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3월, 새봄맞이 바로네즈 한글학교 특별 문화 수업 [한국 시장 체험]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3.29

2013년 개교한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다음 3가지 신념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한다.


첫째, 말해야 언어다.

이 신념을 위해 주로 의사소통 교수법을 활용해서 한국어를 교육한다. 정확성과 유창성을 말하기 기본 목표로 하지만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정확성보다 유창성에 더 집중한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학생 대부분은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운다. 학생 수 절반을 차지하는 고려인에게도 엄밀히 말하면 한국어는 외국어다. 60대 이상 어르신으로 구성된 최고령 그룹인 [사랑반] 학생들은 이주 2세대다. 대부분 인생에 단 한 번도 정식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부 학생들은 부모님께 듣고 자란 북한식 한국어를 기억한다. 어릴 때 들어서 알고 있는 단어들도 말할 기회가 없으니 입에서만 맴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9월 입학 후 한글 자모를 충분히 익힌 후부터는 학생들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수업 대부분을 한국어로 진행한다. 특별한 문법 설명 시에만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진행해야 하는 수업은 교사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교사는 학생들 어휘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여 쉽게 발화하며 가르쳐야 한다. 수업 시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학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손을 든다. 그러면 내용을 이해한 학생이 러시아어로 통역을 한 후에 다시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의사소통 교수법을 통한 말하기 한국어 수업은 그동안 많은 결실을 가져왔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매년 12월 카잔에서 열리는 한국어 말하기 올림피아드에 2017년부터 참여했고 이 대회에 출전한 학생들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덕분에 한국에서 무료로 공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그 과정 이후 한국 대학에 진학했다. 매년 1회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에서 주최하는 말하기 대회에서 제1회 성인부 우승을 차지한 마리아 학생은 그 대회 이후 러시아 랴잔에 위치한 한국 도시락 기업에 통역관 및 매니저로 취직했다. 현재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통번역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진로를 준비 중인 마리아는 최근 인터뷰에서 '말해야 언어다'의 신념은 옳다고 전했다.


▲ 3월, 새봄을 맞아 초급반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문화 수업 [한국 시장 체험]

▲ 3월, 새봄을 맞아 초급반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문화 수업 [한국 시장 체험]


9월부터 시작된 한국어 수업을 재미있게 잘 따라오던 학생들은 3월 쯤에 난관에 직면한다. 초급 과정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인 국립국제교육원 한국어[초급] 9과, 10과 문법인 수사, 관형사, 수량 명사는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어렵고 또 지루한 문법이다. 모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소수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고려인, 러시아인 학생들의 상황은 같다. 특히, 화폐를 세는 단위가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달라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3월, 봄기운에 어려운 문법까지 겹쳐 나른한 수업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실천'에 투입시키기로 했다. 이론과 실습이 조화된 한국 시장 문화 체험으로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문법 수업을 진행했다.


둘째, 문화 체험이 한국어 교육에 동기를 부여한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그저 사랑이다. 교과 과목도 국가시험 과목도 취직을 위한 과목도 아니다. 소수 학생이 한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어 [토픽준비반]이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 10년 간 대부분 학생들의 한국어 공부 목적은 취미였다. 9월 입학식에 학생들에게 한국어 공부 이유와 목적을 묻는다. '한국 사람을 만나서 한국어로 말하고 싶어요.'라고 작은 소망을 적는다. 취미는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


모든 교사에게는 재미있는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정해진 교과서와 진도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다가 일정한 때가 되면 수업의 환기를 시켜줘야 하는데 이때 특별한 문화 수업이 특효약이다. 많은 학생이 한국어보다 한국 문화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까지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한 달에 한 번 문화 수업을 진행했다. 문화 수업은 아래 사진과 같이 정규 한국어 수업보다 더 많은 준비와 시간, 물질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한 달 한 번 문화 수업을 강행한 이유는 문화 수업을 통해 학생들 눈빛이 살아나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에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 학습자들은 듣는 세대가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는 세대다. 이러한 세대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와 필요에 발맞춰 움직여야 한다. 확실히 문화 수업은 세대를 초월해서 학생들에게 한국어 학습 동기를 부여한다.


▲ 매주 일요일 오후, 한국어를 공부하는 교실이 3월 5일에는 한국 시장으로 꾸며졌다. 교과서 90, 91페이지에 있는 수량 명사를 한 번 이상 직접 말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다양한 물건을 준비했다.

▲ 매주 일요일 오후, 한국어를 공부하는 교실이 3월 5일에는 한국 시장으로 꾸며졌다. 교과서 90, 91페이지에 있는 수량 명사를 한 번 이상 직접 말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다양한 물건을 준비했다.


한국 수량 명사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한국어 숫자는 고유어와 한자어 2가지로 구분된다. '한복 한 벌에 얼마예요?'인 경우는 고유어를 사용해야 한다. '한복 한 벌에 오천 원이에요.'인 경우는 한자어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교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고충이 이 문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있다. 낯선 언어를 배울 때 포기하고 싶은 문법들에 직면하는데 한국어의 경우 이 문법이 첫 번째 고비다. 초급 학생들에게 한국 돈 '원'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한글학교 유아실의 모든 인형과 카드까지 한국 시장 문화 수업에 총동원되었다.


▲ 학생들은 [한국 시장 체험] 문화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주 동안 이론 수업을 받았다. 이론을정리하고 실전에 돌입하기 전에 2개 비디오를 시청했다. 첫 번째 비디오는 [연세 한국어학당] 21회 수업 '이 꽃은 얼마예요'다. 어학당 교사의 설명과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직접 가게를 찾아가서 한국어로 물건을 구입하는 영상이다. 조금 어눌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이 우리 학생들에게 도전이 되었다. 두 번째 비디오는 [런닝맨 - 먹거리가 가득한 광장시장 미션]이다. 예능인들이 광장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유쾌하고 오감을 자극했다.

▲ 학생들은 [한국 시장 체험] 문화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주 동안 이론 수업을 받았다. 이론을정리하고 실전에 돌입하기 전에 2개 비디오를 시청했다. 첫 번째 비디오는 [연세 한국어학당] 21회 수업 '이 꽃은 얼마예요'다. 어학당 교사의 설명과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직접 가게를 찾아가서 한국어로 물건을 구입하는 영상이다. 조금 어눌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이 우리 학생들에게 도전이 되었다. 두 번째 비디오는 [런닝맨 - 먹거리가 가득한 광장시장 미션]이다. 예능인들이 광장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유쾌하고 오감을 자극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한국에 가면 무엇을 먹고 싶어요?' 질문을 하면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어요' 답하는 경우가 많다. 3시간 동안 진행될 문화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은 '한국어로만 말하기'다. 틀려도 괜찮다. 어눌해도 괜찮다. 천천히 한국어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새봄을 맞아 교사들이 준비한 특별 문화 수업 [한국 시장 체험]의 목적이다. 이론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학생들은 은행에서 한국 돈 '원'을 받아 시장으로 출발했다.


셋째, 이론과 실습의 조화다.
문제는 문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이다. 교사들이 시간과 물질과 열정을 담아 진행하는 문화 수업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점이 한글학교 문화 행사에 가장 필요한 방향성이다. 물론, 이 방향으로 한글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문화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1년 중 계획하는 문화 행사 중 일부라도 '이론과 실습이 조화된 문화 교육'이라는 신념과 목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한다면 학습자들에게 더 오래 남고 언어 교육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 교육이 될 수 있다.


3월 5일 [한국 시장 체험] 특별 문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3주에 걸쳐 수업 시간마다 다음과 같이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한국 시장 체험] 문화 교육 수업 진행 내용 및 과제

날 짜

문화 교육 수업 내용

과  제

2월 12일

  1. 3월 [한국 시장 체험] 실습 공지

  2. 실습 카드, 수량 명사 만들기

  3. 한국어 초급 p. 83 숫자 익히기 

 1. 한국어 초급 p. 83 숫자 암기

 2. 쓰기 연습 p.84, 읽기 연습 p. 86

 3. 자신의 하루 일과 쓰고 말하기 

2월 19일

  1. 과제 점검 : 하루 일과 숫자 사용해서 말하기

  2. 비디오[두근두근 한국어] 통해 한국 수량 명사 사용법 이해하기

  3. 한국어 초급 p. 90 수량 명사 익히기

  4. 준비된 물건을 통해 다양한 수량 명사 직접 말하기

  1. 한국어 초급 p. 90, 91 수량 명사 암기, 쓰기 연습하기

  2. p.92 읽기 연습. 읽고 번역, 질문 대답하기

  3. p.93 과제 학습을 통해 수량 명사 익히고 써보기

2월 26일

  1. 과제 점검 : 자신이 써온 수량 명사 문장 말하기

  2. 한국 돈과 친해지기. 백, 천, 만 단위까지 익히기

  3.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물건 사고팔기

  1. [기초 한국어] p. 43 한국 돈 '원' 문제 쓰고 말하기 연습

  2. 공책 한 권에 얼마예요? 공책 한 권에 사백 원이에요. 매일 두 문장씩 쓰고 말하기

3월 5일

  1. [한국 시장 체험] 참석하기

  2. 은행에서 '원' 수령하기

  3. 수량 명사 카드와 '원'을 갖고 모든 코너를 돌면서 물건 한국말로 사기

  4. 사는 역할, 파는 역할 바꾸기

  5. 한국어로만 이야기하기

  1. [한국 시장 체험]에 참석한 느낌 한국어로 써오기



▲ [한국 시장 체험]에 참석한 나타샤와 알료나의 시장 체험 감상문. 말하기는 구어체로, 쓰기는 문어체로 권장하나 문어체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문법 중 하나이다.

▲ [한국 시장 체험]에 참석한 나타샤와 알료나의 시장 체험 감상문. 말하기는 구어체로, 쓰기는 문어체로 권장하나 문어체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문법 중 하나이다.

▲ [한국 시장 체험]에 참석한 나타샤와 알료나의 시장 체험 감상문. 말하기는 구어체로, 쓰기는 문어체로 권장하나 문어체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문법 중 하나이다.  

"멋진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박람회를 열어주셨어요. 숫자 세기는 저에게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에 이 이벤트는 저에게 매우 유용했어요. 진짜 작은 시장에 와 있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맛있는 감귤, 차 그리고 한국 박물관에 대한 아름다운 잡지를 샀어요. 정말 흥미로웠어요."
- 나타샤 감상문


"지난 주말에 나는 처음으로 한글 학교 '시장 수업'에 갔다. '시장 수업'을 하기 전에 모든 학생이 무엇을 사고 싶을 때 작은 문법 강의를 들었다. 한국의 수와 중국의 수 때문에 어렵지만 재미있었다. 다음에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어느 맛있는 단것과 음료수를 팔았다. 귤과 커피가 가장 인기 있었다. 어떤 학생들이 커피와 과자를 샀고 어떤 학생들이 귤과 주스를 샀다. 장사가 좋게 있었는데(잘되었는데**) 한국말 때문에 조금 어려웠다. 우리는 모두 한국어를 공부하지만, 모든 학생이 다른 발음을 가지고 있어서 어렵게 소통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학생이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을 방해하지 못했다. '시장 수업'을 한 번 더 하는 게 좋겠었다(좋겠다)!"
- 알료나 감상문


▲ [한국 시장 체험]을 준비한 이예희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남안젤리까가 수업에 참석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 시장 체험]을 준비한 이예희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남안젤리까가 수업에 참석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3월, 새봄맞이 바로네즈 한글학교 특별 문화 수업 [한국 시장 체험] 3번에 걸친 이론 수업과 실전 수업이 끝났다. 단 4번의 수업으로 한국 수량 명사와 한국 돈에 익숙해질 수 없다. 그러나 웃으며, 움직이며, 먹고, 마시며, 즐겁게 한국어로 체험한 시장 수업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었다. 또 잊고 기억하며 또 잊겠지만 괜찮다. 수업 후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대화를 들었다. 한 학생이 "아 이렇게 진짜 한국 가서 시장에서 떡볶이 사 먹고 싶다. 지금은 조금 자신 있는데..."라고 말했다. 수업 4번에 진짜 한국 시장 체험을 꿈꾸는 대담한 학생들, 그래서 문화 수업은 힘이 있다. 실전은 이론보다 강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다. 말해야 언어다. 문화 체험은 한국어 교육에 동기를 부여한다. 이론과 실습의 조화. 바로네즈 한글학교가 지향하는 한국어 교육 신념은 2023년에도 계속된다.





서지연
 러시아 서지연
 바로네즈한글학교 교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상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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