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봄바람은 생명을 깨워주는 기적 같아요.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5.27

프라하 한글학교 2022년 1학기 야외 사생대회 및 백일장이 지난 5월 14일 토요일 프라하 비쉐흐라드 공원에서 개최되었다. 프라하 한글학교에서는 매년 봄, 소풍을 겸한 야외 사생대회 및 백일장 행사를 개최해왔으나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봄 소풍, 사생대회 및 백일장뿐만 아니라 견학, 운동회, 그리고 학예회까지 예정된 모든 행사를 개최할 수 없었다. 길고 긴 추운 겨울을 지내듯이 2년간의 기약 없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찬란한 봄, 아름다운 프라하의 봄에 맞는 야외 행사로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모두 피어나는 봄꽃처럼 들뜬 하루였다.


"작년부터 기다려온 봄 소풍이라 너무 기대돼요. 저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한글학교 백일장이 너무 좋아요. 친구들이랑 술래잡기도 하고 맛있는 김밥도 먹을 거예요. 돗자리 위에서 선생님이랑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예쁜 그림도 그릴 거예요. 집에서 연습도 했어요."


"저는 프라하에 와서 한글학교 입학하고 처음 가보는 소풍이에요. 한글학교 중등부에 다니고 있는 누나도 함께 가요. 그동안 각자 반에서 수업만 해서 다른 반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어요."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황지원, 유신 인터뷰 요약]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지천이 초록인 봄, 아름다운 공원에서 개최된 프라하 한글학교 백일장 및 사생대회는 이렇게 아이들의 많은 기대 속에 개최되었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이번 행사는 2~3시간 남짓 정해진 시간 동안 바쁘게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일정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대회가 아닌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봄소풍이자 고대하던 친목 도모의 장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사생대회 및 백일장 대회에 참가한 4학년 학생들]

[사생대회 및 백일장 대회에 참가한 4학년 학생들]


이번 행사가 개최된 프라하의 비쉐흐라드 공원은 프라하 한글학교의 학생들이 예술혼을 펼치기에 큰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비쉐흐라드는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3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프라하의 발상지이다. 보헤미아 왕국의 가장 유명한 체코인 작곡가 중 한 명,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의 교향시 '나의 조국' 가운데 체코의 아름다움과 신화를 소재로 하는 첫 번째 곡은 바로 블타바강 언덕에 위치한 고대 요새 비쉐흐라드 이다.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과 웅장한 관악기와 현악기가 묘사하는 보헤미아 왕국은 아름다운 비쉐흐라드가 체코의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쉐흐라드 초입 성문에서 역사 지구까지 걸어가는 길은 아름다운 전망을 갖춘 공원과 같지만, 동시에 체코 건국 설화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체코 민족의 정기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높은 곳(비쉐Vyše)에 자리 잡은 성(흐라드Hrad), 비쉐흐라드는 체코 최초의 왕조 프르제미슬(Přemysl)의 설화가 시작된 곳으로 체코 전설 속의 인물인 슬라브의 공주 리부셰(Libuše)는 비쉐흐라드 언덕에서 평화롭게 체코의 땅을 통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녀는 비쉐흐라드 강 건너 숲이 우거진 언덕을 바라보며 '나는 영광이 별에 닿을 위대한 도시를 봅니다.'라는 말을 하였고 그곳이 바로 현재의 프라하라고 전해진다. 그리고 약 200년 후, 그녀의 아름다운 예언처럼 프라하는 프로제미슬(Přemysl) 왕조의 중심지가 되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 내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 내부]


비쉐흐라드의 상징과도 같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Basilica of St. Peter and St. Paul)은 비쉐흐라드 지구 중심에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무려 11세기에 지어진 성당이었으나 화재로 전소된 후, 19세기 후반에 네오고딕 양식으로 새롭게 건축된 성당이다. 체코인들 마음의 고향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비쉐흐라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성당 옆에 위치한 묘지에 있다. 무려 600명의 예술가의 영혼이 잠든 곳, 비쉐흐라드 공원묘지에는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알폰소 무하(Alfons Mucha) 등 체코의 명사 및 예술가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19세기 후반에 조성된 이 공원묘지는 비셰흐라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강대국 오스트리아의 오랜 지배 속에서도 지켜낸 체코의 문화적 정체성과 영혼이 이 공원묘지에 잠든 600인의 체코 예술가들이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 및 공원묘지 전경]

[바쉐흐라드 공원묘지 입구]


비쉐흐라드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을 지켜낸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학생들은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지만 언젠가는 비쉐흐라드의 위인들처럼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 어디서든 한국인의 민족 정체성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려 시작한 이야기에서 이토록 훌륭한 생각을 해내다니, 해외 한글학교 교사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모든 학생은 참가상을 받았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일상을 되찾은 아이들을 위한 격려 및 축하 선물인 셈이다. '상상 그 이상', '행복한 일상', '화려한 비상', '타고난 열정상' 등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재미있는 이름의 상장과 작은 인형 및 간식거리로 채워진 선물 봉투는 받는 학생들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까지 행복하게 했다. 참가상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고학년(4~6학년), 중등부에서 각각 1명씩을 선발하여 총 3명에게는 우수상 시상을 하였다. 연령을 비공개로 하여 오직 작품만으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5, 6학년 선배들을 이기고 [봄바람]이라는 시화 작품으로 당당히 우수상을 받은 4학년 고은 학생은 오늘이 올해 최고의 날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고은 학생의 시화 작품 마지막 연 '봄바람은 생명을 깨워주는 기적 같아요.'라는 부분은 심사를 본 여러 선생님을 감동하게 하였다.


[초등부 고학년 우수상 봄바람: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고은]

[초등부 고학년 우수상 봄바람: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고은]


화창한 날씨 속 많은 이들의 설렘과 기대로 개최된 사생대회 및 백일장 행사는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대회를 마무리한 후 이어 2022년도 2학기 수강 신청 및 신입생 모집 안내에 대해 회의를 하였다. 5월 23일부터 27일까지는 재학생 수강 신청 기간으로 현재 프라하 한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우선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재학생 수강 신청 기간 이후 신입생 수강 신청이 시작된다. 2022년도 2학기는 9월 9일 개강을 예정하고 있으며 수업 시간은 매주 금요일 16:30~19:30으로 지난 학기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오랜 코로나 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은 지금, 재학생뿐만 아니라 프라하 한글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 반에 15명 이상 늘어나게 되면 10명씩 분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하 한글학교는 한국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주교재로 하여 국어 및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뿌리 의식과 정체성 함양을 주요 학습 목표로 하는 한글학교의 특성상, 수학 대신 역사 또는 사회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은 지난 몇 년간 논의되어온 주제이다. 다음 학기를 기점으로 점차 다양한 교과목 및 재외동포 가정 학생들에게 적합한 수업 내용으로 수업 시간을 채우기 위해 프라하 한글학교 교사들은 다양한 대안 및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예정되어 있었지만 진행되지 못한 다양한 문화 행사도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생대회 및 백일장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기대와 환한 미소를 되찾은 일상에서 계속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참가상 및 우수상 수상을 기다리는 초등부 학생들]

[참가상 및 우수상 수상을 기다리는 초등부 학생들]


최조은
체코 최조은
프라하한글학교 교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