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인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이 함께하는 인도네시아의 리틀야구팀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1.07

한인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리틀야구팀


긴장감 속에 한방씩 빵빵 터지는 '예측 불가능'한 짜릿한 매력으로 알수록 빠져드는 야구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 밖에도 야구 마니아가 아니면 외기 힘든 복잡한 규칙과 불꽃 튀는 수많은 작전과 화려한 개인기와 플레이가 통계로 정리된다는 점에서 "야구가 게임보다 재미있다."는 말이 나왔으리라.

대한민국 리틀야구팀의 역사는 197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년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의 우승팀이었던 대만의 리틀야구팀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친선경기를 치를 어린이 야구팀을 결성하게 되고 1981년 4월 1일 한국 최초의 리틀야구팀 '자이안트'가 창단되었다.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에도 '리틀야구단'이 있다. 비록 모국처럼 좋은 시설이 없어 무덥고 습한 야외에서 모여야 하지만,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진 한인 학생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주말마다 찾는 인도네시아의 리틀야구단.

인도네시아 최초로 정식 허가를 받은 리틀야구단은 학업 스트레스에 지친 아이들이 푸른 천연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고 땀 흘리며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기초 체력부터 캐치볼, 수비, 타격, 주루 등 야구에 필요한 모든 훈련을 포함, 단체 활동에 필요한 협동심과 배려심, 예절, 인성 교육까지 신경 쓴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싱가포르 등과의 교류전과 리그도 틈틈이 실시하고 있다.

그곳에서 특별한 학생을 만났다. 버카시에 위치한 국제학교 ACS Jakarta에 재학 중인 오윤성(G11) 학생은 어릴 때부터 야구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꾸준히 야구를 했다. 올해부터 협회 임원들의 추천으로 재인도네시아 대한야구협회 리그 역사상 '최연소 선수'로 입단, 리그에 활동 중인 3팀 중 코리아나 팀에서 내야수로 활동하며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리틀 야구단의 '오 코치'로 활약 중이다. 물론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료봉사이다.

대부분의 운동은 다 좋아하는 오윤성 학생은 특히 농구와 배드민턴, 골프, 수영을 집중적으로 해 왔다. 학교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그는 10학년 때 교외대회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학년이 되고 공부하는 양이 많아지면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새벽 수영반에 합류하여 수업 전 몸도 풀고 정신도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한다. 그러기 위해 5시에 일어나 새벽별을 보며 학교에 가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잠시 중단했지만, 농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7년간 국제학교의 농구팀 선수로 활약하며 야구만큼 애정을 쏟았다. '제1회 자카르타 청소년 DREAM 3:3 농구대회'를 비롯해 학교 간 대항전 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구대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자신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말하는 오윤성 학생(이하 '오 코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근교에 있는 ACS Jakarta 11학년에 재학 중인 오윤성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인도네시아에 온 지 11년째 되었습니다. 몇 년째 일요일마다 재인도네시아 대한야구협회(IKBO)라는 정규 야구 리그에서 한국분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재인도네시아 대한야구협회란?
- 2007년 11월 창단(회장 이창균)
- 코리아나, 무한도전 2.0, 스나이퍼스, 레드치어스 등
- 회원 수 90여 명

2007년 자카르타 스나얀 야구장(현 아시안게임 야구장)을 무대로 2개(코리아나리그, 자바리그) 리그로 시작한 야구 활동이 지난 2019년도 리그를 통합하여 재인도네시아 한인 야구협회 통칭 IKBO(Indonesia Korean Baseball Organization)로 재출범했으며 약 90명 정도의 선수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출범 당시 6개 팀에서 코로나로 인한 한인들의 귀국 등 인원 감소로 현재 3개 팀만 운영 중입니다.

재인니 대한야구협회에서 본인의 포지션과 역할은?
어릴 때부터 야구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꾸준히 야구를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협회 임원들의 추천으로 재인도네시아 대한야구협회 리그 역사상 최연소 선수로 입단했습니다. 리그에 활동 중인 총 3팀 중에 코리아나에서 내야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금 사는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에 중국에서 살았습니다. 저의 야구 인생도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돌잔치 날 장난감 야구공을 돌잡이 물품으로 챙겨 슬쩍 제 손 가까이 밀어 넣으실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부터 야구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워 잘 들지도 못하는 방망이를 끌고 다니며 아버지와 똑같이 맞춰 입은 야구 유니폼이 엉망이 될 때까지 야구장에서 뛰어놀았습니다. 타자들이 휘두르는 방망이를 보고 따라 휘두르다 보면 몸이 팽이처럼 빙글 돌아 넘어지기도 하고 포수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슬라이딩이 멋져 보여 따라 하다가 바지가 찢어져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야구와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야구란?
야구는 저에게 '자유'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와 공부에 매달려야 하지만, 주말에 야구하는 동안은 야구 선수 오윤성으로 설 수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서 작은 야구공에 일주일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가득 담아 멀리 날려버립니다. 일요일 오후에 즐겁게 운동을 하면 장담하건대 월요병이 사라집니다. 일주일도 잘 마무리되고 새로운 한 주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2년 전부터 이곳에서 리틀야구단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을 도와 매주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 속에 섞여 운동하면서 느꼈던 재미와는 또 다른 희열을 느낍니다. 아이들에게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운동과 몸풀기 동작부터 알려주면서 시작하는 리틀야구단에서 저는 '작은 코치님'으로 불립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까불거리는 모습은 꼭꼭 숨기고 아이들 앞에서 근엄한 코치가 되고 싶은데 '작은 코치님'하고 아이들이 부르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광대뼈가 하늘로 치솟습니다. 공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글러브를 어떻게 끼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주며, 야구장을 놀이터보다 더 좋아했던 세 살 때의 제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그저 야구가 던지고 치는 운동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팀을 이루어 마음을 맞추고, 어떻게 수비를 하고 공격을 해서 이겨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법까지 배우는 야구는 장점이 참 많은 스포츠입니다.

야구는 건강도 유지하고 정신적인 성장까지 이루게 해주는 완벽한 스포츠가 아닐까요? 이런 경험을 살려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나 프로젝트에도 더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더니 자연스럽게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로 뽑히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인도네시아에는 야구를 배우고 싶어도 환경과 여건이 안 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리더로 있는 학교 봉사팀은 오지의 현지 학생들에게 야구 물품을 기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돌잡이 때 잡았던 야구공은 그저 작은 장난감이었지만, 지금 제가 잡는 야구공은 미래로 향해 던지는 저의 '꿈'이자 '도전'입니다. 제가 던진 꿈이 아웃이 아닌 홈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려 합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자원봉사자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자원봉사자들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팔렘방에서 열렸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18th Asian Games, Jakarta Palembang 2018) 때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한국 국가대표 야구팀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새벽 시간, 공항에 마중 나가 선동열 감독이 이끈 선수단 입국 환영식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중에는 앳된 얼굴의 어린이들도 섞여 있었다. 그중의 한 명이 오 코치였다. 한인들의 따뜻한 인사를 받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오 코치는 경기 때마다 한인들에게 응원복과 응원 용품, 생수 등을 나눠주고 응원을 하며 스포츠 관련 직업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관심은 꿈으로 이어졌다. 스포츠 에이전트나 프로팀의 트레이너로 일하는 꿈을 갖게 된 오 코치는 현재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운동 역학(kinesiology)과가 유명한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 버지니아주립대학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를 목표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시청하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주인공처럼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어 선수들과 호흡하길 원한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뒤에 있는 것보다 직접 발로 뛰는 선수가 되어야 하지 않냐고. 오 코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인생이야, 말씀하시는 어른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벽에 부딪혀 튀어나오는 공을 치는 스쿼시를 생각하면 됩니다. 앞을 가로막는 벽에 부딪쳐 튕겨 나가면서 자세와 정신을 바로잡고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벽에 부딪혔을 때의 파열음에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건 덤입니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저에게 너무 어렵고 불가능한 여정입니다. '안 되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연습경기 준비 모습

연습경기 준비 모습


경기 전 투수와 호흡 맞추기

경기 전 투수와 호흡 맞추기


리틀 야구 경기 (대한민국 vs 인도네시아)

리틀 야구 경기 (대한민국 vs 인도네시아)


경기 전 승리를 다지는 부자(父子)

경기 전 승리를 다지는 부자(父子)


리틀야구준비현장

리틀야구준비현장

리틀야구준비현장

리틀야구준비현장


코로나19로 아쉽게 빗장을 걸어 잠갔던 리틀 야구단이 문을 열었다. 미래의 야구 꿈나무들은 오 코치를 따라 몸을 풀면서 옆의 친구들과 장난스러운 눈길을 주고받는다. 2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훌쩍 자란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는지 마스크 안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리틀 야구단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리틀 야구단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리틀 야구단


이영미
[인도네시아/땅그랑] 이영미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5, 6기
현) 한인뉴스 편집위원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고등부 방과 후 글쓰기 강사
경력)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 집필
샘터동화상·제주기독신춘문예 수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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