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튀르키예 한인회관 개관식과 함께 맞은 겹경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22

[문화정책/이슈] 튀르키예 한인회관 개관식과 함께 맞은 겹경사


튀르키예 한인 사회에 경사로운 행사가 열렸다. 1989년 한인회 첫 출범 이후 34년 동안 숙원사업이던 한인회관이 드디어 들어선 것이다. 튀르키예 한인회총연합회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가 교육의 장으로 사용하던 토요한글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한인회관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재외동포들에게 회관이 건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날의 행사는 통신원에게도 더없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새로 문을 연 한인회관에 들어서니 지난 34년간 튀르키예 한인들의 희로애락이 함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계 여느 국가의 재외동포 마음은 같을 것이다. 조국의 품을 떠나 사는 이들의 가슴에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웃 교민을 만나보고, 전통문화 행사에도 참여해 보지만 조국을 향한 그리운 마음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이에 통신원은 개관식 참석자들이 현지에서 남긴 발자취에 초점을 두고 취재를 해 나갔다. 행사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들은 한인들과 함께 참석한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이었다. 평균 94세의 한국전 참전용사 노병들은 거의 대부분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었고, 그들을 대신해 키프로스 참전용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 개관식에 참석한 튀르키예 한국전 참전용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개관식에 참석한 튀르키예 한국전 참전용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중 두 명의 용사는 너무도 반갑게 6.25 한국전쟁에 파병됐던 노병이었다. 조국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두 분의 참전용사를 뵙는 그 순간,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 준 노병들의 희생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코에 붕대를 감싼 한 노병의 모습은 한국전쟁 당시에 가졌을 단단한 체구 대신 흰머리에 왜소해진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 한인 사회가 34년 동안 꿈꿔 오던 한인회관 개관식에 참석해 함께 축하를 전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해 보였다.


< 튀르키예 한인회관 내·외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튀르키예 한인회관 내·외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튀르키예 한인회관은 '한인회관 및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앞으로 튀르키예 한인들과 역사를 함께할 한인회관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더해 세웠다는 것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빼고서는 역사의 한 줄 조차도 써 내려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관은 내부에 상설 전시장과 자료실, 세미나실을 갖췄다. 또한 한인회 사무실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강당을 마련해 공간을 짜임새 있게 활용했다.


< 튀르키예 한인회관 개관식 행사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 튀르키예 한인회관 개관식 행사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국민의례와 애국가 재창으로 튀르키예 한인회관 개관식이 시작됐다. 김영훈 튀르키예 한인회 총연합회장이 인사말을 전했고, 이어 이우성 주이스탄불 총영사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총영사는 "1989년 튀르키예 한인회 발촉 이후 34년 동안 염원해 오던 한인회관 겸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을 개관하게 돼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라며 축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인회관 개관식과 함께 축하할 몇 가지 기쁜 소식이 더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2023년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자랑스런 한인회'로 선정돼 재외동포청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고, 둘째는 튀르키예 한인회총연합회 이름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게된 것이며, 셋째는 튀르키예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이다.


< 튀르키예 한인회가 전 세계 한인회와 민간종교단체 모금을 통해 세운 460동 컨테이너 마을 - 출처: 통신원 촬영 >

< 튀르키예 한인회가 전 세계 한인회와 민간종교단체 모금을 통해 세운 460동 컨테이너 마을 - 출처: 통신원 촬영 >


올해 초 발생한 대지진으로 남동부 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튀르키예 한인회는 발 빠르게 전 세계 한인회들로부터 성금 모금 활동을 벌여 지진 이재민들을 위한 한국 친선 컨테이너 마을을 세운 바 있다. 호주, 아시아, 미주, 유럽총연, 조계종, 원불교, 민주평통, 월드옥타 그리고 기독교 단체와 기업 등 전 세계 한인들이 보낸 온정의 성금 250만 불(약 30억 원)을 모아 이스켄데룬 지역에 460동 컨테이너 마을을 조성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와 NGO 단체에서도 이재민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 한인회가 주체적으로 전 세계 한인회의 성금을 모아 컨테이너 마을을 조성한 것은 튀르키예 한인회가 대표적이다.

행사에 참석한 튀르키예 재외동포들은 한인회관이 문을 연 것과 한인회의 수상 소식을 접하며 기쁨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인회관이 생기기 전에는 임기를 새로 시작한 한인회장 집무실로 자료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한인회 중요한 자료들이 분실됐는데, 이제는 회관에서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마치 자신의 집이 생긴 것처럼 좋아하는 반응이었다. 통신원은 튀르키예 한인회의 더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한인회관을 개관하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김영훈 회장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 김영훈 튀르키예 한인회장이 회관 개관식 전까지 사용했던 개인 집무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김영훈 튀르키예 한인회장이 회관 개관식 전까지 사용했던 개인 집무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 한편에 아직 새 회관으로 옮기지 못한 한인회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김 회장은 통신원에게 빛바랜 몇 권의 파일을 꺼내 보였다. 1989년 튀르키예 한인회 발촉 당시 발행한 한인회보가 파일 속에 보관돼 있었다. 6월 25일 14시 앙카라 코자테페 대강당에서 마르마라대학교 이희수 역사학 교수(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전과 터키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 아래에는 상기 강연에 대해 한국과 튀르키예 양국 간 이해 증진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튀르키예 제8대 투르구트 외잘 대통령이 보낸 축전도 기록돼 있었다.

또 다른 사진첩에서는 1989년 5월 27일 한인회 발촉 당시 장면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튀르키예에 거주 중이었던 전체 한인 81명 중 55명이 발촉식에 참석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낯선 국가에서 한인회가 처음 발촉되며 동포로서의 동질감을 가지고 살아갈 이들의 표정에서 든든함과 여유가 물씬 풍겼다. 김영훈 회장은 "빛바랜 파일들을 넘기며 선배 동포들이 남긴 자랑스러운 유산을 후배들이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통신원과의 만남을 마쳤다. 2023년 기준 재외동포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재외동포 수는 외국 국적 동포(시민권자)들까지 약 708만 명이다. 1903년 1월 13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하와이 이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이민의 역사는 어느덧 120년이 지났다. 그 120년의 역사 가운데 이제 튀르키예 한인회의 자랑스러운 역사도 개관한 회관을 통해 차곡차곡 쌓이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연합뉴스》 (2023. 2. 20). KBS, 내달 2∼3일 '한민족 공식이민 120주년' 특집 방송, https://www.yna.co.kr/view/AKR20230220046700371

- 재외동포청, 재외동포 현황 총계(2023년 기준), 

http://www.oka.go.kr/oka/information/know/status/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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