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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궁화꽃 그리며 한국인의 얼을 전하는 김복임 작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08

LA 아트쇼에서 무궁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김복임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이름은 김복임, 호는 연정이고 올해 75세입니다. 22세 때인 1969년,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직원으로 미국에 와서 세계무역박람회 한국관에 근무하게 됐습니다. 3개월 근무를 마치고 LA 코트라 직원으로 발령받아, 미국에서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가르쳤는데 어느덧 ‘무궁화 작가’라는 별명을 갖게 됐네요.

 

무궁화 작가로 유명하신데요. 작가로서의 이력을 얘기해주시죠.

미국에 와서 LACC(LA City College), 오티스(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UCLA 등에서 10여 년간 아트를 공부했습니다. 첫 개인전은 1985년에 했고 그 이후 거의 매해 개인전을 했습니다. 지난 40년간 그룹전을 포함해 총 400여 회의 전시회를 가졌네요.

 

작가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학생들에게 서예와 한국화를 지도하고 계시죠? 교육자로서의 이력을 말씀해주세요.

제 아이들이 남가주 한국학원에 입학했을 때, 저도 그곳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서예와 한국화를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미술 교육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남가주 한국학원에서 무궁화 꽃 그리기 지도자 교육을 1~7기까지 맡아 하며 150명의 지도자를 양성했습니다. 그 후 한미예술원(Korean American Art And Calligraphy)을 운영하면서 37년간 서예와 한국화, 무궁화 그림을 가르쳐왔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서예와 한국화를 지도하셨죠?

네. 한국문화원에서는 여러 차례 했었고요, UCLA와 UC 어바인, 오렌지카운티의 유니온 대학에서도 서예와 한국화 워크숍을 지도했습니다. LA 한국교육원의 서화 강사도 했었고요. 2~3세대들에게 계속해서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알려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잘 몰라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워낙 독보적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지라 여러 단체의 대표 역할도 많이 맡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한국 서화가 협회 지회장, 국제 살롱전 LA 지회장, 한국근우회 LA지회장, 한미예술원 원장직을 맡고 있고요. 코헨예술대학(Cohen Univ. & School of Arts)의 한국화 지도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재미 서예가협회 이사와 세계 화가협회장을 역임했었습니다.

 

‘무궁화 작가’이시잖아요. 어떻게 해서 무궁화를 작품 소재로 삼기 시작했는지요?

한국에 근우회(槿友會)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95주년을 맞는 단체인데 이곳 LA에서는 오는 5월이면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1992년 LA 폭동이 일어났던 해에 한국에서 근우회 회원들이 LA를 방문해 한인 2~3세들에게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한국 근우회 LA 지회장으로서 무궁화와 한국인의 얼을 알리기 위한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럼 무궁화 그림 그리기 역시 무궁화를 알리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인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학교를 통해 학생들 교육은 물론이고 시니어들에게도 무궁화 그림을 지도하고 있고 지도자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1만 명에게 무궁화와 태극기 그리기를 지도했었습니다.

 

지난 1월 13일은 119주년을 맞는 미주 한인의 날이었는데요. 지난 수년간 여러 도시에서 미주 한인의 날 행사의 하나로 무궁화 홍보 일을 해오셨다고요?

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미예술원에서는 매년 미주 한인의 날 행사에 참여해 무궁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100주년 기념 행사는 하와이에서 했었어요. 3천 명이 모인 가운데 무궁화 작품전을 열었고, 함께 나라꽃 무궁화를 그리기도 하고 가슴에 무궁화 꽃을 달기도 했었습니다. 그 전에는 워싱턴 DC, 백악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도 이곳에서 작품을 가지고 가 <무궁화 작품전> 행사를 열었었죠. 또한 무궁화 선양 운동을 하신 분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상, 무궁화상도 드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주 한인의 날 119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LA 다운타운 앤젤레스 플라자 4층에서 하고 있어요. 60명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오늘(1월 30일)도 소망한국학교 아이들이 찾아와 무궁화와 태극기를 함께 그렸답니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대대적으로 오픈하지 못하고 있지만 2월부터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시회가 계속될 예정이고, 매주 목요일에는 2-4시까지 무료 클래스도 진행될 거에요. 무궁화와 태극기 그리기, 그리고 사군자와 소나무 그림 그리기를 가르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궁화 그림을 그렸는지요?

1천 여 점은 될 거에요. 화선지에 그린 한국화도 있고, 캔버스에 그린 유화도 있고, 부채, 족자에 그리기도 했죠. 다양한 재질과 물감으로 무궁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궁화 심기 운동도 펼치셨는지요?

LA 지회가 생긴 후 한국에서 무궁화 묘목 100그루를 보내줬어요. 그래서 한인타운 이곳저곳에 무궁화 묘목을 심었죠.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 주변에도 심고, 연꽃 축제 때에는 에코우 파크 인근에도 심고, 한국문화원에도 심었어요. 지금 현재 아주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인 가정에도 나눠줬습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무궁화 그리기를 가르쳐오면서 무궁화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셨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한국 근우회 LA 지회장직을 맡기 전까지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라고만 알았지 자세한 것을 몰랐습니다. 우선 무궁화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알고 계신지요? 한국에만도 60여 종의 다양한 무궁화가 있답니다. 무궁화는 한 그루의 나무에 3개월 동안 3천 송이의 꽃이 피고 지고 또 피어요.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가사에서도 이를 알 수가 있죠.

 

그런데 이 노래를 알면서도 실제 무궁화가 이런 생명력과 끈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어요. 저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우리들에게 지금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무궁화와 같은 끈기와 인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 견디는 것, 이것이 바로 무궁화 정신입니다.

 

그리고 무궁화는 성경에도 등장합니다.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가 바로 무궁화인데요.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평화 정신이 무궁화 안에 담겨 있답니다. 그러니 이민 2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무궁화 그리기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무궁화를 그리며 무궁화 사랑을 손자 손녀들에게 전해야겠지요.

 

이번에 LA 아트쇼에도 무궁화 그림을 가지고 나오셨는데요? 어떻게 LA 아트쇼에 참여하게 되신 건지요?

LA 아트쇼는 매해 열리는 행사인데요. 27년째를 맞은 올해엔 23개국에서 온 매스터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고 120여 개의 부스가 설치됐었어요. 여러 한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부스를 꾸미고 참여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그리고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 나비가 함께 하는 무궁화 그림을 LA 아트쇼에 출품했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희망을 안고 함께 날아가자는 의미로 그런 작품을 냈었어요.

 

올해에는 무궁화를 소재로 한 소품 4점과 중간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출품했습니다. 전 세계 작가와 관람객들에게 무궁화를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LA 아트쇼에 참가한 다른 아티스트들이 저희 부스에 와서 제 그림을 보며 많은 관심을 표현해주더군요. 저희 부스의 한국 작가들 그림 10여 점과 함께 제 무궁화 그림도 한 점 판매됐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상도 여러 차례 받으셨죠?

2002년에 무궁화 선양 운동으로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고, 5년 전에는 무궁화 그림으로 대한민국 장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2년 전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 대상을 수상했고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사회봉사상,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는 사회봉사 금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LA시 및 LA 카운티 봉사상도 여럿 받았습니다.

 

한국에 무궁화의 날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도 축하하는지요?

한국에서 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정하자는 청원을 올려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제정되진 않았어요. 그래도 전국에서 무궁화 식물 전시, 무궁화 그림 전시 무궁화 체험 전시가 열립니다. 산림청과 정부의 지원으로 서울 시청, 수원 등 전국적으로 나라꽃 무궁화 행사가 열립니다. 저는 이제까지 5번 참가했습니다. 무궁화의 날과 비슷한 시기인 8월~9월 중 열리는 LA 한국의 날 축제에서도 무궁화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합니다. 한인과 현지인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시상도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8년 전에 설립한 국제 예술 대학(International Art University)을 2년 전에 정식 인가를 받아 운영 중인데 팬데믹으로 인해 올스톱 상태입니다. 앞으로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미국의 예술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배출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해주실 말씀은요?

미국 사는 시니어들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한미예술원의 클래스에 와서 무궁화 그림을 함께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도 전수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 치매도 예방되고 치유도 일어납니다. 실제 자살 충동을 갖고 있던 분이 무궁화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도 열면서 마음의 병이 낫고 여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죠. 또한 미국 사는 우리 후손들에게 무궁화꽃의 정신을 알림으로써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한국인의 후예라는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디 가서 무엇을 하더라도 떳떳하게 가슴 펴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무궁화는 한국인의 얼입니다.


<LA 아트쇼에서 만난 무궁화 작가, 김복임씨 - 출처: 통신원 촬영>

<LA 아트쇼에서 만난 무궁화 작가, 김복임씨 - 출처: 통신원 촬영>


<미주한인의 날 기념 무궁화 그림 전시회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기념 무궁화 그림 전시회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기념 무궁화 그림 전시회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기념 무궁화 그림 전시회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태극기 그림을 그린 동포 어린이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태극기 그림을 그린 동포 어린이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전시회에 출품된 김복임씨 작품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전시회에 출품된 김복임씨 작품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전시회에 출품된 김복임씨 작품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미주한인의 날 전시회에 출품된 김복임씨 작품들 - 출처 : 김복임 씨 제공>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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