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든 각기 다른 전통 무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태권도는 한국을, 우슈(武术, 쿵푸)는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이다. 태권도는 1961년 대한태권도협회 창설로 시작해 1963년부터 전국 체전에 공식경기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973년 서울에서 제1회 세계태권도 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하였고, 198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는 태권도를 올림픽 경기 종목으로 채택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태권도 세계화의 기틀 마련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시범경기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2000년, 마침내 태권도는 시드니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대부분 태권도장은 보호자가 교육받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도장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지 않았다.>

반면 우슈는 한국보다 훨씬 늦은 1990년 국제우슈연맹을 창설하여 우슈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당해 베이징 아시안 게임 때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었고, 1991년 처음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으나 현재까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우슈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어렵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 이유는 이미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우슈가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 단적인 이유는 중국내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통신원이 사는 동네 근처 1킬로 반경에 총 10여 개가 넘는 태권도장이 있다. 며칠 전에도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아이샹(艾尚)태권도장이 생겼다.>

통신원이 거주하는 충칭은 시민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슈를 가르치는 학원은 보기 드물다. 반면에 태권도 학원은 너무 많아 서로 경쟁을 벌이기에 바쁘다. 태권도 학원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태권도가 중국에서 지금처럼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명태권도장 조명현 사범에게 몇 가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조 사범에 의하면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대중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조 사범은 “현재 중국의 여러 사회문제상, 아이들이 태권도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고, 가장(家長)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태권도의 인기는 현재 중국 정부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기치 아래, 현재 중국 정부는 아이들의 체력증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새롭게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태권도의 잘 갖춰진 시스템과 쉽게 어디서도 배울 수 있도록 갖춰진 인프라는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큰 태권도 시장을 만들고 있다.

<중국 태권도 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다. - 출처 : 바이두따오커웨두(百度道客阅读)/통신원 재구성>

중국에서는 1994년 태권도 국가대표팀이 만들어졌다. 2004년에는 중국태권도협회가 설립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허난셩(河南省) 출신의 천종(陈中)이 여자부 67kg급 이상급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중국은 지금까지 총 7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중국에서 태권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약 10년 전에 1,000억 위안(약 18조원)에도 못 미치던 태권도 시장은 현재 여섯 배가 넘는 6,300억 위안(약 117조원)의 거대 시장으로 변했다.

<태권도는 이미 중국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 출처 : 바이두따오커웨두(百度道客阅读)/통신원 재구성>

중국 부모들이 태권도를 우슈보다 반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 정책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 밖에도 태권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인식, 성격을 외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아이들의 예의를 갖추게 된다는 점은 다소 높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실제 중국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은 한국식 경례와 인사를 습득한다. 이러한 예의바른 모습은 중국인 부모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된다.

<중국에는 태극기를 걸어 놓지 않은 태권도장도 많다.>

<태극기가 걸린 도장과 태권도를 배워야 하는 10가지 이유에 대한 설명>

충칭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통신원은 단편적이지만 중국 내 태권도 위상이 높아졌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뿌듯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이미 중국에는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과의 교류의 산물이 아닌, 중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태권도를 배운 사범이 많고, 그들이 설립한 도장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한 도장은 종주국인 한국, 그리고 우리 문화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태극기가 걸리지 않은 태권도장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중국어로 구령을 외치는 도장도 이미 적지 않다.

어느 중국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중국 배우가 태권도를 중국의 무술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논리는 매체를 통해 정당하게 포장되기도 한다. 원조 논쟁은 이러한 사안에서 출발해 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된다. 결과적으로는 반한, 반중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전까지 중국 내 태권도 유행을 그저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 열풍, 그리고 태권도의 확산은 분명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이자, 강력한 문화 콘텐츠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발전만큼, 앞으로도 종주국으로서 태권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주목해야 할 지점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中国国家跆拳道队_百度百科, https://mbd.baidu.com/ma/s/9Ag5Rafl
2021年跆拳道行业市场调研前景分析, https://mbd.baidu.com/ma/s/SFNqqj7e

•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