데진으로 관광 오는 사람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콜롬비아의 다른 도시뿐 아니라 프랑스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있었는데새삼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이 시리즈를 아직 안 본 사람이라면타인의 반응을 보고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마을 도서관 벽화>

<마을 도서관 벽화>


책을 읽는 아이를 그린 마을의 도서관 벽화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스페인어로 가득한 책 위에 쓰인 한국어가 눈에 띄어 더 반가웠다마을 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이 지역의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사교육은 커녕 공교육도 겨우겨우 마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마을 거리를 걷다 보면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과 종종 마주칠 수 있다하지만 아이들이 구걸을 통해 쉽게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학교를 빠지고 구걸을 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서 가이드들이 아이들에게 절대 돈이나 음식을 주지 말라고 강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콜롬비아는 모든 도시가 6개의 에스트라토(los estratos)’로 구분되어있다에스트라토는 구성원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1부터 6까지 나뉘어있는데숫자가 높을수록 고소득 사업자나 전문직들이 많이 거주하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코무나 13는 메데진의 대표적인 에스트라토 1지역으로 교육문화사회적 기반 시설 등에서 가장 소외된지역 중 한 곳이다그렇기에 코무나 13 거리의 아티스트들에게 한국드라마가 음악의 소재로 쓰이고그래피티에서 한국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은 더욱 인상 깊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최민정

성명 : 최민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콜롬비아/메데인 통신원]
약력 : 현) EBS 글로벌 리포터 (콜롬비아, 메데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