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강익중 작가와 이집트 대학생들이 함께한 '내가 아는 것'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21

강익중 작가와 이집트 대학생들이 함께한 '내가 아는 것'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이집트를 방문해 10월 24일과 25일 양일 동안 아인샴스대학교 학생, 한국 교민 및 이집트 예술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었다. "한국문화는 김치, 한옥, 케이팝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생각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외양이 아니라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익중 작가가 한국 교민들과 함께하는 아트 토크에서 한 말이다. 문화교류라는 말이 익숙해진 이 시대에 무엇을 교류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가 이집트를 방문해 개최한 워크숍에서 함께 나누고자 했던 문화는 무엇이었을까?

강익중 작가는 아인샴스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내가 아는 것' 워크숍에 앞서 '공공 미술을 통한 조용한 혁명: 달항아리에서 한글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달항아리 시리즈'의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여 제작한다. 그는 강의에서 "달항아리는 굉장히 깨지기 쉽다. 그래서 아랫부분을 먼저 만들고 위를 만들어 이어 붙인 뒤 구워야 하나가 된다. 이렇게 연결될 때 비로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도 서로 이어져야 비로소 하나가 되고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선조들의 지혜에도 담겨있는 연결과 협력, 공존에 대한 것이 그가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는 달항아리에 담긴 의미를 한글로도 확장했다. 한글이 자음과 모음이 모여 완벽한 하나의 소리를 이루는 것처럼, 한글도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 평화를 기원하며 이집트 국기 위에 달항아리를 그리고 있는 강익중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평화를 기원하며 이집트 국기 위에 달항아리를 그리고 있는 강익중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가 보여왔던 공공미술 설치작업도 '함께 모여 완전해진다'라는 의미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이러한 연결 작업의 일환으로 '내가 아는 것' 워크숍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가 아는 것'은 일반인들이 각자 마음에 두고 있는 한 문장을 쓰고 색칠한 것을 모아 다양한 설치 작품으로 만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올해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스페인을 거쳐 이집트에서도 진행하게 됐다. 이번 이집트 워크숍에서는 아인샴스대학교 학생 300여 명이 모여 한글로 메시지를 쓰고 색칠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소망 등을 한 글자씩 한 프레임에 적어나가는 작업에서 유독 평화의 메시지와 격려의 메시지가 눈에 띈다. 이집트 학생들의 다양한 메시지가 한글을 매개로 예술로 승화되는 시간이었다.


< 사전 등록부터 큰 관심을 끈 워크숍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출처: 강익중 스튜디오 제공 >

< 사전 등록부터 큰 관심을 끈 워크숍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출처: 강익중 스튜디오 제공 >


워크숍에 참석한 메르나 솔레이만(한국어과 박사과정, 29) 씨는 "이전에 참석했던 한국문화 행사들과 좀 달랐다."며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고, 표현의 과정에서 어릴 적이 기억나기도 해 일상의 긴장이 풀어지는 듯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평화와 이집트라던 그의 캔버스를 살펴보니, 마음을 압축적으로 적은 글자 사이 여백에 아랍문화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올리브 나무 잎사귀가 보였다.


<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메르나 씨와 호다 씨 - 출처: 강익중 스튜디오 제공 >

<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메르나 씨와 호다 씨 - 출처: 강익중 스튜디오 제공 >


강익중 작가가 이집트에서 발견한 것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간의 연결과 아프리카, 중동, 유럽 대륙을 잇는 지리적 연결의 가치이다.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30세 미만 인구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해 미래 인구에 큰 비중을 차지할 국가이다. 이번 방문에서 강익중 작가는 "이집트의 젊음과 순수함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강익중 작가의 워크숍은 그가 먼저 말을 걸고, 참석자들이 화답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가 미술가로서 작품에 끈질기게 담아 오던 연결과 공존의 가치를 먼저 소개하면, 참석자들의 마음에도 울림이 일어나 그들의 방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뿐만 아니라 각 작품이 하나로 모아져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 되는 모습이었다. 각자의 다름과 개성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자리, 이것이 진정한 문화교류의 방식이 아닐까?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강익중 스튜디오 제공




손은옥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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