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심층 인터뷰] 깊이가 남다른 한국어 스피치 – 벤 라투어를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1.04

몬트리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주최한 2021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퀘벡주, 뉴브런즈윅주, 노바스코샤주,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 뉴퍼들랜드앤래브라도주에서 참가한 쟁쟁한 한국어 실력의 진출자 중 영예의 대상은 퀘벡 출신, 벤자민 라투어(한글 이름:라재민, 이하 벤)가 차지했습니다. 벤은 부상으로 수여 되는 갤럭시 북프로 360 노트북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2020년 3월 한국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후,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다시 한국어를 공부해 보고자 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혔습니다.


▲ 주몬트리올 대한민국 총영사관 김상도 총영사님께서 수상자들에게 상장 및 부상 수여

▲ 주몬트리올 대한민국 총영사관 김상도 총영사님께서 수상자들에게 상장 및 부상 수여


1994년생인 벤은 캐나다를 넘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인정받는 맥길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2017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한국에 거주하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스피치 발표를 직접 살펴본 통신원은 짧은 기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을 습득하게 되었는지, 언어에 반영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수상자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먼저 벤 라투어의 스피치 영상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발표주제는 '내가 한국어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발표주제는 '내가 한국어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 맑은 호수처럼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벤 라투어

▲ 맑은 호수처럼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벤 라투어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Ben Latour입니다. 한글 이름은 라재민이에요. 저는 원래 캐나다 퀘벡 출신이지만 4개국에서 생활한 경험 덕분에 현재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서 저는 저 자신을 '세계의 시민(Citizen of the world)'이라고 생각합니다. 맥길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후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평택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그다음에는 서울 종로에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현재 저는 바쁜 전문가와 국외 거주자들이 영어를 명확하고 자신 있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랭귀지 코칭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저는 다른 사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 보다 높은 신뢰성과 유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발음 및 억양 코치입니다.


▲ 몬트리올에서 영어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벤 라투어

▲ 몬트리올에서 영어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벤 라투어


여러 나라에 거주하면서, 그리고 45개국 이상을 여행하면서 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일부 표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해당 언어의 원어민인 것처럼 의사소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많은 사람이 제가 네이티브 수준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했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달성하려고 노력했던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지낸 지 몇 달 후 전화로 레스토랑 예약을 했는데, 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이 실제로 외국인인 제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언어능력은 삶의 많은 영역에서 제 삶을 더욱더 수월하게 만들어주었기에 지금은 이러한 저의 경험과 신념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Q2: 어떻게 해서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나요? 참가 동기와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A: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여자친구 가족과 함께 갔던 한국 음식점에서 줄을 서면서였어요. 여자친구 가족들이 코리안 바베큐를 먹고 싶어 해서 삼겹살에서부터 해물파전, 된장찌개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왔습니다. 그 날따라 줄이 꽤 길었는데요. 줄을 서면서 한국 총영사관의 안내문을 볼 수 있었어요. 저는 세종대왕과 한글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데요.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요구 사항을 보았을 때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1등 부상인 갤럭시 북프로 360 노트북은 저한테 너무 필요한 것이라 '운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어요.(웃음)

제가 우승을 하게 되면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만약 우승하지 못해도 2020년 3월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다시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으니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가 내가 이기는 거야!(Either way, I win!)'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요.

말하기 대회 준비는 먼저 주제와 심사기준을 살펴보고 브레인스토밍을 거쳤습니다. 처음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거제도, 진도 등 한국에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해 글로 한 번 써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흥미롭고 신기한 한국 음식들 - 산 낙지, 번데기, 청국장, 회, 홍어삼합 등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소개하며 먹어보라고 할 생각에 얼마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지..

그러다가 많은 사람이 같은 주제를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친구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어의 풍부함과 깊이, 특히 감정과 느낌을 상황, 색상, 질감 등과 연결하는 풍부한 어휘에 대해 글을 쓰도록 제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세종대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한국어에 '바삭한(crunch)'에 대한 다양한 단어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해 긴 글을 썼습니다. (일반 과자류, 사과, 쿠키, 꼬북칩의 식감을 표현하는 '바삭한'이라는 표현이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하지만 발표 시간이 1분이라 내용을 줄여야 했어요.


▲ 세종대왕과 한글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벤 라투어

▲ 세종대왕과 한글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벤 라투어


어쨌든 저는 좀 더 시적인 주제를 선택하기로 하고 동의어와 의태어를 조사했고, 한국에서 살았을 때 저의 한국어 공부 노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노트를 보지 않고도 쉽게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습했어요.

Q3: 한국어의 새로운 표현을 배울수록 관점이 확장되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한국어에 존재하는 단어, 특히 감정과 감각을 설명하는 단어의 풍부함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한국어가 저의 견해와 관점을 확장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저의 스피치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이전에는 그저 '진한 파란색'에서 '약간 진한 파란색', '밝은 파란색' 등에 이르기까지 선형적 방식으로 색상에 대해 표현할 수 있었던데 반해, 지금은 우리의 감정이나 감각과 마찬가지로 단어 자체를 넘어 색상을 설명하는 단어와 표현이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맑디맑은 몬트리올의 푸른 하늘(좌), 비가 오려나~? 2018년 여름 희끄무레한 한국의 하늘(우)

▲ 맑디맑은 몬트리올의 푸른 하늘(좌), 비가 오려나~? 2018년 여름 희끄무레한 한국의 하늘(우)


그 결과 지금은 제가 영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훨씬 더 풍부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It’s so cold, the sky’s blue cuts through the gray of the city(너무 춥다. 하늘의 푸른빛이 도시의 회색을 가르고 있다.)와 같이 한국어에 존재하는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영어문장에서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요. 뉘앙스의 차이인 것 같아요. 주로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이런 단어가 흔한 경우로, 드라마 '도깨비'를 가장 많이 생각해요.) 정말 느끼게 되죠. 자막번역이 기술적으로 정확하다 하더라도 한국어가 가진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영어로 번역되었을 때 의미의 상당한 부분을 잃게 됩니다.

Q4: 지금까지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가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불어나 영어와 비교해서 얘기해도 되고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 흠.. 한국어가 가진 매력이요?

▲ 흠.. 한국어가 가진 매력이요?


A: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게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들 뒤에 있는 '한자'입니다. 원래 제가 언어를 배우게 된 큰 동기 중 하나는 한국어 학습이 나아가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출발점 또는 발판(springboard)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모두 한자를 토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어는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즉시 읽고, 쓸 수 있었고 나중에 사물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었어요. 점차 한국어를 배우면서 '도, 중, 장, 식’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요소를 공유하는 단어를 보면서 일련의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다시 말해, 제가 실제로 글자나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두 단어를 보고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회식'과 '시상식'에서의 '식'은 모두 '모임'이나 '자리'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어요. 이러한 한국어의 매력으로 인해 제가 한국어를 더욱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 단어와 표현에 내재한 의미와 속뜻을 찾도록 해주었습니다.


대화중


Q5: Language Coach로서 앞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조언이 있다면요?

A: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학습 초기 단계에 한글과 발음을 정확히 익혀야만 계속해서 새로운 어휘를 배우는 데 지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매우 부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물을 발음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결국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영어로 답하게 됩니다. 이것은 한국어 연습에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에 존재하는 재미있고 유용한 표현을 배워보세요. 그러면 많은 문이 열릴 것입니다. 실수를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그때 그때 기록해 두어 실수로부터 배우십시오!

자신이 세종대왕과 한글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벤!

자신이 세종대왕과 한글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벤!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과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를 통해 더욱더 넓고 깊게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길 기대한다.


김민의
[캐나다/몬트리올] 김민의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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