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2월 말이다. 이곳 시드니는 한창 더워야 할 한여름이지만, 이상기온 탓에 비가 자주 내리고 선선하기까지 하다. 무덥지 않은 선선한 날씨에 꽤나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와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나, 시드니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2월 25일부터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주는 규제를 완화하여 거의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며, 뮤직 페스티벌의 수용인원(최고 20,000명) 규제 또한 완화된다. 본격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자유로운 활동이 불가능했던 예술, 공연 분야와 관광 및 서비스 분야의 본격적인 활동이 재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호주는 2월 21일부터는 코로나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관광객에 한해 입국이 가능하게 되었다. 유학생, 관광객 등의 입국이 본격화되면서, 호주의 일상으로의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웰컴 투 코리아타운' 행사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매년 시드니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베트남 이민자들이 명절로 지키는 음력 설(Lunar New Year), 춘절(Chinese New Year)을 기념행사를 각 지역의 카운슬(council) 별로 열고 있다. 시드니 시내를 관할하는 시드니시티카운슬(City of Sydney Council)은 2022년 임인년을 맞아 시드니음력설축제(Sydney Lunar New Year)를 1월 29일부터 2월 13일까지 개최했다. 시드니 중심에 있는 조지스트리트(George Street)에는 12간지를 상징하는 화려한 색깔로 치장한 동물 조각상이 길거리에 전시되며,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헤이스트리트(Hay Street)에서 지난 1월 29일에 K팝 커버댄스 팀의 퍼포먼스, 아시안 커뮤니티 그룹들의 특별공연, 디제잉, 사자춤 등 다양한 행사와 시장 가판대, 푸드트럭 등이 어우러져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쇼나양 KOZZIECOM 대표와 사회를 맡은 박동석(David Park) 총괄 프로듀서 – 출처 : Alex Ruspandy 제공>
<축사를 전하고 있는 시드니시티카운슬의 로버트 콕(Councilor Robert Kok) 의원 – 출처 : Alex Ruspandy 제공>
이번 음력설축제에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호주 한인 청년들의 미디어 그룹 KOZZIECOM이 시드니시티카운슬의 지원으로 시드니시티 윌모트스트리트(Wilmot Street)에서 임인년 맞이 코리아타운 페스티벌의 개최를 맡았다. KOZZIECOM의 쇼나양(Shona Yang) 대표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트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시드니시티 한인 상권을 살리는 데 일조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음을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시드니시티의 피트스트리트의 한 블록은 한인타운으로 지정될 정도로 많은 한인 식당, 여행사, 미용실, 식품점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학생과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대표적인 한식당 ‘마당’이 폐점했고, 다른 한식당들은 제한된 시간에만 영업하는 등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드니시티카운슬은 유동인구가 많은 코리아타운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상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KOZZIECOM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KOZZIECOM 팀은 행사 이전 피트스트리트 주변 한식당을 비롯해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를 방문하여 상인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멕시칸 퓨전 타코와 한식 퓨전 레스토랑 Vecino의 공동창업주인 Jake Lee(이인성) 씨는 “서비스업에 불어닥친 록다운의 타격은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에 KOZZIECOM 쇼나양 대표도 “이번 코리아타운행사가 젊은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웰컴 투 코리아 축제에 스톨로 참여한 더 김치 컴퍼니(The Kimchi Company) - 출처 : Alex Ruspandy 제공>
KOZZIECOM이 기획한 웰컴 투 코리아 타운 행사는 지난 2월 12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되었다. 시드니의 폭우로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당일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이에 KOZZIECOM팀은 SNS를 통해 행사장 준비 및 리허설 상황을 공유했다. 행사장의 입구에는 임인년의 심볼인 호랑이가 그려진 대화형 아트(Interactive Art) 작품이 설치됐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윌모트스트리트에 위치한 행사장에는 스테이지 공간과 스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건 김치를 만드는 김치컴퍼니(Kimchi Company), 한인교포 안젤라 씨가 운영 중인 Sage Bakes, 한인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불룸뷰티(Bloom Beauty)가 스톨로 참여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티스트 피스 권(Peace Kwon)의 무대 퍼포먼스 – 출처 : 통신원 촬영>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씨에도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박동석(David Park) 총괄 프로듀서가 맡았다. 첫 번째 무대는 피스 권(Peace Kwon)의 가창력 넘치는 무대로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유니크한 음색과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한국계 래퍼로 활동을 하는 마이크 최(Mike Choe), 시드니 서부지역출신 래퍼 Chaske, 힙합 그룹 ‘Ding Ding Boom’의 크루로 단첼라 2021 대회에서 우승한 캔디 박(Candy Park), 3인조 한국계 호주래퍼그룹 Gold Diggers Club, 비보이 그룹 Project 45가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를 펼쳤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특히, 비보잉의 Project45의 피날레 퍼포먼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 관객은 소리높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안전하게 퍼포먼스가 펼쳐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웰컴 투 코리아 타운 행사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빛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2주간에 걸친 시드니시티카운슬의 음력설축제(Lunar New Year Festival)는 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 등의 아시아권 나라들의 빛나는 문화를 포함하는 자랑스러운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웰컴 투 코리아 타운 행사의 개최가 시드니시티내의 한인 상권이 재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행사는 한국계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