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스위스에서 사물놀이를 전하는 헨드리케 랑에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27

[인터뷰] 스위스에서 사물놀이를 전하는 헨드리케 랑에


지난 여름 지인을 통해 한국이 아닌 먼 타지 스위스에서도 한국의 사물놀이를 멋지게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믿기 힘들었지만 지난 10월 로잔 한류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이색적이면서도 스위스에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귀한 공연이 펼쳐졌다. 오색 빛깔의 사물놀이 복장에 흰 꽃의 머리띠를 두르고 징, 장구, 북, 꽹과리를 손에 쥔 5인으로 구성된 팀원들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들어갑시다."라는 추임새를 큰 소리로 외치며 입장해 공연장을 순식간에 압도했다.


<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사물놀이 그룹 '한울 바람(Hanul Baram)'의 반디, 세실, 수잔, 헨드리케, 마뉴엘 - 출처: 헨드리케 랑에 제공 >

<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사물놀이 그룹 '한울 바람(Hanul Baram)'의 반디, 세실, 수잔, 헨드리케, 마뉴엘 - 출처: 헨드리케 랑에 제공 >


한국의 농경문화에서 시작돼 한국의 민속신앙, 관습, 그리고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인 '흥'이 바탕을 이루는 농악에 기반을 두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물놀이가 서구적 외모를 가진 이들에 의해 연주됐다. 약 15분간 장구와 태평소의 만남, 설장고, 판굿 등을 선보였고 관객 모두가 넋을 잃고 사물놀이의 매력적인 리듬에 빠져들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한국인에게도 마치 한국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씨를 리더로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한울 바람(Hanul Baram)'이라는 사물놀이패다. 통신원은 기쁜 마음으로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씨에게 짧은 인터뷰를 신청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심리운동치료사(Psychomotoric)이자 '한울 바람'이라는 사물놀이패의 리더입니다. 바젤에서 장구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음악가이셔서 어릴 적부터 음악과 매우 친숙했고, 하프를 오랫동안 연주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한 한국의 장구가 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사물놀이를 배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희 그룹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수잔을 통해 장구를 접했습니다. 1994년 수잔이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본래 무용수였던 그가 장구를 몸에 걸고 춤을 추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악기를 몸에 건채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저는 호기심에 다가가 많은 질문을 했고, 당시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저였지만 장구라는 악기에 이끌려 수잔에게 장구를 배웠습니다. 남편의 공연차 한국에 방문한 수잔은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매력에 이끌려 매년 한국의 김동원 선생님을 스위스로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스위스에 사물놀이를 처음으로 전한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울 바람(Hanul Baram)'의 리더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씨 - 출처: 헨드리케 랑에 제공 >

< '한울 바람(Hanul Baram)'의 리더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씨 - 출처: 헨드리케 랑에 제공 >


무용수 수잔이 어떻게 장구를 하게 됐나요?
수잔은 원래 아프리카 악기를 다를 줄 알았고, 리듬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오스트리아 음악가 라인하르트 플래티슐러(Rheinhard Flatuschler)의 '타케티나(Taketina)'라는 수업에서 장구를 배웠습니다. '타케티나'는 리듬을 배우는 학습법으로 한국의 악기를 꽤 이용합니다. 라인하르트 씨는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브라질, 아시아 등 여러 지역을 방문했는데 한국에서 악기와 함께 걷고 몸을 장단에 맞춰 흔드는 풍물놀이를 보며 굉장한 영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장구를 이용해 풍물놀이와는 다른 방식의 '타케티나' 학습법을 개발했습니다.

어떻게 사물놀이를 전수받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수잔은 한국에서 김동원 선생님을 초청해 매년 일주일 동안 학생들에게 장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1996년 바젤에서 '세계 민속음악 축제'가 진행될 당시 아시아가 주빈국으로 선정돼 한국의 김덕수 사물놀이 '한울림'이 초청됐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사물놀이패의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감격과 흥이 넘치는 공연은 제가 본격적으로 사물놀이를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였습니다. 1999년부터 저는 매년 여름휴가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김덕수 선생님의 '한울림 전술반' 학교에서 장구 이외에도 징, 북, 꽹과리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습니다. 사물놀이는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순간 한국어, 토속 신앙, 관습, 민속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몸소 배워야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에서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2010년 김덕수 선생님께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한국종합예술대학교에서 공부해 보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셔서 학사 공부를 시작했고, 2016년에는 사물놀이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당시 제가 교내 유일한 외국인 학생이었는데 운 좋게도 한국 사물놀이패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립국악원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구를 가르치는 등 외국인 사물놀이패에게 수업도 진행했습니다.

사물놀이를 스위스에 보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6년에 스위스로 돌아오면서 사물놀이와 국악을 할 기회도 찾지 못해 많이 방황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저희 팀에서 태평소를 연주하는 마뉴엘을 만나게 됐습니다. 본래 일본의 북인 다이꼬를 연주했던 마뉴엘과 함께 의견을 맞춰 3년 전부터 바젤에서 저는 한국의 사물놀이를, 마뉴엘은 다이꼬 수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마뉴엘은 저의 학생으로 장구와 북, 징, 꽹과리를 배웠고 한국인 아내 덕분에 한국에서 태평소 연주를 전수받기도 했습니다.

'한울 바람'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그룹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장구를 하는 저와 수잔 외에도 세실, 반디, 마뉴엘을 만나 종종 연주를 했으나 그룹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특별한 계기로 '한울 바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울 바람'은 매년 스위스에 오셔서 워크숍을 진행하신 김동원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한울'은 '온 세상, 우주의 본체'라는 뜻입니다. 우연하게도 저희의 첫 공연은 2023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을 찾으시면서 대사관 초청으로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공연은 짧았지만 대통령께서 앙코르를 외치시며 너무 좋아하셔서 저희도 아주 기뻤습니다.

스위스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십니다. 처음에는 "너무 시끄러워요."라고 외치지만 점점 흥과 장단에 빠져들어 마지막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아는 음악 장르와는 또 다른 이색적인 매력에 이끌려 모두들 좋아합니다.

사진출처
- 헨드리케 랑에 제공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