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한국의 혼족 문화가 신선하고 신기한 이탈리아 사람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1.28

혼족위키백과에 따르면 201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로 혼자 밥을 먹거나 여가 생활과 쇼핑을 즐기며여행도 홀로 떠나는 등의 혼자 활동하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말한다혼밥혼술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등 때마다 등장하는 파생어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하지만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 혼자문화가 낯설면서도 신기한 듯하다. BTS와 <오징어 게임>의 나라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바로 그 나라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문화라니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향과 정반대되는 성격의 문화임에도 일단 긍정적으로 한국의 혼족’ 문화를 궁금해하고 있다.

 

1976년 창간된 이후 명실공히 이탈리아 최고 유력 일간지로 꼽히는 라 레뿌블리까(La Repubblica)》 문화면 1월 23일 자에 올라온 혼자 있나요혼족은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방법입니다라는 칼럼은 혼족 문화를 영화음악패션뷰티요리 다음으로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오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라 레뿌블리까’의 칼럼 스크린샷 - 출처: La Repubblica>

<‘라 레뿌블리까’의 칼럼 스크린샷 - 출처: La Repubblica>


이 칼럼을 쓴 쥴리아 마티올리(Giulia Mattioli)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패션 사진작가로 ‘슈퍼 구찌,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구찌의 새 모험’, ‘경매에 나온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마리아 샤라포바의 꾸뛰르 드레스’와 같은 유럽 패션계의 소식을 《라 레뿌블리까》에 기재하는 칼럼리스트이기도 하다. 쥴리아는 이 칼럼에서 실비아 라자리스(Silvia Lazzaris)의 2021년 초겨울 발간된 책 『혼족, 자신과 행복하게 사는 한국인들의 방법(Honjok. Il metodo coreano per vivere felici con se stessi, 출판사 Vivida)』을 인용하여 혼족을 단순한 현상이 아닌 변화하는 사회와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이자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50년 동안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한국, 특히 집단주의 사회에서 성장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이러한 체제를 깨고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했다.

계속해서 쥴리아는 현대 한국은 외로움을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바라본다고 쓰고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혼자만의 일을 하면서 외로움을 생활 방식으로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자신감과 평온으로 외로움을 포용하며, 자신을 채우고 진정으로 만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쥴리아는 혼족이 된다는 것은 고독에 면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관리하며 조용히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실비아 라자리스의 책에 실린 일러스트 - 출처: @ 2021 White Star s.r.l.>

<실비아 라자리스의 책에 실린 일러스트 - 출처: @ 2021 White Star s.r.l.>


회피성 성격장애,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자 우리가 잘 아는 단어로 ‘히키코모리’ 혹은 ‘은둔형 외톨이’와 쥴리아의 칼럼에서 말하는 ‘혼족’이 다른 점이 이 부분에 있다.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여 자신의 방안으로 몇 달씩 틀어박히는 은둔형 외톨이족은 혼자되는 것을 일종의 도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결국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고 자신 안에 갇혀 버린다.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은둔이 외톨이족은 일본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을 야기시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등 일본의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되어 버렸다.

반면, 쥴리아가 보는 한국의 혼족은 사회생활을 주어진 조건 아래보다 주체적으로 해 나가기 위한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선택 방식으로, 자유로운 선택이었기에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혼족은 일종의 혁명적 행위이며 고독의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고 자기 고립을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바꾼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나아가 인간 본질적으로 고독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고독의 시간을 나를 세상 속에 잠시 분리함으로 오히려 세상 속에 나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혼족은 우리는 세상에 혼자가 아니며 우리도 무언가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게 되는 시간을 누리게 된다”. 쥴리아의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전과 비해 강제적으로 크게 늘어나 버린 코로나 시대, 혼족에 대한 쥴리아의 칼럼은 단순히 ‘힙한 나라’ 한국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경향이라는 패션 칼럼을 넘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코로나 영향을 받는 전 세계에 동일하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특히,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까지 하는 평범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난 2020년 3월 처음 봉쇄령이 내려져 3-4개월 동안 전국민 자가격리의 시간을 가졌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혼족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것은 어쩌면 큰 변화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 참고자료
《La Repubblica》 (21.1. 23.) <Sei sola? Honjok è il metodo coreano per trovare la felicità>, https://www.repubblica.it/moda-e-beauty/2022/01/24/news/honjok_metodo_coreano_per_vivere_bene_da_soli_libro_solitudine_single-334306309/


백현주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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