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의 한인 도슨트를 소개합니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5.27

말레이시아 대표 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박물관에서는 전시관 해설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 2019년 4월 시작한 한국어 안내는 국립박물관의 도슨트(docent) 양성과정을 수료한 봉사자가 한국어로 전시 해설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어 안내가 시작된 2019년 당시만 하더라도 5개 언어(영어, 프랑스, 일본어, 말레이시아와 중국어)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박물관 도슨트로 활동하던 오영주 씨를 비롯해 양성과정을 수료한 한인 도슨트들은 박물관과 직접 협의해 한국어 안내를 시작했다. 한국어 안내는 영어해설로만 전시물을 관람해야 했던 한국인 방문객들의 이해를 도우면서 현재 많은 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통신원은 오영주 도슨트와 채선주 도슨트를 만나 한국어 안내를 만들게 된 계기와 활동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대해 들어보았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 한국어 안내 자원봉사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어 안내는 박물관 도슨트 양성 과정을 마친 8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2019년 4월 1일에 개설했습니다. 이후 한국인 관람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으며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인한 2년의 공백을 지나 2022년 2월 8일 다시 안내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한인 도슨트 총 11명이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매달 둘째주 토요일 오전 10시 10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방문객이 많은 경우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비정기로 한국어 안내을 추가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은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말레이어 그리고 중국어에 이어 여섯번째로 한국어 안내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한국어로 안내하는 기획은 어떻게 처음 시작한 것인가요?

국립박물관은 2008년부터 매년 9월에 외국인을 포함한 박물관 도슨트 양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5월과 8월에 있는 커피 모닝(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신규 도슨트를모집해 12월까지 4개월 간 영어로 이론 교육을 하고, 지원자가 두 달 동안 박물관 안내 실전교육을 마친 후 최종 심사에 통과하면 정식 도슨트의 자격을 받게 됩니다. 그 후 구사하는 언어에 따라 박물관 안내 봉사를 시작하게 되죠. 저는 2017년 교육을 마치고 국립박물관 정식 도슨트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한국어 안내가 없었습니다. 교육 후에 현장에 투입되고 보니 박물관 관람객 중 한국인이 많지 않았고, 한국 관람객이 오더라도 휙 둘러보고 금방 나가시는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일본어나 프랑스어 해설의 경우 많은 일본인 그리고 프랑스 관람객이 일주일에 2~3번 하는 박물관 안내에 참석하는데, 보통 박물관에 관심이 많은 한국 관람객들이 왜 오지 않을까 의아했습니다. 결국 언어장벽으로 인해 전시 관람에 접근성이 없다고 생각되면서 한국어로 안내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떄 박물관에 도슨트로 활동한 한국인이 있는지 문의해보니 제 앞에한 분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을 했는데 아쉽게도 이미 귀국하신 뒤였어요. 하지만 전화 통화로나마 전시해설에 대한 여러 조언과 격려를 받 수 있었습니다. 그 후 2018년 2월  한인 한 분이 도슨트 자격을 갖추셨고, 2019년 2월에는 신규 도슨트 6명이 합류하면서총 8명이 모이게 됐습니다. 관련 교육이 모두 영어로 진행됐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역사에 대한 배움과 이해를 떠나 영어의 어려움까지 더해져서 다른 영어권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 한국인의 저력이 나타나듯이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면서 교육을 잘 마칠 수가 있었죠. 그렇게 한국어로 박물관 안내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서 2019년 4월 한국어 박물관 안내를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의 한인 도슨트 - 출처: 오영주 도슨트 제공>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의 한인 도슨트 - 출처: 오영주 도슨트 제공>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의 한인 도슨트 - 출처 : 오영주 도슨트 제공>


한국어로 첫 전시해설을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2019년에는 주 1회 한국어 안내를 진행했는데, 많은 한국인 관람객이 소식을 듣고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에서 오시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에 계시는 한국분들께서 더 많이 오셨어요. 그리고 여름방학인 7~8월에는 한 달 살기 등으로 한국에서 말레이시아에 관광 오시는 분들이 늘어서 많은 한국인 관람객이 한국어로 설명을 듣고 가셨습니다. 어떤 날은 5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한국인 도슨트 5명이 관람객을 10명씩 나눠서 진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2019년 연말에 박물관 관람객을 집계해보니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많은 약 1,0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박물관을 찿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물관 측에서도 봉사자 임원 회의가 열릴 때마다 저희 소식들을 몹시 궁금해 했고, 많은 관람객 숫자에 모두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로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서 잠정적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재개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활동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박물관 안내 봉사는 사전예약제로 인원을 회당 10~15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 오시는 관광객이 많이 없는데도 현재 한국어 안내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도슨트 양성 교육도 재개되면서 오는 9월부터 교육이 다시 시작될 예정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월에 한국인 15명이 지원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자격을 갖춘 한국인 도슨트는 11명이었는데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박물관이 문을 닫게 되자 현장에 투입 한 번 되지 못하고 귀국하신 분들이 6명이나 되었습니다. 모두 너무나 아쉬워하며 돌아가셨죠. 현재 박물관에서 활동하시는 한국인 도슨트는 총 11명입니다.

한국어 안내가 재개되면서 많은 한국인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국어로 전시 해설을 들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의 활동을 위축시켰습니다. 그러나 국립박물관도 재개장하고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 정상화되고 있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습니다. 아직 한국에서 오시는 관광객들이 코로나 이전 만큼 많지는 않지만, 2019년처럼 여름방학에 많은 분들이 오시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월부터 재개한 예약제 한국어 안내에는 매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예약제인 관계로 한정된 인원이 금새 채워지다 보니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분들 대부분은 오래 말레이시아에 거주하시는 교민분들로 그동안 시간이 없었거나 기회가 없어 못 오시다가 지인 또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관람하시더라고요. 관람객분들에게 한국어 안내를 받으니 말레이시아 역사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희도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 관람객이 채선주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듣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 관람객이 채선주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듣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한국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전시관 또는 전시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또는 관람객이 집중했으면 하는 전시물은 무엇일까요?
한국인 관람객이 국립박물관에서 인상적으로 보는 전시관은 B관과 C관 같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15세기 이슬람 국가로 개종하기 전 힌두-불교권에 있었던 나라였다는 것과 1957년 독립과 함께 450년이 넘는 식민지 시대가 종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전시관이죠. 전시물 중에는 B관(초기 말레이 왕국관)에 전시된 옛날 지도를 관심 있게 보시고는 합니다. 17세기~18세기에 프랑스인이 제작한 이 지도에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역을 ‘한국해’라고 프랑스어로 표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관람객들은 오래전 제3국의 프랑스 지리학자가 또렷이 표기해 놓은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사진을 촬영하기도 합니다.

이밖에 한국 관람객들이 눈 여겨 보셨으면 하는 시대는 영국의 식민지 시대입니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식민지 체제는 한 국가의 주체와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며, 어떤 형태이든 식민지 체제는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체제입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근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요. 말레이인, 중국인 그리고 인도인들이 어떻게 함께 하나의 나라를 설립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식민시대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시기 같습니다. 또 하나 주시했으면 하는 전시물은 A관(초기 역사관)의 순다랜드 지도입니다. 순다랜드 지도는 기원전 2만년 전의 아시아 대륙의 연장 대륙, 동남아시아 지도로 동남아시아권,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유사한 점들(인종, 언어, 종교, 관습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지도 중 하나입니다.

박물관 도슨트가 되는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신규 자원봉사자가 전문 해설가로 투입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어 안내 자원 봉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물관 도슨트 양성 교육 과정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지만, 사실상 박물관에서 무료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도슨트 자격증을 받고 최소 2년 이상 활동할 수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한국말을 구사하는 외국인들도 교육 신청을 할 수 있어 2년 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한 젊은 말레시아인이 한국어 안내 교육에 도전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신분이어서 시간부족으로 끝까지 수료를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2022년 9월 교육과정 신규 자원봉사자 모집에 많은 지원자가 신청했다고 합니다. 교육과정은 9월부터 4개월 동안 주 1회 (화요일 또는 토요일 선택 가능)에 3시간 동안 말레이시아 역사이론 강의가 있고, 그 기간동안 박물관 전시물들을 주제로 3분, 7분, 15분 분량의 쓰기와 발표를 병행합니다. 기초 이론을 수료한 후에는 두 달 동안 멘토와의 현장 실습과 심사를 거쳐 정식 도슨트의 자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말레이시아에는 국립박물관 이외에도 이슬람예술박물관(IslamicArts Museum Malaysia, IAMM), 국립섬유박물관(National TextileMuseum) 등 한국인 관람객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박물관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슬람예술박물관은 내·외관이 웅장하고 이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박물관이지만, 한국어 설명이 없고 영어로만되어 있어 한국 관람객에게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국립박물관처럼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다른 박물관에도 한국어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계획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죠. 저학년의 박물관 관람 이해를 돕기 위해 쉽고 간단하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학교 박물관체험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국립박물관은 오래 전부터 말레이시아 학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 또는 일본 자원봉사자팀들은 자국 학생들의 견학을 맡아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에 한국의 역사를 다룬 기획전 및 특별전을 개최할 기회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국립박물관은 커뮤니티에서 행사를 기획해 제안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박물관 도슨트를 대상으로 하는 포커스 토크(FOCUS TALK)나 프랑스 봉사단이 한달에 1회 주관하는 여러 주제의 컨퍼런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인 봉사자들이 모여 한국 역사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박물관에서 연다면 말레이시아 문화부 소속 국립박물관청에서 많은 성원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도슨트 교육 과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구성원 대부분이 자녀를 키우면서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획전 또는 특별전을 적극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향후 국립박물관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주최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한국어 도슨트들은 염원하고 있지요. 사실 기존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부분의 한국문화축제는 말레이시아 사람들 또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에 있어서는 장소와 깊이의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한번은 박물관 외국어 도슨트 모임에서 한국 설날에는 어떤 풍습들이 있는지 기획전을 마련해 달라는 제의가 있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가고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립박물관이 한국인이 말레이시아를 알아가고 말레이시아가한국을 알아가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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