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유니온 역에서 만나는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1.27

한 도시를 여행할 때 기차역은 그 출발점이 된다. LA에도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이라는 이름의 기차역이 있다. 미국이 워낙 넓고, 또 LA가 개인 승용차에의 의존도가 높은 도시인지라 유럽 각지를 여행할 때 보다는 기차역을 이용할 기회가 적지만, 그래도 유니온 역은 LA 시내를 LA 근교, 그리고 다른 주, 다른 나라와 이어주는 교통의 허브이다. 교외에 살면서 기차를 타고 유니온 역에 내려 다운타운의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이들도 적잖다.

 

유니온 역은 1933년 남태평양 철도(Southern Pacific Railroad), 유니언퍼시픽 철도(Union Pacific Railroad), 애치슨(Atchison), 토페카(Topeka), 산타페(Santa Fe) 철도의 합작 투자로 착공돼 1939년에 완공됐다. 유니온 역은 미서부에서 가장 큰 철도 여객 터미널로 ‘최후의 위대한 기차역’이라는 찬사를 들어왔다.

 

존과 도널드 파킨슨(John and Donald Parkinson) 부자(父子) 건축가 팀이 설계한 유니온 역은 스페인 식민지 건축, 미션 리바이벌 건축, 아르데코 건축을 혁신적으로 조화시킨 미션 모더네 스타일(Mission Moderne style)로 LA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당시 공사에 들어간 예산은 총 1,100만 달러(약 131억 4,357만원)였다. 이는 오늘날 가치로 치자면 12억 달러(1,433억 8,440만원) 정도다. 오픈 당시 유명인사와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 50만 명의 안젤레노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려 3일간의 축하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에 유니온 역은 매일 수만 명의 군인을 실어 나르고, 100대의 열차가 24시간, 일주일 내내 통과하는 분주한 터미널로 변모했다. 이후 1950년대까지 미국인들은 열차와 비행기 여행을 선호했음에도 유니온 역을 통과하는 승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니온 역은 수십 년간 LA의 교통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었으며, 1972년에는 LA의 역사문화기념물로 지정되었고, 1980년에는 미국 국립사적지로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유니온 역의 외관을 먼저 둘러보면 옅은 색 벽에 지붕은 붉은 색 기와가 얹어져 있다. 높은 첨탑이 있는 100피트의 건물에는 시계가 매달려 있고 그 높이 만큼 키가 자란 야자수가 시계탑에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 안뜰과 분수대는 결혼식 야외 촬영으로도 사랑받는 로케이션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110피트 길이의 넓은 매표소와 40피트 높이의 대형 대합실, 거대한 아르데코 샹들리에, 대리석 플로어, 손으로 일일이 그림을 그려넣은 타일 등, 웅장하면서도 안젤리노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건축적 디테일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이제 유니온 역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안젤리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캘리포니아 드림의 상징이자, 르네상스를 맞은 다운타운의 대표적 표상이 되었다. 예술,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역동적 목적지인 유니온 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다운타운의 교통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유니온 역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여객 열차 앰트랙(Amtrak),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카운티, 리버사이드 카운티, 벤추라 카운티, 앤텔롭 밸리 지역의 통근 열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트로링크(MetroLink), LA 카운티의 대중 교통인 MTA 지하철 열차와 MTA 메트로 버스, 그리고 시내버스들이 서비스를 펼치는 출발점이다.

 

LA 카운티의 다양성과 유니온 역을 오가는 승객들을 기억하고자 기획된 <우리들(We Are…)>전은 유니온 역 연결통로 벽면을 이용한 아트 갤러리에 LA의 로컬 아티스트들이 그린 메트로 이용자들의 초상화를 전시해놓았다. 에릭 알만자(Eric Almanza) 등 35명의 로컬 아티스트들은 실제 유니온 역을 오가는 84만 명의 LA 카운티 승객들로부터 셀피와 사연을 공모해 그 가운데 35명의 초상화를 이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유니온 역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우주적이고, 친밀하면서도 즉각적이다. 35점 외의 추가 작품들은 현재 온라인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35명의 아티스트 가운데 라스트 네임으로 볼 때 케이린 김(Kaylynn Kim) 씨 한 명은 한인 아티스트로 보인다.

 

유니온 역은 수백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했었다.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1950년 누아르 영화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에 주요 무대로 등장했고, SF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블레이드러너(Blade Runner)>, 그리고 히어로우 영화인 <다크나이트 라이즈(Dark Knight Rise)>도 유니온 역에서 그 일부를 촬영했다.

 

지난 해 오스카 시상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돌비 극장과 유니온 역 두 곳에서 이원 중계를 했었다. 1950년대에 몇 차례 오스카 시상식이 미국의 동서 해안 2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적이 있기는 했지만 유니온 역에서 열린 것은 지난 해가 최초의 일이다. 하기야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기차역에서 오스카 상 시상식을 하겠다는 발상이 어디 어림 반푼어치나 있었겠는가. 유니온 역은 LA의 교통 허브인 만큼, 기차와 지하철, 경전철, 버스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들이 늘 바쁘게 지나다닌다. 작년 시상식이 열리는 와중에도 유니온 역은 정상적으로 운영됐었다. 시상식에 이용된 곳은 유니온 역의 매표소와 대합실이었다.


<대형벽화가 반기는 유니온 역 내부>

<대형벽화가 반기는 유니온 역 내부>


<웅장한 건축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유니온 역의 천장>

<웅장한 건축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유니온 역의 천장>


<유니온 역의 대합실>

<유니온 역의 대합실>


<메트로 연결을 알리는 사인>

<메트로 연결을 알리는 사인>


<도착 열차 스케줄을 알리는 전광판>

<도착 열차 스케줄을 알리는 전광판>


<유니온 역의 연결통로>

<유니온 역의 연결통로>

<유니온 역의 연결통로>


<팬데믹 전까지도 활용되던 구두닦이 코너>

<팬데믹 전까지도 활용되던 구두닦이 코너>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니온 역 연결통로에 전시된 안젤리노들의 초상화. 예전과 달리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아시안 아메리칸이 부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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