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말레이시아 바틱 예술 전시관 야홍갤러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9.04

[인터뷰] 말레이시아 바틱 예술 전시관 야홍갤러리


바틱(Batik)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 염색 기법으로 밀랍을 사용해 착색을 차단하는 특정 공정을 거쳐 만든 그림이 있는 천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인들이 일상에서 즐겨 입는 바틱은 2009년 10월 9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말레이시아 화가 추아티안텡(Chuah Thean Teng)은 바틱에 독자적인 표현 기법을 담아 바틱을 새롭게 정의해 '바틱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다툭(Datuk) 작위를 받은 추아티안텡 작가는 바틱 작품을 선보이며 관련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1950년대에 야홍갤러리를 설립했다. 현재 해당 갤러리는 추아티안텡의 아들이자 바틱 예술가인 추아서우켕 작가가 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통신원은 대를 걸쳐 바틱 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추아서우켕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야홍갤러리 추아서우켕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 야홍갤러리 추아서우켕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야홍 갤러리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야홍 갤러리는 아버지인 추아티안텡 작가가 세운 미술관으로 관람객들에게 바틱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공간입니다. 1950년대 페낭 조지타운에 문을 열었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바투프링기에 지금의 미술관을 열었습니다. 이곳에는 추아티안텡 작가의 작품부터 바틱 작가로 활동하는 추아서우켕(Chuah Seow Keng), 추아시우텡(Chuah Siew Teng), 초이슈켁(Choy Siew Kek)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바틱과의 인연이 꽤 깊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예술과 바틱을 접목하셨나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순수예술을 공부한 아버지는 18세 되던 해에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정착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페낭에 바틱 공장을 설립했으나 사업가보다는 예술가였던 아버지의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장은 문을 닫았지만 오히려 바틱을 접하면서 회화기법을 적용할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됐습니다. 아버지는 바틱을 활용한 실험적 시도 끝에 1941년 'Malayan Life'라는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 국명을 말레이시아로 개명하기 전인 1940년대 당시 회화의 재료로 인지되지 못했던 바틱을 활용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1955년 첫 단독 전시를 개최하고 얼마 되지 않아 1959년 런던에서 첫 해외 전시를 열었습니다. 해당 전시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후원으로 진행됐고, 아버지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후원을 받은 첫 번째 작가였습니다. 바틱으로 말레이시아 풍경과 인물을 담은 아버지의 작품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영국문화원의 지원을 통해 아일랜드에서도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국립미술관에서 단독 전시회를 개최하고 유럽에서 열린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 유네스코 환영카드 표지에 활용된 추아티안텡 작가의 'Two of a Kind' - 출처: 통신원 촬영 >

< 유네스코 환영카드 표지에 활용된 추아티안텡 작가의 'Two of a Kind' - 출처: 통신원 촬영 >


바틱 회화라는 실험적 기법으로 외국에서 더 유명해지셨습니다. 1965년 아버지 추아티안텡 작가의 'Two of a Kind'가 유네스코 환영카드 표지에 활용될 그림으로 선정됐습니다. 1988년에는 아버지 작품 'Tell You A Secret'과 작가님의 그림 'Fish'와 'Rural Life'가 유네스코 환영카드 표지에 또다시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1965년 아버지가 유럽에서 전시를 하던 당시 유네스코에서 'Two of a Kind'라는 작품을 환영카드 표지에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Two of a Kind'는 모성애와 가족을 주제로 말레이시아 여성과 아이를 화폭에 채운 작품입니다. 유네스코와 함께 사회취약층을 도울 수 있는 뜻깊은 일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작가의 작품이 유네스코 카드 표지로 선정된 것은 제 아버지가 최초였습니다. 감사하게도 1980년대 아버지와 저의 작품이 또다시 유네스코 환영카드 표지로 선정됐습니다. 말레이시아를 그린 바틱 작품이 평화, 인권을 위해 힘쓰는 유네스코 카드에 실린 부분에 대해 지금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 야홍갤러리에 전시된 바틱 작품 - 출처: 통신원 촬

< 야홍갤러리에 전시된 바틱 작품 - 출처: 통신원 촬

< 야홍갤러리에 전시된 바틱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작가님께서는 1968년 독일에서 유리섬유(Fiberglass)을 전공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바틱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면 작가님은 공업용 재료로 예술실험을 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 국영항공사인 전말레이시아싱가포르항공사와 말레이시아국립은행 입구에 유리섬유 조각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영기관에서 작품 의뢰를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네, 작가로서 의미가 깊은 일입니다. 말레이시아 항공과 싱가포르 항공이 분리되기 전인 1970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항공사에서 공식적으로 작품 의뢰를 받았습니다. 조각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이포 사무소에 'Space'이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다음 해인 1971년에는 페낭 사무소에 조각상 'Time & Space'을 전시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국립은행으로부터 입구에 설치할 조각상을 의뢰받아 'Bank Crest'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 조각상은 말레이시아국립은행 페낭지점에 설치돼 있습니다.

작가님은 조각 이외에도 바틱과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특히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1973년 도쿄, 1975년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맞습니다. 1972년 페낭 전시회 이후 첫 해외 전시를 일본 도쿄에서 진행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작품 전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말레이시아의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을 활용한 작품들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야홍갤러리를 방문하는 관람객 중 한국인 관람객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갤러리를 찾는 한국인도 있고, 그중에는 바틱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착용하는 바틱이 어떻게 작품으로 재탄생했는지 관람하는 기회가 더 많은 한국인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야홍갤러리 공식 홈페이지, http://www.yahongart.com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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