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샌프란시스코 한인 이민사를 가르치시는 유영경 선생님과의 인터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1.03

지난 칼럼에 소개된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의 취지와 교육과정 및 앞으로의 계획을 심층 취재하고자 이민사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강의하신 유영경 선생님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관장 정은경)의 객원 교육위원장으로 봉사하시는 유영경 선생님은 그동안 북캘리포니아 지역의 한글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20여 년간 한인 차세대 교육에 몸담아 오셨습니다. 다음은 유영경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료식 단체 사진이다. 두 번째 줄에 이복희 비전반 담임 교사(맨 왼쪽), 유영경 교육위원장(왼쪽 두 번째), 정은경 관장(가운데)이 학생들 및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료식 단체 사진이다. 두 번째 줄에 이복희 비전반 담임 교사(맨 왼쪽), 유영경 교육위원장(왼쪽 두 번째), 정은경 관장(가운데)이 학생들 및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선생님, 지난 8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뉴비전한국학교에서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를 마치셨는데요, 프로그램 내용과 프로젝트 영상을 보고 정말 공을 들여 준비하신 게 느껴졌습니다.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와 준비 과정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유영경 선생님) 이민사 아카데미의 기획과 준비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이민사 아카데미를 주관한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에 관해 잠시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여러 기능 중에 전시, 보존과 더불어 교육 기능이 있습니다. 전시를 설명해주는 도슨트가 관람자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요, 그런 측면에서의 교육 기능도 있고요. 또한, 박물관에서 교육과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자료 개발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의 주요 자료 개발 결과물로 [샌프란시스코 사적지 지도, 한국인의 또 다른 뿌리를 찾아서]를 들 수 있는데요, 박물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자입니다. 박물관의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최대한 잘 만든 책자로서 한국인 이민 사적지에 관한 중요한 정보와 상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사 사적지에 관해 생소한 일반인들에게는 내용이 쉽게 와닿지는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해 온 이민사 강연을 들어 보면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내용이 많은데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러한 강연을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초창기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민사 강좌의 필요성을 느끼고 개설에 대해 의논하던 중, 자료 개발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대한인국민회 재단에 견학을 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대위 목사님께서 만드신 타이프라이팅을 보고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견학을 다녀온 후, 청소년을 위한 이민사 아카데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정은경 관장님과 상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사적지 지도 책자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이민사 강좌의 계획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질문자)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의 객원 교육위원장이신 선생님께서 박물관의 그동안 교육 사업에 관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영경 선생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은 주요 교육 사업으로 인터뷰 영상 기록, 샌프란시스코 사적지 지도 편찬, 김종림 선생과 이대위 목사 등에 관한 이민사 강연 등을 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업 풍경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업 풍경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새로운 역사 학습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하시려면 한글학교 학생, 학부모 및 교사들의 이해와 지지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요, 기존의 한국학교 교육과정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이민사 수업 특강 시리즈에 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유영경 선생님) 한글학교에서 가르친 연수가 제가 미국에서 산 연수와 거의 같습니다. 20여 년간의 교사 경력을 되돌아보면, 한글학교들이 한국 역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에 도입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한국 근대사 이야기가 '미스터 선샤인'이나 '봉오동 전투'와 같은 영상물로 제작되면서 역사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미한국학교협의회(총회장 김선미)에서도 역사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이민사 교육자료를 지난여름 교사 연수 때 소개하면서 한글학교 교사들이 이민사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칠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는 위안부 기림비, 6.25 참전 용사 기념비를 비롯해 한국 이민 역사 사적지가 많이 있고,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에서 시행하는 '한국을 알리자!' 동영상(UCC) 대회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여름에 샌프란시스코 광복회에서 주최한 민족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그때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주 한인 이민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조장과 팀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샌프란시스코 한인 이민사에 관해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상세한 수업 내용과 사진 공유, 사려 깊은 학생 관리로 학부모님들 사이에 무한 신뢰를 받는 뉴비전 한국학교 비전반 이복희 선생님께서 담임 교사를 맡아주시면서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높아졌습니다.


▲ [보빙사, 지금 만나러 갑니다] 프로젝트 영상 촬영 준비를 돕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보빙사, 지금 만나러 갑니다] 프로젝트 영상 촬영 준비를 돕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이민사 아카데미에서 다루신 주제들을 보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북가주와 중가주 지역의 이민 사적지가 중심을 이루는데요, 이러한 주제들을 선정하시게 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유영경 선생님)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에서 자체 제작한 [샌프란시스코 사적지 지도, 한국인의 또 다른 뿌리를 찾아서] 책자가 차세대 학생들에게 좀 더 입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이민사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자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안에 다양한 이미지 자료와 영상 자료를 포함해 사적지 지도책을 멀티미디어 교육자료로 만들어서 교육적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 [샌프란시스코 사적지 지도, 한국인의 또 다른 뿌리를 찾아서] 책자를 멀티미디어 교육 자료로 계발해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영경 선생님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샌프란시스코 사적지 지도, 한국인의 또 다른 뿌리를 찾아서] 책자를 멀티미디어 교육 자료로 계발해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영경 선생님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를 성공적으로 마치셨는데요,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시간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유영경 선생님) 학생들이 그날 수업의 주제를 들으면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는 예를 들어, '엔젤 아일랜드'를 듣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표정을 지을 때 가장 보람되었습니다. 이민사 아카데미의 후반부에 프로젝트, [보빙사,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제작할 때 보빙사의 대표적인 인물,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 유길준 이외에는 언급된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맡은 한 명, 한 명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사진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 것이 가장 그 시대에 그분들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일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위태로웠던 조선을 떠나 말이 통하지 않는 샌프란시스코에 오랜 뱃길 여행 후에 도착한 보빙사 일행의 표정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밝고 장난스럽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맡은 분량이 많지 않았던 학생들은 영상에서 내레이터 역할을 하며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던 것이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 보빙사절단의 의상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보빙사절단의 의상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학생들과의 수업 활동 중, 학생들이 만든 [이민사 퀴즈]를 풀어보는 시간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영경 선생님) [이민사 퀴즈]의 원래 계획은 학생들에게 공립협회, 페리 빌딩, 엔젤 아일랜드 등의 사적지가 적힌 종이를 뽑아서 학생들이 종이에 적힌 사적지에 관한 문제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1조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어서 내면 2조 학생들이 맞히도록 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이민사 퀴즈] 순서를 오전에 짧은 시간에 잡다 보니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이민사 퀴즈]에 하루 일정을 할애하려고 해요. 문제를 낸다든지 가르치는 일은 스스로 공부해서 알지 못하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민사 퀴즈]가 이민사 아카데미를 이수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전반 담임 교사 이복희 선생님께서 학습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는데요, 이민사 수업을 한 날은 '내가 만든 이민사 퀴즈'를 초급, 중급, 고급의 수준별로 문제를 내 보게 하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셨습니다. 한글학교 수업과 연계되어 좋은 팀워크를 이루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 학생들이 [이민사 퀴즈]의 문제를 설명하고 맞히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학생들이 [이민사 퀴즈]의 문제를 설명하고 맞히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이민사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과거 한인 이민 선조들을 연기하며 과거의 이민 선조와 현재의 자신이 한 화면에서 교차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전문가 수준으로 기획, 진행, 촬영, 편집된 프로젝트 동영상 속에서, 우리나라 미주 이민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차세대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학생들이 살아가는 의미 있는 삶 속에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동영상을 기획하시고 대본을 직접 쓰셨을 텐데요, 담아내고 싶었던 메시지를 소개해 주세요.

유영경 선생님) 이민사 수업의 프로젝트로 보빙사를 했던 이유는 이번 수업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살펴보았던 장소와 그러한 역사적 사실이 생기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사실을 통해 그다음의 역사가 연결되는 과정, 특히 스무 살을 갓 넘은 보빙사 일행이 미국을 다녀온 다음에 각자의 인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힘들고 두려운 미지의 세상으로 걸어왔던 그분들의 자리에 가서 그 손을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전했고, 우리가 이 자리에서 공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대학을 가거나 직장 생활을 하며 어떤 두려운 상황에 처할 때 보빙사의 발걸음으로 조선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의 발걸음도 용기를 가지고 내딛기를 선생님과 부모님이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프로젝트 영상 촬영을 위해 의상과 분장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비장하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 프로젝트 영상 촬영을 위해 의상과 분장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비장하다. 사진 제공: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질문자)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가 1월에 뉴라이프 한국학교에서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민사 아카데미의 향후 계획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영경 선생님)
1월에 뉴라이프 한국학교에서 시작하는 이민사 아카데미는 이번에 뉴비전 한국학교에서 진행했던 수업과 같은 1기 과정입니다.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1기]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다음에 2기 과정을 들을 수 있고 3기까지 연계되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2기]는 흥사단, 맹호군, 김형제상회,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등의 사적지를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 3기]는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와 6.25 한국전쟁 기념비 등을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동시대 한인들을 인터뷰한 이민 녹취록을 수업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1, 2, 3기 과정으로 여러 곳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될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가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미주 지역, 나아가 세계 여러 지역의 한글학교로 확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차세대 한인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곳의 한인 이민 역사를 다양한 교수법과 체험학습으로 배우는 것을 통해 이민자 부모님과 자녀, 또는 이민 1세대와 2세대, 3세대 간의 문화적 단절감이 해소되고, 차세대 청소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건강하게 확립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재외동포 한인 청소년들이 현재 거주국에서 자신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리더로 성장하는데 정신적 자산이 될 [찾아가는 이민사 아카데미]를 기획, 진행하신 유영경 선생님과 샌프란시스코 한인 역사 박물관 정은경 관장님, 그리고 뉴비전 한국학교 비전반 이복희 선생님과 학생들 및 학부모님들께 재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미국/캘리포니아] 조한나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 6기
현) 데이비스 교육구 재직
경력)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교사
대학 강사 및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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