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싱가포르 중심에서 'Future Is Now'를 외치다 - 백남준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04

2021년 12월 10일부터 2022년 3월 27일까지 4개월에 걸쳐 싱가포르국립미술관에서는 ‘Nam June Paik : The Future Is Now’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이하 SFMOMA)과 런던 테이트모던(TATE MORDERN)이 함께 기획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런던-암스테르담-싱가포르까지 순회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열리는 이와 같은 축제에 싱가포르 국민들의 백남준 기획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갤러리인 싱가포르국립미술관은 이전 싱가포르 대법원과 시청을 이어 만든 건물로, 백남준 전시회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백남준 전시회는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는데,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여러 관람객들이 전시를 즐기고 있었다.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는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외관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는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외관 – 출처: 통신원 촬영>


2006년에 작고한 작가 백남준은 1932년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해방 후 일본에서 음악, 철학을 공부하고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음악을 공부했다. 그 당시 백남준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당시 백남준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거나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고 관객의 머리를 감기는 기이한 행위예술을 펼치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던 중 백남준은 1961년 쾰른의 라디오 방송국을 방문하며 최초 방송기술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로 TV 기술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열린 그의 첫 전시에서는 내부 회로를 변형해 독특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13대의 TV 모니터가 전시되었고, 그는 지속적으로 관객들을 직접 예술에 참여하게 하는 쌍방향 참여예술을 발전시켰다.


<백남준 전시회의 작품, ‘John Cage Robot II’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 전시회의 작품, ‘John Cage Robot II’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 전시회의 작품, ‘John Cage Robot II’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은 1960년대부터 예술과 기술의 결합에 주력해왔다. 공연 및 설치 예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수용하면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가 됐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 예술을 통해 기술과 기술에 의해 지배받는 현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지 구현했다. 그의 작품 중 특별히 ‘TV 정원(TV garden)’에서는 한국 무용과 소리가 살아있는 식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통신원은 ‘한국적인 것’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싱가포르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자부심으로 전시를 찾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이질적인 TV들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 삶에 그리고 이곳에 과학과 기술은 계속 존재하고 있었던 것들인데 왜 이것을 ‘이질적’이라 생각했는지 돌아오게 됐다. 백남준의 의도처럼 이러한 작품을 보면서 기술과 자연, 예술과 과학은 서로 상반되거나 충돌하는 것이 아님을, 서로가 상호 의존적으로 엮여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백남준 전시회의 작품, ‘TV 정원’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 전시회의 작품, ‘TV 정원’ – 출처: 통신원 촬영>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논문, ‘예술을 바꾸는 기술, 기술을 바꾸는 예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상상력과 기술철학(인문학논총, 제34집, 2014)’에서는 기술과 예술의 공통 기원을 ‘아트(ART)’라고 이야기한다. 17세기 과학혁명 시기, 아트는 기술과 예술 모두를 지칭했으며 당시 엔지니어나 예술가는 모두 특수한 숙련 기술을 체화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아트는 과학혁명 후 현재의 과학, 기술, 예술의 범주로 분리되었다. 이후 과학과 예술은 서로 멀어졌다가 20세기에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20세기의 예술에서는 과학과 기술이 예술적 실험에 필수요소가 되었다. 통신원의 기억에도 20세기의 예술은 자유로워지고 좀 더 파격적이었고 백남준은 그러한 예술의 대표주자였다. 백남준은 기술을 예술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가였다. 엔지니어도 철학자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만의 번득이는 영감으로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예술 작품, 즉 기계의 발명을 이어나갔다.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중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의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중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의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를 이용해 TV에 송출되는 무의미한 영상을 변형하고 다양한 색을 입힌 후, 이를 쪼갠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입력 과잉, 정보의 홍수’ 시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백남준의 작품은 세상이 만들어내는 것들을 한번 꼬아서 보여주는 매체로 작동했다. 그는 TV에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것처럼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무의미한 정보들과 이미지들, 어찌 보면 다양한 형태의 ‘소음’들에 노출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겪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말 제대로 된 정보는 얼마나 될까. 80% 이상이 어찌 보면 무의미하고도 과잉된 이미지, 영상, 소리 등의 소음이 아닐까. 이제는 우리 삶과 전 지구 자연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상, 이미지, 소리는 ‘진짜 자연’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군더더기 없는 것, 정말 필요한 것만 취하는 것, 욕심내지 않는 것, 자기 것만 주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특성들 닮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21. 12. 7.) <Robots, videos and a TV garden: The art of Nam June Paik at the National Gallery>, https://www.straitstimes.com/life/arts/robots-videos-and-a-tv-garden-the-art-of-nam-june-paik-at-the-national-gallery




신보라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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