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벨기에에서 한국 클래식 문화를 선두하는 진승연 대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5.26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을 조명한 벨기에 영화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의 티에리 로로(Thierry Loreau) 감독은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에 관한 통신원의 질문에 “현대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은 예전과 달리 기술력과 함께 예술성까지 갖춘 훌륭한 실력자들”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현재 음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벨기에인 소피(Sophie)씨는 “독일 음대는 학습량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 이상으로 노력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보고 놀라웠다”고 독일 유학 시절 만났던 한국인 학생들을 회상했다. 벨기에에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이 점차 늘어가고, 이를 찾는 현지인 청중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벨기에 내에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앤트워프에 위치한 러브투아츠 공연기획사 & 아트갤러리(Love2Arts Gallery)의 진승연 대표가 있다. 진승연 대표는 2006년 러브투아츠 갤러리를 개관한 이래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 특별히 유럽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에게 벨기에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유럽에서 클래식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돌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러브투아츠 갤러리의 진승연대표>

<러브투아츠 갤러리의 진승연대표>


Q: 대표님은 이미 유명한 연주자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학생 연주자들에게는 정말 큰 기회가 될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어린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이 각 나라의 주요 국제 콩쿨에서 입상을 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죠. 명성 높은 벨기에 퀸엘리자베스콩쿨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악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와 더불어 벨기에 청중들의 요청에 저희도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Q: 대표님은 독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대표님 유학 시절에도 다른 학생들과 합주 할 수 있는 기회,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나요?

제 유학시절인 1990년대 초반은 일단 한국인과의 접촉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핸드폰을 90년대 중반에서야 처음 갖게 되었고, SNS 소통이란 것도 없던 시대라서요. 그러니 기획사나 공연장을 운영하는 한국인을 알게 되는 기회도 없어서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유학생때는 주로 독일 친구들과 학교 내 홀에서 공연했고, 외부 공연은 대부분이 성당에서 이루어졌죠. 독일은 물론 유럽엔 카톨릭 성당이 많아서 모두들 그런 경험을 했을 거라고 봅니다.

 

Q. 유럽에서 대표님처럼 클래식 공연장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많이 계시나요?

저희처럼 연주 공간을 가지고 계시는 분은 잘 모르지만, 공연기획사나 갤러리를 하시는 분들은 유럽(오스트리아, 독일, 룩셈부르크, 프랑스)에 몇 분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그중엔 저희보다 오래 전부터 하시던 분들도 계시고요. 아마 다른 나라에도 계시지 않을까 해요. 개인적으로는 비엔나에서 오래 전부터 공연기획 하시는 분을 알고 있는데, 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말 많은 활동을 대규모로 훌륭히 하시고 계세요. 저도 그 분 만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뒤따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유학생으로 구성된 클래식 그룹 루체테 멤버들과 진승연 대표> (뒷줄 왼쪽부터 첼리스트 문광균, 바이올리니스트 박휘연, 비올리스트 주재훈, 바이올리니스트 박예지, 진승연 대표)

<독일 유학생으로 구성된 클래식 그룹 루체테 멤버들과 진승연 대표>
(뒷줄 왼쪽부터 첼리스트 문광균, 바이올리니스트 박휘연, 비올리스트 주재훈, 바이올리니스트 박예지, 진승연 대표)


Q: 러브투아츠 갤러리에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 공연이 1년에 몇 번 열리나요? 유럽에 많은 한국인 학생 연주자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선발 기준이 있나요?

한 7, 8년전만 해도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은 1년에 두 세번 정도였는데 최근 점점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더 자주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이 있지 않을까 해요. 유럽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연주자들은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위한 선발기준을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미 수준 높은 음악인들입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의 실력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나려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편입니다.

 

Q: 이러한 한국인 공연이 벨기에에서 많이 열릴 수 있는 이유는 대표님이 한국인이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유럽에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 양성을 위한 노력을 하시는데 특별한 사명감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가 한국 음악인이기에 유럽에서 공부하며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가고, 음악인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지 알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져요. 벨기에는 작은 나라여서 한국 음악인이 많지는 않지만, 유럽 여러 나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한국 음악인들의 활동 소식을 접할 때면 언젠가 벨기에에서도 연주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벨기에가 유럽의 중심이라는 위치의 장점을 살려 비록 저희는 소규모 무대이지만 여러 관객은 물론 다른 국가의 음악인들과 소통하며 또 다른 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제가 유럽에서 공부하며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한국 음악인들을 현실적으로 큰 서포트는 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높은 재능에 큰 박수를 보내며 온 마음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 응원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 또는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인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 독일 유학시기(1989년~1996년)는 현실적으로 지금보다는 활동과 견해가 꽤 제한적인 시대였어요. 그래서 독일 외 다른 나라에서의 활동은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오로지 독일 내에서만 활동했죠. 독일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학업과 연주 활동(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폴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등)을 이어 가면서 내가 드디어 유럽에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는 값진 시간을 가졌어요. 요즘 유학을 하고 있거나 유학을 준비 중인 세대들은 저보다는 훨씬 넓은 견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한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SNS와 현대 문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수시로 하고 있지만 저는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여건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유럽 여러 나라로 다니며 연주도 했으면 좋겠고요. 꼭 연주가 아니어도 다른 경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학업 뿐 아니라 유럽 역사와 여러 방향의 문화(언어, 예술, 건축, 음식 등)를 보고 느끼며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기 때문이죠. 대중적인 음악이 곳곳에 퍼져있는 이 시대에 클래식 음악인의 활동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의 열정과 높은 목표를 가지고 멋진 활동을 이어가 주었으면 해요. 이들 중엔 훗날 클래식 음악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인재들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진 출처

진승연 대표 제공



고소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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