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현지 시간), 터키 통계청이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터키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20년 12월과 비교해 36.08% 상승하면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그룹은 교통 및 운송비(53.66%)와 식료품비(43.8%), 생활용품(40.95%) 순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가장 낮은 상승 변화를 보인 그룹도 눈에 들어온다. 교육(0.13%), 건강(3.55%), 통신(3.65%)이었다.
<2021년 터키 소비자물가지수 - 출처: 터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의미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의 변동을 측정해 주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경제지표의 하나이다. 위의 통계 자료를 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터키 시민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교통비와 식료품비, 생활용품과 같이 반드시 지출해야만 하는 항목들의 가격은 크게 상승한 반면, 교육과 건강과 같이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항목들의 물가 상승폭은 가장 낮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상 초유의 물가 급등으로 터키 시민들의 일상은 그야말로 폭발하기 직전이다. 통신원은 물가상승이 가장 크게 나타난 현장들을 중심으로 터키인들의 일상의 모습들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찾아가 봤다. 처음 찾아간 곳은 시민들이 날마다 이용하는 마트이다. 마트를 찾아가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알아봤다. 품목별로 보면 달걀 30알(25리라→39리라), 버터 700g(40리라→80리라), 우유 1L(3.7리라→10리라), 식용유 1L(10리라→26리라), 참치캔 2개(20리라→45리라), 휴지 16개(7리라→66리라), 식기세척기 세제 60개(70리라→169리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물가 상승이 높은 식료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다음으로 재래시장 물가는 어떤지 알아봤다. 재래시장에서는 너무 높아진 물가에 시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오는 주민들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상인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시장 곳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한 주민은 가격이 올랐다면서 상인에게 물건을 담다가 봉지째 집어 던지기도 했고, 또 다른 주민은 처음 사려고 했던 양보다 적게 덜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한 주민이 구입하려던 밤을 상인에게 다시 쏟아 던지고 돌아서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또 다른 주민은 자신이 구입하려던 양보다 적게 덜어내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작은 가판대를 세워 놓고 장사를 하고 있던 한 상인은 자신이 두 해 전에 중학교 교감으로 정년 퇴임을 했다고 한다. 30년 동안이나 교직 생활을 했지만 퇴직 연금이 이번에 정부가 올린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하면서,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장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퇴직 연금은 3,400리라(약 30만원)인데 최저 임금은 4,250리라(약 37만 4,300원)로 사회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퇴직 교감 –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마지막으로 환전소를 가 봤다. 환전소는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 변동으로 인한 터키 시민들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지난 12월 달러 대비 터키리라 가치가 폭락하자, 터키 시민들은 리라를 달러로 바꾸기 위해 환전소로 몰려들었다. 환전소는 그야말로 달러를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었다.
<터키 시민들이 환전소 앞에서 환율이 변하고 있는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하지만 새해가 지나, 통신원이 다시 환전소를 찾았을 때는 불과 한 달 전 상황과 또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터키 시민들이 이전과 같이 달러로 바꾸지 않고, 환전소 앞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율 게시판만 한동안 지켜보다가 돌아갔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터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풀어 일시적으로 터키리라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0일 리라화 환율이 18리라까지 올라갔다가 단 하루 만에 11리라 선까지 떨어졌다. 현재 터키는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 위기의 최고점에 서 있다.
터키 리라화 하락으로 인터넷에서는 ‘1만원으로 장보기’, ‘1만원으로 하루 살아보기’ 등 저렴한 물가를 이용해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터키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에게는 지금의 터키 상황이 어떨까. 터키리라 하락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와서 경험하는 것처럼 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터키 교민들 가운데 달러로 급여를 받고 사업을 하는 경우엔 맞겠지만, 현지 통화로 생업을 하는 교민들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터키 서울 프라자 마켓 2021년 한식 재료 가격표 - 출처: 서울 프라자>
현지인들 만큼은 아니지만,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 상황에 따라 현지 통화로 생업을 하는 교민들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기 표는 터키에서 한식 재료를 판매하는 한 마켓의 2020년 가격 정보이다. 된장 가격은 2022년 1월 기준, 1㎏ 101리라→155리라로 올랐다. 김치 가격도 달러 대비만큼 올랐다. 10㎏ 968리라에서 올해는 1,484리라로 올랐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재강조하고 있어 19년 만에 찾아온 사상 최고의 물가 상승률은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이 된다. 시민들의 일상은 오늘도 불안 속에서 계속 바뀌고고 있다.
※ 참고자료
터키 통계청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https://data.tuik.gov.tr/Bulten/Index?p=45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