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사천외대 한국어과 김은주 교수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1.11

현재 충칭과 함께 중국 서남부 지역을 이끌고 있는 쓰촨성(四川省)의 성도인 청두(成都), 이곳에도 적지 않은 교민이 있다타국에서는 교민 사회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여러 방면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고간단한 업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이런 어려움을 교민 사회에서 보다 손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교민 사회와 해당 지역 간의 관계가 때로는 한국에 대한 지역민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이런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한국 문화 전파와 다문화 가정에 있어 보다 영향력이 있다고 보인다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다문화 가정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은주 교수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은주 교수는 밝은 미소로 통신원을 반겨주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김은주 교수는 밝은 미소로 통신원을 반겨주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저는 2003년 성탄절에 이곳 청두에 와서 20여 년 살아온 김은주라고 합니다여기에 와서 아들을 낳아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고요뒤늦은 나이에 사천대학교에서 만학도가 되어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해왔고이전부터 한국어 말하기 대회다문화 가정 활동 등 문화교류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해왔습니다지금은 사천외국어대학교(청두한국어과에서 외국인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중국 청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셨나요?

제가 쓰촨성 청두에 살게 된 계기는 남편입니다남편은 바로 이곳 청두사람이에요이전에 한국에서 박사과정할 때 만난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저는 한국에서도 원래 가르치는 일을 해 왔어요청두에 오고 나서 보니 당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기였는데정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이 별로 없었어요당시 분위기와 더불어 사천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서도 교수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방면에서 한류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그 변화를 느끼시나요?

네 그럼요우선 한류는 시대적으로 변화의 시기가 있었습니다이전에 한류 1세대, 2세대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했었죠지금은 신한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전에도 한국 드라마음식여행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 붐이 일었지만최근에는 더 빨라진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한류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예를 들어 요즘 전 세계적으로 BT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요다양해진 미디어 채널을 통해 BTS는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그런 노력을 통해 이전의 한류 스타들보다 월등히 더 많은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최근에 영화 <기생충>, <미나리등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등이 한류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이런 발전된 모바일과 매체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요즘 사람들의 생활에서 핸드폰을 떼려야 뗄 수가 없잖아요.

 

학생들과의 소통에 있어 선생님만의 특별한 교수법이 있을까요.

글쎄요사실 제가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처음에는 걱정도 했어요하지만 결국엔 '나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모두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했습니다제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외국인 교수로서 회화'코위(口语)'를 담당하는데요항상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즐겁게!'를 강조합니다사실 우리도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끼지만회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그래서 수업내용도 학생들이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하려 노력합니다.

 

<사천성 다문화 가정 아내들의 모임에 참석한 이광호 청두 총영사(좌)와 김은주 교수(우)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사천성 다문화 가정 아내들의 모임에 참석한 이광호 청두 총영사(좌)와 김은주 교수(우)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현재 청두 다문화 가정 모임을 이끌고 계시는데요. 모임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다문화 가정사실 이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분분한데요긍정적부정적 의견그리고 적극적소극적 자세 등등이 따라옵니다아무튼 청두에는 주로 한중커플이 많기에 한중 문화가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6년 전부터 한중 문화가정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소소한 활동과 소통을 해왔습니다현재 커뮤니티 안에 약 50여 한중 문화가정이 있습니다실제로는 더 많은 가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청두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한중 문화가정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사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한 가정을 꾸려 자녀를 낳고 생활하다 보면 여러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생활해온 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인한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그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것이 이 모임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저희 청두 커뮤니티는 자체적으로 소소한 활동을 해오긴 했는데요아직까지 정부나 기관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고 자력으로 이끌어 가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입니다한중 문화가정 혹은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나 관련 기관의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 3권의 삼국지 서적의 번역에 참여하면서 그녀는 점점 삼국지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위 3권의 삼국지 서적의 번역에 참여하면서 그녀는 점점 삼국지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현재 무후사 가이드 자원봉사를 지원하셨는데요. 지원동기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는 삼국지 연구에 심취해 있습니다그 계기는 201711월 한국 신아사 출판사에서 <삼국지 감춰진 이야기>, <무후사 그 안에서 본 삼국지>, <학자의 눈으로 본 삼국지세 권을 출판했는데요그때 이 삼국지 관련 세 권의 한국어 번역 작업에 동참하게 되면서 '삼국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나 영상 및 서적 등을 열심히 수집하여 보고 있습니다청두는 삼국지의 본고장이기도 하고특히 촉나라의 수도였죠그중에 유비제갈량의 군신 합사 사당인 무후사는 아주 중요한 국가급 유적지입니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문화 안내 자원자를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응모했어요실습생이 되기 위한 서류접수면접오리엔테이션시험 등의 쉽지 않은 네 단계를 거쳐 실습생에 합격했습니다현재 3개월 실습 과정 중에 있습니다실습 후에 최종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 문화 안내 자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물론 무보수 명예직이고요저는 문화 안내 자원자의 유일한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영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사천 ‘난총’이라는 곳이 삼국지의 저자 ‘진수’의 고향이고 그곳에 삼국지 연구회가 있습니다. 그 연구회에서 곧 ‘삼국지 국제학술회’가 있을 예정인데 저도 초청받아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공통으로 교감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2019년 청두에서 한중일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3국의 정상들이 연설에서 모두 삼국지에 대해 언급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3개국이 이웃 국가로서 삼국지에 대해 공통의 관심과 애정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전에 여기 청두 방송국에서 <걸어서 보는 무후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이미 무후사 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인 만큼, 한중 간 민간문화외교로서 제가 <한국인의 삼국지 꿈>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방역상황으로 왕래가 힘들지만, 전에는 저희 가족을 비롯하여 많은 한국 분들이 이곳에 다녀갔고,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많은 한국분들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더욱 알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은주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은주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삼국지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은주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삼국지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은주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청두 생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청두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중국의 살기 좋은 도시 순위 1위로 계속 선정되기도 하잖아요제가 거주한 20여 년 동안 청두에는 정말 괄목상대할만한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일반적으로 도시 발전의 장단점은 어디나 있겠지요청두는 일단 삼국지의 본고장으로서 그 향기가 곳곳에 배어있어요지리적으로 사천성이 산맥에 둘러싸여 있고커다란 분지 지형이다 보니 역사적으로 난공불락의 지형이었지요지금은 도로와 교통의 발달로 이런 단점이 많이 해소되었지만삼국지 시대에는 제갈량이 북벌을 나간다는 자체가 존경스러울 정도였지요땅이 비옥하고 산물이 풍부한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비교적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햇빛이 나는 날 차를 마시고 마작을 두는 모습들을 보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이것은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어찌 보면 꼭 필요한 분위기이지 않을까요그래서 청두에 오면 떠나기 싫어한다는 중국어의 표현이 있을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네요


<학교의 동방 문화제 행사에서 전통 한복을 입고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김은주 교수의 모습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학교의 동방 문화제 행사에서 전통 한복을 입고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김은주 교수의 모습 - 출처 : 김은주 교수 제공>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와 희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 이제 인생 2막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국지의 꿈!’ 이것이 제 인생 2막에 펼쳐질 꿈인데요. 기본적으로 ‘무후사’에서 문화 안내 자원자 역할과 삼국지 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삼국지 루트 여행이나 답사를 가서 영상에 담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천성 내 삼국지 유적지 중에 대표적인 검문관, 명월협, 낭중고성 등은 이미 다녀왔고요. 조만간 유비가 죽기 직전 아들 유선과 제갈량을 불러놓고 탁고를 한 ‘백제성’과 그 지역 일대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쉽지는 않겠지만 삼국지에 대한 주제별 강연, 주제별 책 출간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갈량이 출사표에서 “팔과 다리에 힘이 있는한…”이라고 한 구절처럼, 저도 체력이 되는 한 계속 이 일을 하려고요. 마지막으로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서 입시 준비도 도와주어야 하고요. 무엇보다도 건강이 중요하니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과 체력을 키우려고 합니다.

김은주 교수와의 만남은 참 인상적이었다. '삼국지'에 빠져있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열정적이었고 희망에 차 있었다. 타국에서의 20여 년 생활 동안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오늘의 김은주 교수는 그녀의 옆을 항상 든든히 지켜주는 청두 남편, 사춘기에 들어섰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자랑스런 아들이 있다. 그녀에게는 이미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그녀의 그런 경험담을 필요로 하는 가정들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선 제자들이 그녀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미래의 한중 우호에 있어 중요한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그녀의 인생 제2막 또한 그녀의 미소와 긍정의 힘처럼 낙관적이고 희망적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https://youtu.be/E9Di_t5M6yk이다.





한준욱

  •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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