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은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도시일 수 있지만, 실제로 적지 않은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물론 현재 코로나 창궐 이후 상황은 크게 변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칭에는 SK하이닉스, 현대 등 대기업 외 많은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해있다. 중국, 특히 중국의 서남부 지역 진출을 돕는 기관 중에는 충칭 수출 인큐베이터(이하 충칭 BI)가 있다. 충칭 BI는 수출을 원하는 인큐베이팅 업체에 입주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마케팅 및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지 조기 정착과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2016년 12월 중소벤처기업 진흥공단과 KOTRA 해외 무역관이 공동으로 개소했다.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바로 충칭 BI에서 가장 오랜 기간 근무를 해온 황치페이(黄麒霈) 씨다.
<충칭 BI의 입구 정면부, 뒤편으로는 입주 기업들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좌). 회의실과 공유 오피스 등 중소기업 진출을 위한 시설도 완비되어 있다(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황치페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9살이고, 고향은 충칭입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시는데, 한국어는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네 저는 쓰촨(四川) 청두(成都)의 쓰촨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1년 동안 충칭에 있는 SK하이닉스에서 인턴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 바로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유학을 했고요.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저는 2015녀부터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석사 연구 생활을 했습니다. 유학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갔을 때 느낌이 충칭과 너무 비슷했습니다. 꼭 고향에 온 느낌이었어요. 외국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죠. 사람들의 모습도 비슷했기 때문에 타국이라는 느낌은 없었어요. 음식이 처음에는 조금 안 맞긴 했어요. 충칭의 음식은 맵고 짠데, 한국에도 매운맛의 음식이 있지만 조금 달짝지근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음식도 적응이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뼈다귀해장국, 순두부찌개, 돼지 곱창 등 많은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게 됐습니다.
석사 과정 중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됐는데 서울시립대학교의 장점 중 하나는 중국 유학생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연구생이 대략 20명 중에 중국인 유학생은 3명 정도였고, 다른 외국인 학생이 1~2명, 나머지는 한국인 학생이었기에 자연스레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도 많았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인턴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때 생활은 어떠셨나요. 인턴 생활이 도움이 되셨나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SK하이닉스 공장을 충칭에 짓고 있었던 것 같아요. 3학년 때 공장이 완공되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들을 많이 필요로 했죠. 그래서 당시 제 많은 학우들과 SK에서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저는 인사부에서 직원 관계 담당업무를 보았습니다. 간혹 야간 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일이 힘들진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총경리님 비서로도 일을 했고요.
아시겠지만 공장이 다소 외지에 있다 보니 회사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는데, 제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회사 구내 식당의 음식이 한식, 중식, 일식 등 종류도 다양하고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생활의 불편함이 없었고 그 당시 돈도 조금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생산 라인 쪽에서 근무했던 제 친구들은 일이 엄청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생산 라인은 교대 근무도 해야하고 특히 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아주 힘들었을 거예요. 그에 비해 저는 운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년 조금 넘는 기간의 인턴을 끝마치고 졸업을 한 후 바로 유학을 떠났죠.
<서울시립대학교 석사 졸업식에서 황치페이 씨 - 출처 : 황치페이 제공>
충칭 BI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셨고,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제 친구가 그 전에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저도 인터넷 구인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한 지는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는 대부분은 행정 업무입니다. 오프라인 행사가 있다면 행사 조직 등 관련 상황을 준비하게 되는데 지금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부분 오프라인 관련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죠. 현재는 기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기업 상담을 진행습니다. 방문 기업들의 통역 등도 도와주고요. 지금은 입주 기업들 조차도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참 안타까운 상황이죠.
충칭 BI는 회식은 자주 하나요. 혹시 술 문화는 어떤가요.
네. 회식은 자주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요. 소장님께서 술을 안하시거든요. 저희도 술 마시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세 명 다 술을 안 마셔서 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이죠.
<한국 유학시절 한옥 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황치페이 씨 - 출처 : 황치페이 위챗 모멘트>
앞으로의 희망과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이 빨리 좋아져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제가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쉽게 땄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한국어 관련 자격증이 있는데 CATTI(한중 번역 자격증)라고 상당히 난이도가 높아요. 제가 보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열심히 해서 정말 이 자격증을 따고 싶습니다.
황치페이 씨가 한국에서 쌓은 여러 추억과 현재의 직장생활은 모두 그녀와 한국과의 인연을 잘 보여준다. 황치페이 씨가 꿈꾸고 있는 여러 목표들이 하나하나 이뤄지길 기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고,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로 황치페이 씨의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날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