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식 마늘빵이 이례 없는 유행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유행 중인 마늘빵은 기다란 바게트빵에 마늘 소스를 바른 형식이 아닌, 둥그런 모양의 부드러운 빵에 피자 조각 모양을 내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늘 크림소스가 듬뿍 발린 빵이다. 통신원이 즐겨 찾는 동네 빵집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마늘 빵을 팔기 시작했는데, 가격은 1개 200엔(약 2,000원) 정도로 조금 비싼 편에 속하지만, 특히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 점심시간 전에는 금세 완판된다고 한다. 마늘빵은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이 됨과 동시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자면 최근까지 유행했던 ‘한국식 크로플’ 못지않은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동네 빵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마늘빵 - 출처 : 통신원 촬영 >
그 원인은 과자, 빵, 떡 등 기본적으로 밀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취향과 ‘한국발’이라는 이유로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 유행의 포인트가 되었다고 추측해본다. 제과 제빵을 공부하러 일본에 오는 유학생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일본은 비교적 디저트 문화가 상당히 발전된 나라이다. 하지만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하느라 크로플처럼 변조하는 형식의 디저트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던 중에 마늘과 크림치즈의 조화라는 과연 한국다운 발상이 돋보이는 마늘 빵이 새롭게 등장했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을 터. 일본인에게 마늘 빵이란 ‘딱딱한 바게트빵에 달짝지근한 마늘 소스를 가볍게 바른 빵’이라는 인식이었는데, 그 틀을 완전히 깬 것이다. 일본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마늘 바게트빵에 참신함이 겸비되었으니 인기몰이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어떤 음식이 유행하고 있는지는 일본 음식 업계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유행하자마자 곧바로 일본에서도 ‘한국 유행 음식’이라며 곳곳에서 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한국 전통 음식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타 국가발의 음식이더라도 한국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일단 주목을 받는다. 일본에서 국민적인 열풍을 일으킨 ‘아메리칸 도그’나 ‘대만식 버블티’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대만식 버블티는 일본에 들어온 지 오래된 음식이었지만, 한국 드라마나 SNS에서 버블티가 자주 등장하자 기본 1시간은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대유행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는 동경에 이어 오사카에서도 한국식 포장마차가 곳곳에 생겨나면서 청년층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 영업시간 제안이나 인원 제한이 있음에도 그 인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실제로 통신원은 최근 일본인 친구들을 만날 때면 열에 아홉은 한국식 포장마차를 가자고 한다. 덕분에 오사카에 있는 핫한 포장마차는 모두 가 보았는데, 인테리어는 물론 수저나 티슈까지 한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디테일에 놀랄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포장마차의 사장님들 대부분은 일본 사람이라는 점이다. 통신원의 단골 포장마차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한국에 가서 즐겨 찾았던 포장마차의 메뉴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2년이 넘도록 한국 여행을 못 간 서러움을 달래는 데에 자신의 가게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외국발 유행이라고 하면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절대적으로 한국이 우세하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일본에서는 제4차 한류 붐이 일어났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OTT 플랫폼이 트렌드가 되었고, <겨울연가> 이후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 드라마도 다시 부활했다.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 에세이집, 소설 간행본이 잇따라 서점에 등장했고, 베스트 셀러 칸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 여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국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여러 방면에서 폭발한 것이다. 양질의 작품을 잇달아 발신하는 한국 문화 팬이 코로나 전보다 늘어나고 있고, 그 호기심이 마침내 한국식 포차를 넘어 한국에서 만든 빵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오늘 가장 유행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일본의 트렌드도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