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현대무용제 춤단자(Chumdanza)에서의 <춤(Chum)>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3.20

지난 3월 9일과 10일 스페인 시르쿨로데베야스아르테스(Circulo de Bellas Artes) 내 페르난도데로하스(Fernando de Rojas) 극장에서 예술 감독 호아킨 데 루스(J. De Luz)가 이끄는 스페인국립무용단(Compañía Nacional de Danza)의 신인 안무가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는 스페인국립무용단 내 전도유망한 신진 안무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 및 보급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과 현지의 주요 축제 및 문화예술 기관이 협력해 한국의 우수 무용작품을 소개하는 '2023년 한국현대무용제 춤단자(Chumdanza)'의 일환이다. 춤단자는 한국의 '춤'과 춤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Danza'를 합성한 단어이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스페인국립무용단 소속 신진 안무가들이 5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젊은 안무가들의 창의적 혹은 파격적인 무대가 이어진 5개 작품 가운데 한국 발레리나 박예지의 안무 작품 <춤(Chum)>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 스페인국립무용단 발레리나 박예지가 안무가로 데뷔한 '춤(Chum)' - 출처: 통신원 촬영 >

< 스페인국립무용단 발레리나 박예지가 안무가로 데뷔한 '춤(Chum)' - 출처: 통신원 촬영 >


발레리나 박예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및 무용원을 졸업한 후 2012년 스페인국립무용단에 입단했으며 2014년 솔리스트로 승급해 다수의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예술 감독 호아킨 데 루스는 "박예지는 스타일을 이해하는 감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고 무용단에 없어서는 안 될 표현력을 가진 인재"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무용단의 모던 발레 <카르멘(Carmen)>으로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 발표회의 첫 번째 작품은 쿠바 출신의 안무가 호세 베세라의 <엑소도(Éxodo; 집단 이동)>로 무용수들의 강렬한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주와 엑소더스(Exodus)로 변모한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을 담은 작품이다. 서사가 강한 무대를 통해 '운명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우월한 힘'이라는 안무가의 의도를 전달했다.

두 번째 무대는 안무가 이케르 로드리게스 자신이 홀로 무대를 채운 작품 <레드 스킨(Red skin)>이었다. 그의 무대는 춤과 몸의 한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인한 육체적, 정서적 고통을 서술했다. 질환을 수용하고 극복하며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극단의 감정인 고통과 희망을 안무로 표현해낸 그의 신체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세 번째 작품은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슐로미의 작품 <미잘레아>로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권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어 네 번째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데미안』의 "그때 나는 특이한 피난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우연'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우연이란 없다. 무언가가 꼭 필요한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자신 그리고 자신의 갈망과 필연성이 그를 그리로 이끈 것이다."라는 구절을 표현했다. 해당 작품에서 신진 안무가 사라 페르난데즈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 공연 후 출연진들과 인사하는 박예지(가운데 개량한복) - 출처: 통신원 촬영 >

< 공연 후 출연진들과 인사하는 박예지(가운데 개량한복) - 출처: 통신원 촬영 >


박예지의 현대 발레 작품 <춤(Chum)>은 마지막에 소개됐다. 동정, 고름, 도보 등 한복을 갖춰 입은 8명의 스페인국립무용단 소속 무용수들이 청사초롱, 갓, 부채 등 다양한 한국의 소품을 활용해 한국의 깊은 정서를 표현했다. 유럽의 발레와 한국의 전통을 응축해 감정의 생생한 충돌을 전했다.

무용수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등장하자 관객들을 일제히 감탄했다. 무용수들은 약 20분 동안 청사초롱 아래 갓, 혹은 부채를 들고 춤을 췄다. 노리개나 여성 무용수들의 머리 위에 놓인 장신구 첩지가 보이기도 했다. 댕기가 나풀거리는 발레복, 남성 무용수들의 두루마기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적인 소품들이 발레와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전달했다. 관객들은 무대 위를 수놓는 동서양의 하모니에 깊게 빠져들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국립무용단의 개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창조한 박예지 안무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2019년 코르도바에서 개최된 이후 두 번째를 맞는 스페인 한국현대무용제에서 한국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면서도 한국 현대무용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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