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한류 콘텐츠가 소개된 것은 2002년 한국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이브의 모든 것>이 현지 공영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부터다. 이후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2009년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면서부터는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현재처럼 소셜미디어를 타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은 지금보다 복잡했다. 공CD에 그리 좋지 않은 화질과 음향의 한국 드라마,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담아 관심사를 공유하는 지인들끼리 돌려보다가 점점 마니아층이 확대되면서부터는 길거리 노점상에 불법 복제된 CD가 판매되는 현상까지 관찰됐다. 이처럼 현재의 한류 열풍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한류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는 소수 마니아층에 한정돼있었다면, 수요가 늘어나 노점상의 CD 판매 영업을 불러왔고, 인터넷 인프라가 발전하면서부터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의 관심사가 제법 많은 수요를 불러오기까지, 즉 지금의 한류가 있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그 과정 중 하나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활동을 무시할 수 없다. 멕시코에는 500개가 넘는 한국기업이 진출해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진출은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배경이 됐다. 그중 대표적인 콘텐츠는 한식일 것이다. 한국기업 진출은 음식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CJ, 오뚜기, 청정원 등 유명 식품 브랜드들이 현지에 진출한 상태이지만 이 과정의 초기, 한국에서 직접 수입할 수 없는 품목은 미국에서 육로로 조달하며 멕시코의 수많은 도시에 들러 한국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한류 현상이 있기까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도시 곳곳에 알린 것이다.
기업과 개인들의 노력 이후, 한류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의 내실을 다져 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타고 정보 확산의 시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노점상들이 판매하던 드라마 CD는 이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재확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발적으로 누려오던 한류는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졌고, 현재 팬덤의 활동은 조직적이고, 때로는 ‘기습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는 지난 2월 18일, 케이팝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하는 멕시코 아미의 활동이다. 멕시코시티의 중심대로, 레포르마길 한 켠은 BTS의 멤버 제이홉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도로는 관련 MD 상품을 판매하며 서로 교류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기습적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날 레포르마 대로에 모인 이들은 하나의 결집된 커뮤니티가 아닌, 게릴라성으로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모였기 때문이다.
통신원은 이 기습적 모임에서 카트리나(Catrina) 씨를 만나, 이러한 모임의 개최를 어떻게 알고 방문했는지 물어봤다. 카트리나 씨는 본인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게릴라성 행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행사들의 정보를 알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게릴라성’이기 때문에 사전 어떠한 정보도 공개적으로 게시되지 않는다. 다만, 관심이 있고 참여 의사가 있다면 참석자들에게만 공유되는 소통 방식으로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 대해 공유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조직적’이면서도 ‘기습적’이라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덤의 다양한 방식의 활동은 존중되어야 하겠으나, 이렇게 산발적으로 또 비공개적으로 열리는 행사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이날 행사는 카트리나 씨가 전한 바와 같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허가 받지 않은 노점상이 운영되어 실제로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때, 신고를 받은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해산시키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멕시코 한류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BTS 제이홉 생일을 맞이하여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팬들의 모습〉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