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관광업 포기 못하는 리우시, 독자적 노선 택하나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2.27

돌아온 새해 불꽃놀이행사 취소 후 2주 만에 번복한 리우시

전에 없이 찾아온 여름 추위에 심각한 독감이 도시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문제가 크게 거론되면서 대형 행사에 대한 불안이 거세지자 지난 5일 리우데자네이루시는 새해 전야제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그러나 지난 몇 주간 안정적인 병동 상황과 높은 백신 접종률에 리우시는 급히 입장을 번복하고 콘서트를 제외한 불꽃놀이 이벤트는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확정 지었다금주 리우에서도 첫 번째 해외유입 오미크론 사례가 확인되었지만 이 같은 계획에 수정은 없어 보인다시에서는 인구 이동과 밀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시의 열 곳에서 불꽃놀이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숙소식당술집 등에서는 백신 패스가 의무적으로 실행돼야 하며 교통 이용도 제한된다.

 

현지 언론이 밝힌 리우데자네이루 호텔 협회(ABIH-RJ)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현재 호텔 객실 이용률은 곧 10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팬데믹 이전 2019년을 포함 지난 2년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리우 갈레엉 공항은 12월 하반기에만 최대 12만 명의 내국인과 미국유럽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 약 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리우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높은 달러 환율과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제도가 없어 외국인도 쉽게 리우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12월 휴가철이 되면서 리우시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을 몸소 느낀다지난달까지 제법 잘 지켜졌던 마스크 착용 비율이 크게 줄었으며무조건 백신 패스가 있어야 가능했던 시설 입장도 휴가철 인구가 대거 몰리면서 세밀한 단속이 어려워졌다이로 보건대 리우시가 방역 조치로 내세운 백신 패스가 과연 축제로 과열된 거대 인파를 상대로 얼마나 효과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리우시의 이러한 결정은 브라질 내에서도 엇갈리는 반응이다일부 전문가들은 과밀한 해변에서 불꽃축제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리우를 제외한 많은 곳에서 새해 전야제는 물론 내년 2월 카니발 행사까지 취소한다는 발표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리우시의 독자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현지 언론에서 발표한 월초 설문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 사람들의 85% 이상이 카니발 개최에 부정적이라고 한다현재까지 약 140여 개의 도시에서 카니발 반대 의사를 밝혔다카니발 대표 지역으로 유명한 바이아주 역시 23일 취소를 발표했지만 리우시와 상파울루시는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특히 리우시는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니발 개최 여부가 도시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미 유명 삼바 학교들은 카니발 퍼레이드 준비에 한창이고 거리 행사 신청도 성황리에 진행되면서 다가올 카니발에 대한 기대심을 드러내고 있다일단 리우시는 최종 개최 확정을 내년 1월로 미루며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리우시 치주카 지역의 삼바 학교, 임페리오다치주카(Império da Tijuca)의 모습. 많은 삼바 학교가 이미 내년 카니발을 위해 리허설에 돌입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리우시 치주카 지역의 삼바 학교, 임페리오다치주카(Império da Tijuca)의 모습. 많은 삼바 학교가 이미 내년 카니발을 위해 리허설에 돌입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100년 역사의 삼바 학교, 지방 무형문화재 등극

번복되는 일정과 불확실함 속에 위축된 카니발 업계에도 희소식도 있었다. 이번 달 초 리우데자네이루주는 포르뗄라 삼바 학교(Grêmio Recreativo Escola de Samba Portela, 이하 포르뗄라)를 지방 무형 문화유산으로 승인했다. 포르뗄라는 리우에서 가장 오래된 삼바 학교 중 하나로 1923년 리우시 북부의 오스왈두 크루즈 지역에 설립되어 2023년에 100주년을 맞는다. 하얀 독수리 이미지와 파란색과 흰색의 시그니처 컬러로 널리 알려져 있고, 2017년 리우 카니발을 포함해 역대 최다 22번의 우승 타이틀을 가진 삼바의 황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매년 주제를 정해 줄거리와 풍자를 담아 펼치는 ‘삼바-엔레두’ 형식과 화려한 의상과 안무로 퍼레이드에 리드미컬함과 아름다움을 더한 ‘프론트 커미션’을 처음 도입하여 퍼레이드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대통령 문화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삼바 학교는 단순히 삼바를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활약한다. 커뮤니티를 위한 의료 서비스, 교육, 대학 입학시험 등 여러 사회 활동을 펼치며 인프라가 부족한 일부 지역 사회의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한 노력 끝에 한때 흑인 노예 후손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 공격받던 삼바 커뮤니티는 이제 전역에 많은 팬을 거느린 브라질의 대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클라우디오 카스트로 주지사는 이번 포르뗄라의 “무형 문화유산 승인은 특별히 리우 주의 삼바 문화, 음악, 역사를 보존하고 리우 카니발 축제 산업을 장려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2017년 리우 카니발 우승자 포르뗄라 삼바 학교의 지방 무형문화재 승격 소식 - 출처: ⓒ Tomza Silva/Agencia Brasil(21.12.06)>

<2017년 리우 카니발 우승자 포르뗄라 삼바 학교의 지방 무형문화재 승격 소식 - 출처: ⓒ Tomza Silva/Agencia Brasil(21.12.06)>


좋은 소식에 이어 삼바계의 큰 유지이자 포르뗄라의 명예회장인 모나르꼬(Monarco)가 지난 10일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비보도 들려왔다. 모나르꼬는 삼바 음악과 발전에 헌신한 브라질의 싱어송라이터다. 2015년 제26회 브라질 음악 시상식에서 그의 80년을 담은 앨범 《Passado de Glória - Monarco 80 anos》이 최고 삼바 앨범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포르뗄라는 모나르꼬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트로피 전시실을 그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그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장례식을 찾았다. 그중에는 유명 원로 가수 지오구 노케이라, 파울링유 다 비올라, 마리아 몽치, 리우 시장 에두아르두 파에스도 있었다.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도 SNS에 아래의 위로 메시지를 남기며 마지막을 함께 했다.

“삼바의 목소리, 모나르꼬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는 시로써 브라질 음악과 문화를 밝혔으며 이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가족과 모든 포르뗄라 식구들에게 삼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나르꼬의 별세 소식에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남긴 위로 메시지 - 출처: 트위터 @LulaOficial>

<모나르꼬의 별세 소식에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남긴 위로 메시지 - 출처: 트위터 @LulaOficial>


카니발이 개최될 수 있을지 누구도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밀고 당기기 하듯 코앞으로 다가온 일정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삼바 학교들의 가슴 졸이는 심정이 눈에 그려진다카니발을 앞두고 역사적인 삼바 학교 문화제 결정은 위축된 업계와 하루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시민들의 삼바 열정을 북돋우기 위한 응원이 아니었을까 한다신년 축제가 리우시의 내년 카니발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오른 만큼아무쪼록 별 탈 없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효정

  •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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