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글 그림책으로 만나는 겨울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1.18

바르샤바 한글학교는 이번 학기 세 번의 수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로 남은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됨과 동시에 휴교했고 2021년 9월 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을 다시 만났었다. 폴란드 정부의 방침으로 1월 8일까지 대면 수업을 금지했기 때문에 1월 8일 수업은 할 수 없이 휴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치부 아이들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대면 수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바르샤바 한글학교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여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할 경우 폴란드 정부의 방침을 기준으로 유치부는 대면 수업을 하고 그 이상의 학년은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말이다.


유치부에서는 긴 겨울방학 맞이 준비를 하며 겨울과 관련된 그림책을 함께 읽고 활동하였다.


[눈아이] 안녕달 그림책, 창비 출판사

[눈아이] 안녕달 그림책, 창비 출판사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던 아이는 작고 작은 눈덩이를 보게 된다. 주인공 아이가 작은 눈덩이에 눈과 코, 손을 만들어주며 둘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나간다. 그렇게 아이와 눈 아이는 겨울 동안 둘만의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 하지만 점차 날이 따뜻해지며 눈아이는 조금씩 녹고 지저분해진다. 녹아내리는 눈아이에게 주인공 아이는 왜 우느냐고 묻는다. "따뜻해서."라고 답하는 부분에서 함께 읽는 아이들도 금방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표정이다. "따뜻해서."라는 말은 눈아이가 친구인 주인공 아이에게 건네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흙이 묻고 더러워져도 계속해서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주인공 아이의 말이 진짜로 따듯해서 함께 위로를 받는다. 변해버린 초라해진 친구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용기. 어른들도 관계를 맺기는 전혀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타국에서 모습도 말도 전혀 다른 친구들과 섞여 놀기란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주인공 아이처럼 겉모습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타국이지만 따뜻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글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서로에게 더 큰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눈이 펑펑 오는 날 함께 읽으며 친구와 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엄마마중] 보림 출판사

[엄마마중] 보림 출판사


표지에 보호자 없이 코와 볼이 빨간 아이가 우두커니 서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빛바랜 듯한 오래된 질감과 지금은 잘 입지 않는 옷을 보면 아이가 사는 시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엄마 마중]은 1938년 [조선아동문학집]에 실린 이태준 작가의 글에 2004년 김동성 작가의 그림이 입혀져 출간된 그림책이다. 짧은 문장과 그림에서 일제 강점기의 시대 배경을 알 수 있다. 김동성 그림 작가는 몇 줄 안 되는 짧은 문장에 그림의뢰를 받고 고민이 많이 됐다고 한다. 그 많은 고민의 결과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가 엄마 마중을 나간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작가 이태준은 일찍 부모를 잃고 한국의 비극적인 현대사에서 남과 북 모두에서 외면받고 길을 잃은 불운의 작가이다. <엄마 마중>의 주인공은 이태준 작가 자신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무엇에 상처받고 결핍된 이야기들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역사를 알아가고 온전히 느끼는 매체로도 그림책이 딱이다. 어렵고 복잡한 그 시대를 알지 못한다 해도 그림으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 역사를 배우기 전인 학년들도 그 당시의 풍경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엄마 마중]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면지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추운 날 엄마를 마중 나간 아이가 무사히 엄마를 만났을지 궁금하다면 책으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하얀 눈이 오는 마을 풍경에서 눈을 크게 뜨고 아이를 찾아보길.


[엄청난 눈] 박현민 그림책, 달 그림 출판사

[엄청난 눈] 박현민 그림책, 달 그림 출판사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인 박현민 작가의 그림책은 눈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열광할 만한 책이다.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보여준 달까? 그림책 제목 외엔 글씨가 없다. 새하얀 면지를 눈으로 설정하고 두 아이를 뒤따라가다 보면 함께 실컷 논 기분이다. 책에서만큼 많은 눈이 오면 얼마나 즐거울지 그림책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커다란 눈사람이 나타날 땐 함께 읽던 아이들의 눈과 입이 눈사람만큼 커진다. 그림이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독자가 글 작가가 되어 볼 수도 있다.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써보는 활동은 그림을 보며 표현할 수 있어서 좀 더 구체적인 글쓰기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한글학교에서 한글 그림책을 활용하는 수업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바르샤바 한글학교 수업 모습]

[바르샤바 한글학교 수업 모습]



[코로나19 확진 및 백신 접종 현황]

1. 확진자 현황
추가 확진자: 17,156명(검사자 대비 확진율 17.53)
추가 사망자: 616명
누적 확진자: 4,017,420명
누적 사망자: 93,445명

2. 백신 접종 현황
2회 접종자 및 J&J 백신 1회 접종자: 20,904,529명

부스터 샷: 6,023,039명



[폴란드/바르샤바] 김은지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6기
현) 바르샤바 한글학교 대표교사
경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양대학교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연구원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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