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아르헨티나 관객들과 만난 재해석 판소리 심청가 편지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3.23

지난 3월 4~5일 저녁 8시, 4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의 습한 날씨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센테나리오 공원(Parque Centenario)의 에바 페론 원형 야외 공연장에서 한국의 고전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 '춤을 부르는 판소리: 편지'가 현지인 관객들과 만났다.


공연대기줄

이번 공연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13개국, 1,5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한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정부 주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공연예술제(FIBA-Festivales Internacional de Buenos Aires)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팀의 공연으로 그간 격년(1997-2019)으로 개최되었는데 코로나 시기(2020-2022)에는 온라인 공연으로 대처 되었다가 올해 들어 전면 대면 공연으로 전환되었다.

행사는 국내외 공연작을 선보이고 예술가와 공연예술기관 연계 창작물 제작 워크숍, 아트마켓을 통한 참여국 간 공연 관련 정보 공유 등이 목적이며 한국은 2007, 2021, 2022년과 올해 참가했다.

최근 들어 한류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그간 현지인들이 접하지 못한 생소한 분야인 판소리와 전통무용 그리고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음악을 혼합한 작품을 선보이니 현지인 한류 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공연현장


주아르헨티나 한국 문화원의 한보화 문화원장은 "한국의 고전 심청가 속 심청이의 편지가 아르헨티나인에게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하다."라며 "이미 한국의 전통음악을 재해석한 한국 퓨전음악 밴드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춤을 부르는 판소리, 편지]는 아르헨티나 시민들에게 한국 융복합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과 깊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주아르헨티나 한국 문화원의 한보화 문화원장


한국인 친구와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아(Andrea)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 친구를 사귀게 되어 그간 친구와 한식당을 갔고 여러 한국 행사에도 참여하여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공연 역시 친구가 초대해줘서 오게 되었는데 기대되고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더 알아 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전통문화나 전통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진심으로 오늘 공연이 어떨지 궁금합니다."라고 했다


한국인 친구와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아(Andrea)

동포 이영희 씨는 "예전 한류가 처음 시작되던 시기에는 많은 분이 한국을 잘 모르셨는데도 한국 문화의 영향인지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신 분들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계속 이렇게 관심이 증가하고 한국어 교육으로도 연관되니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고맙습니다. 요즘 한류가 여러 영역으로 많이 퍼져 나가고 있고 흔하게 볼 수 없는 우리 전통과 관련된 무대가 열린다고 하니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한국인으로서 감회가 새롭습니다."라고 했다.


동포 이영희 씨


우리 고유의 판소리 바탕에 타악, 판소리, 건반 그리고 보컬리스트까지 더해져 현대적으로 해석된 이번 무대는 객석과 무대를 경계 없이 넘나들고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심청 역 무용가의 움직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연현장1

심청 역을 맡은 유선후 씨는 "한국무용은 전통무용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거리감을 두고 볼 수 있는데 관객들이 현시대의 이야기를 한국적인 호흡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미에 빠져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우리나라 전통, 우리나라 고유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작품, 그게 전통이든 창작이든 하나씩 풀어내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류의 인기는 코로나 시기에 더욱더 현지에서 많이 증가했는데, K-Pop과 K-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지인이 늘고 있고, 한국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팬클럽도 형성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과 가장 먼 곳에 있는 아르헨티나이기에 한국 문화의 공연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고,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접하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그간 현지인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판소리가 현대적인 요소를 첨가해 무대에 올랐기에 어쩌면 K-전통문화의 장르가 또다시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될 수 있을 거라 보인다.

젊은 소리꾼으로 공연에 참여한 어연경 씨는 "정말 판소리꾼이 하는 것처럼 고수랑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말로 판소리를 한다면 전달이 많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춤과 음악의 융합으로 인해서 조금 더 감정적인, 시각적인 것들이 많이 전달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심청 역을 맡은 유선후 씨


이한빈 음악감독은 "한국에서는 이런 예술적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고 한국은 정말 대중문화 예술만 발달한 것이 아니라 순수음악 예술도 굉장히 수준 높은 나라이니 관심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공연은 프롤로그와 5막으로 구성되었으며, 1막 '성숙 청정(成熟淸淨) - 연꽃의 만개, 활짝 피면 그 색이 무척 곱고 아름다워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맑아진다'와 3막 '불여악구(不與惡俱)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바다)에 목숨을 바치는 심청'의 무대를 보던 현지인 관객 마리아 플로르(Maria Flor)는 "한국 문화에서 연꽃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문화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감정이 벅차오르는 공연 때문에 마지막에는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 전통은 무엇인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인간적인 측면에서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등 더욱더 깊게 알아 가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공연관람객

동포 신종석 씨는 "이렇게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점은 K-POP도 물론이지만, 우리나라 전통을 세계적으로 알린다는 게 너무 좋아요."라고 하며 현재 남미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 문화를 실감했다.

코로나 이후 대면으로 진행된 첫 번째 한국 전통문화 행사였던 이번 공연은 판소리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한류를 현지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류가 꼭 K- Pop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현지인들에게 알려줄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물리적 거리상 한류 공연을 보기 쉽지 않은 남미, 아르헨티나이기에 이번 공연은 많은 현지 한류 팬들에게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정덕주
 아르헨티나 정덕주
 부에노스한글학교 교사
 프리랜서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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