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로 불거진 캐나다 과거 청산 과제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1.26

현재 캐나다는 아픈 과거와 마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수준 높은 이민과 난민 정책을 표방하며 인권과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캐나다이지만과거에 저지른 원주민 학살과 인종 차별 정책이들로 파생된 여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과거사 청산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부터 1997년까지 이어져 온 원주민 기숙학교는 원주민 어린이들을 가족들과 강제 분리하여가톨릭 교육시설이었던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하여 백인 문화와 교육을 배우도록 한 원주민 문화 말살 정책이었다기숙학교에 수용된 원주민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사용할 수 없었고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었다기숙학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그곳에서는 구타와 체벌성폭행이 일상적으로 빈번했고 영양실조와 질병자살학대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 갔다고 증언을 했다.

 

2007캐나다 원주민 단체들은 이 문제를 두고 어린이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캐나다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오랫동안 보상 합의의 진척이 없었던 이 사건은 지난해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천구가 넘는 어린이 유해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캐나다 전역에서는 대규모 규탄 시위와 교회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각종 추모행사가 이어졌다이 사건이 캐나다 전역에 안겨준 충격은 캐나다 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 보상금인 400억 달러를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에 배상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게 되었다캐나다 정부는 보상금을 피해 가족들과 원주민 보육 체계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힘으로 새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원주민 기숙학교를 애도하는 추모 행사 - 출처: CBC News 스크린샷>

<원주민 기숙학교를 애도하는 추모 행사 - 출처: CBC News 스크린샷>


또한 도시 곳곳에 새겨진 식민정책과 원주민 학살을 주도했던 자들의 이름은 새롭게 고쳐지며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들어갔다토론토시는 대서양 횡단 노예 거래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헨리 던다스(Henry Dundas)의 이름을 따라서 지은 던다스 길(DUNDAS Street)과 공원 등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고, 70년 이상을 이어온 토론토의 라이어슨대학(Ryerson University)도 학교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시정부 관계자들은 인종차별적이고 식민지적 기억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름을 도시 공적자원에 붙이지 않고고통당한 원주민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표하기 위해 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어두운 과거사와 직접 마주하며개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 10진실과 화해를 위한 국립 센터(National Centre for Truth and Reconciliation, NCTR)’로부터 캐나다 정부가 기존 원주민 기숙학교에 관한 수천 건의 기록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보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지난 20, “기숙학교 생존자들과 가족들이 과거의 어두운 진실을 인지하고 이로써 치유의 여정을 끝내고공식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캐나다의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가능한 공식 문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연방정부 크라운토착관계부(Crown-Indigenous Relations Ministry) 맥 밀러(Marc Miller) 장관은 NCTR875,999건의 원주민 기숙학교 문서를 넘기는 협상을 체결하였다이러한 절차를 거치면서 공식 문서를 통한 사실 확인과 역사 추적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좀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초가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대부분의 기록은 로마의 오블라테스 아카이브(Oblates archive)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연방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더 많은 자료를 넘겨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사 청산과 더불어 진행된 라이어슨 공원 개명 - 출처: 벌링턴시 웹사이트>

<과거사 청산과 더불어 진행된 라이어슨 공원 개명 - 출처: 벌링턴시 웹사이트>


또한 온타리오주의 도시인 벌링턴시(City of Burlington) 또한 최근 라이어슨초등학교(Ryerson Public School)와 라이어슨 공원의 이름을 바꾸었다할튼교육청(Halton school district board)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원주민 언어학 전문가와 함께 원주민의 의미를 지닌 수많은 이름을 두고 선택의 고민했다고 밝혔다이들은 최종적으로 기억하다라는 뜻을 가진 마켄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마켄담초등학교(Makwendam Public School)로 교명을 변경함을 발표하며, “이 사건을 기억하고 배우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벌링턴시도 진실과 화해의 정신에 기반해 주민들로부터 새로운 이름 추천을 받았다공원 이름은 투표자들의 40%이 찬성한 스위트그래스(Sweetgrass)로 정했다벌링턴 시장 마리안 미드 워드(Marianne Meed Ward)원주민 공동체가 사용했던 약초 중 하나인 스위트그래스를 그 이름으로 선택함으로 공동체의 가치인단결치유의 상징이 될 것이라 말했다.

 

과거사를 정리하는 것은 현실과 맞물려 있어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과 화해를 위해 기꺼이 현실을 마주하고최선의 선택을 통해 공동체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며 힘을 모을 수 있다토론토시는 금전적인 배상뿐 아니라 도시 곳곳의 공원과 학교 등 곳곳에 스며든 잔재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보였고이에 더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는 문건을 기꺼이 공개하며 과거사 문제 앞에 서는 용기를 냈다잘못된 일은 사과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함께 애도하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사회는 진정한 치유와 통합을 경험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 참고자료
https://www.cbc.ca/news/politics/first-nations-child-welfare-agreements-in-principle-1.6302636
https://www.cbc.ca/news/politics/federal-government-documents-nctr-deal-reached-1.6321441
https://www.cbc.ca/news/canada/hamilton/sweetgrass-park-burlington-1.6320049
https://www.burlington.ca/en/Modules/News/index.aspx?feedId=0b11ae3a-b049-4262-8ca4-762062555538&newsId=cb47b176-bf0f-462e-9d7a-c6a8ada78736
https://www.cbc.ca/news/canada/hamilton/ryerson-elementary-burlington-renamed-makwendam-1.6253663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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