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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튀르키예 유일의 한인 지휘자 정재호 씨가 이끄는 한튀 연합합창단의 재도약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1.04

[문화정책/이슈] 튀르키예 유일의 한인 지휘자 

정재호 씨가 이끄는 한튀 연합합창단의 재도약


튀르키예 최초이자 유일한 한-튀 연합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지휘자 정재호 씨를 소개한다. 튀르키예에서 정 지휘자가 얻은 '최초', '유일'과 같은 수식어가 본인에게는 늘 부담이 되겠지만, 이는 정 지휘자가 음악가로서 개척자의 인생을 살아왔음을 뜻할 것이다. 6.25 한국전쟁 참전, 그리고 2002년 FIFA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나란히 3위와 4위를 하며 형제 국가로서의 관계가 더 돈독해진 튀르키예는 케이팝, 한국 드라마, K-문학, K-뷰티 등 여러 영역에서의 한류의 영향을 받아 그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지금의 한류가 튀르키예에 정착하고 여러 분야에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개척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재호 지휘자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정재호 지휘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음대에서 성악과 합창, 지휘를 전공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음대에서 합창지휘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2008년 튀르키예로 건너와 이스탄불한인합창단과 앙카라 다국적 하모니합창단을 맡아 지휘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정 지휘자는 현지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한 현지인 대학생을 우연히 만나면서 튀르키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 정재호 지휘자의 가족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정재호 지휘자의 가족 - 출처: 통신원 촬영 >


정 지휘자는 자신이 현지 음대생을 만나기 전까지 튀르키예에는 이슬람 회당에서 하루 다섯 번 울리는 에잔(Ezan) 기도 소리처럼 종교 노래만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우연히 클래식을 배우고 있던 현지 음대생을 만난 후 생각의 전환이 찾아왔다. 서양 음악으로 한국의 가곡이나 민요와 같은 전통음악을 현지에 소개하고 보급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한-튀 우정의 합창단 초대 지휘자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한인 10명, 튀르키예인 25명, 총 3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한-튀 우정의 합창단은 타이틀 그대로 양국의 우정으로 결성된 합창단이다.

합창단원들의 직업군은 대학교 교수부터 공무원, 엔지니어, 오페라 가수와 같이 다양했다. 단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모두 비전문가들이었다. 서양 음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합창단원 중 대부분의 튀르키예인은 서양 음계로 된 악보를 읽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이는 음악이라는 예술을 대하는 튀르키예 사회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음악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여긴다.

초‧중‧고 공교육 과정에서 음악 수업이 아예 전무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기 매장조차 튀르키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인 단원들은 서양 음계로 된 악보를 읽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주 어려워한다. 국악에서 도-레-미-파-솔-라-시 서양 7음계가 아닌 궁‧상‧각‧치‧우 5음계를 사용하는 것처럼 튀르키예 전통음악에서는 '코마'라고 해서 아홉 개 온음은 올리고 아홉 개 음은 반음씩 내려 노래를 부른다. 음과 음 사이의 간섭이 매우 짧고 좁은 탓에 또박또박 분명하게 긴 박자에 맞춰 음을 내는 것이 현지인 단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한-튀 우정의 합창단 현지인 단원 중 어떤 이는 박치, 또 어떤 이는 음치로 합창할 때 마치 회당에서 기도하는 에잔 소리처럼 노래하게 되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 따라서 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한-튀 우정의 합창단은 전문적인 음악 지식과 재능, 경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양국의 아마추어 단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큰 사명감 없이 이끌기 어려운 합창단이다. 정재호 지휘자가 우정의 합창단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이 이와 같다. 정 지휘자는 악보 볼 줄 모르고 한국어 가사의 의미도 모르는 단원들이 단지 한국이 좋고 형제 국가라는 이유로 합창단에 지원한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합창단도 한-튀 우정의 합창단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따라 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활동 중이다.


< 정재호 지휘자가 앙카라 한인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한-튀 연합합창단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정재호 지휘자가 앙카라 한인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한-튀 연합합창단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재정난으로 합창단 운영이 중단되자 단원들은 물론 정재호 지휘자까지 모두 큰 상실감을 겪었다. 하지만 정재호 지휘자와 단원들은 한-튀 우정의 합창단에 대한 애정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정 지휘자는 합창단 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모든 기관과 단체를 알아봤다. 그 사이에 한인 동포 류명숙 단원은 지속적인 합창단 운영을 위한 탄원서를 모아 한국의 정부기관을 직접 찾아가 청원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중에 현지에 있는 현대자동차로부터 후원을 받아 한-튀 우정의 합창단이 재기하는 첫 무대를 갖게 된 것이다.

그 무대는 바로 합창단원들이 그토록 서고 싶어 했던 한국인들의 문화행사 자리인 앙카라 한인회 송년회였다. 앞으로도 정재호 지휘자가 이끄는 한-튀 우정의 합창단이 합창을 통해 한국-튀르키예 간 문화 외교관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이 끝나고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통신원은 정재호 지휘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 2023 앙카라 한인회 송년의 밤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3 앙카라 한인회 송년의 밤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튀 우정의 합창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튀르키예에서 거주하면서 여러 곳에서 지휘자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으로부터 한-튀의 우정을 선보이는 합창단을 시작해 보지 않겠느냐는 적극적인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꿈꿔왔던 일(튀르키예에서 음악적 저변을 넓히는 일)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문 음악인이 아닌 일반인 대상으로 단원을 모집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모집 기준을 낮춘 이유는 무엇인가요?
튀르키예가 음악적 저변이 넓지 않다 보니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노래하는 무대에 서 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단원들을 모집할 때도 음악 전문인으로 지원 자격을 한정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한-튀 우정의 합창단의 취지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을 사랑하고 특히 한국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박치에 음치인 분까지 지원하셨습니다. 하지만 합창단을 시작한 지 수 년이 지났는데도 중간에 활동을 그만둔 단원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모두 애정이 매우 뜨겁습니다.


< 한-튀 연합합창단 정재호 지휘자가 통신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튀 연합합창단 정재호 지휘자가 통신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런 과정을 거쳐 한-튀 우정의 합창단이 탄생하게 됐는데요. 합창단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주세요.
저희 합창단원 중 25명은 튀르키예 현지인이시고, 10명 정도는 튀르키예에 거주하시는 우리 동포 분들이십니다.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부터 공무원, 오페라 가수, 교수님까지 직업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동안 대사관이나 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국을 빛내는 다수의 무대에 올라 각국 귀빈들께 한국의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공연은 무엇인가요?
잘 알려진 튀르키예 민요 한 곡과 더불어 특별히 우리 동포들이 한마음으로 합창할 수 있는 곡들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입니다. 현지인들은 의외로 분단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단원들에게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전했습니다. 특히 송년회에 참석하신 우리 동포들과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정재호 지휘자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소리를 모은 합창을 지휘하는 지휘자로서 앞으로도 한-튀 우정의 합창단 활동을 통해 양국 간 문화 외교관의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앙카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튀르키예 81개 주를 모두 찾아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향후 한국을 찾아 공연할 수 있는 날도 오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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