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새 단어 'dorama' 브라질 공식 어휘로 등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1.05

새 단어 'dorama' 브라질 공식 어휘로 등재


2023년을 마무리하며 브라질 한류 일 년을 돌아보려 한다. 국제적인 성과로 화제의 정점을 찍었던 2022년과 달리 올해는 걸출한 대박은 없었지만 그간의 성공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발 다가간 한 해였다. 한인 이민 60주년이었던 만큼 문화의 도시 상파울루에서는 한류 축제, 영화제뿐만 아니라 한식, 예술 등 관련 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됐고, 여러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 8월과 10월에 열린 한국영화제(KOFF) - 출처: 통신원 촬영 >

< 지난 8월과 10월에 열린 한국영화제(KOFF)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과 상파울루대학교는 현지인 한국어 교원 1기를 배출했으며, 한국 기업과 밀접한 파라나주 수도 꾸리치바시는 자체적으로 2월 12월을 '한국 문화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 드라마는 꾸준히 스트리밍 순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고, 한식은 대도시 외식 문화 트렌드로 자리를 굳혔다. 상파울루 외에도 브라질리아, 피카시바라, 리우데자이네루, 파우마스, 벨루오리존치 등 크고 작은 지역 한류 행사를 통해 어느 때보다 브라질 시민들이 한국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던 해였다.


< 한국 드라마 시청, 장년층의 새로운 취미가 되다 - 출처: 'Estadão' >

< 한국 드라마 시청, 장년층의 새로운 취미가 되다 - 출처: 'Estadão' >


지난 10월 23일 브라질문학아카데미(ABL, Aacademia Brasiliera deLetras)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드라마를 뜻하는 단어 'dorama'를 공식 어휘로 등재했다. 브라질문학아카데미는 브라질 문학, 문화계를 대표하는 최고 명예 기관으로 브라질 포르투갈어 어문 연구와 사전 편찬 등의 일을 진행하고 있다. 'dorama'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제작되고 일반적으로 현지 출연진과 해당 국가 언어로 제작돼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지닌 시리즈 형식의 시청각 작품'을 뜻한다. 각 국가의 고유한 문화적 속성을 지닌 콘텐츠들이 다른 국가로 확산되면서 제작 국가는 'K-drama', 'J-drama', 'C-drama' 등 국가를 뜻하는 접두사를 활용해 구별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아시아 드라마, 연속극을 브라질 포어로 공식적으로 명시할 때 'drama'가 아닌 'dorama'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작품이 브라질에서 인정받으며 공식적인 명칭을 갖게 된 점을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해당 표기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dorama'라는 표기가 일본 드라마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됐으므로 한국 드라마를 포괄적으로 명시할 용어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용어가 브라질 사전에 등극되기까지 한국 드라마의 큰 인기와 영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과 과거 한일 역사 관계를 들며 '드'로 발음하는 한국어 발음이 아닌 모음이 뚜렷한 일본식 발음 표기인 '도'를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일본의 '도라마'와 한국의 '드라마' 등 아시아 미디어산업을 일반화하지 않고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브라질한인회는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대로 'dorama' 표기를 지지하는 측은 언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역사성을 띤다는 점을 강조하며 외국어에서 차용된 어휘가 국내에서 다른 의미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영어에서 차용된 'drama'가 일본, 한국 등으로 넘어가 원래의 뜻과는 다른 새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고, 브라질에서 'dorama' 표기가 이후에 등장한 'K-drama'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K-drama'라는 영어식 표현은 브라질어에 맞지 않는 표기이고 영어권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를 굳이 차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새 단어의 진정성은 앞으로 브라질 사용자들에 의해 검증될 것이라고 보았다. 해당 논란에 브라질문학아카데미는 기존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 브라질문학아카데미가 한국 드라마 등을 정의할 단어로 'dorama'를 선정하자 찬반 논란이 일었다 - 출처: ABL 인스타그램 계정 >

< 브라질문학아카데미가 한국 드라마 등을 정의할 단어로 'dorama'를 선정하자 찬반 논란이 일었다 - 출처: ABL 인스타그램 계정 >


'dorama' 등재는 한류에서 비롯된 브라질 내 아시아 문화 파워를 인정한다는 면에서 환영할 수 있지만(논란의 일본식 표기 문제는 제하더라도), 아시아 드라마와 서구 드라마를 굳이 장르적으로 철저하게 구분하고 한류를 다른 아시아권과 묶어 본다는 시각에서 한류의 경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한류가 'K'를 달고 세계적인 브랜드화에 성공했지만, 먼 나라 브라질에서 한류는 여전히 소규모 신생 문화다 보니 지자체나 기업 등의 후원이 없는 경우 콘텐츠만으로 모든 수요와 공급을 채우기 쉽지 않다. 다양함이 결국 질이고 흥행의 비결인 지역 문화계에서 한류는 아시아의 일부로서 상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시청자들이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지만, 브라질 한류 팬과 타 아시아 문화 팬의 교집합이 작지 않고 꽤 유동적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OTT 채널이 펼쳐놓은 가짓수만큼이나 다른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는 한류가 아시아 문화를 이끄는 대표 격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자칫 바통을 넘기는 순간 'K'의 힘으로 등재된 'dorama'는 손쉽게 짝을 바꿔 달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한류가 아시아 대표로 'dorama' 왕좌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언젠가 'K'를 떼고 독자적인 장르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올 한 해 많은 문화 행사를 방문하며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부흥에 힘쓰는 많은 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을 알고자 하는 이들과 알리려는 이들의 만남의 기회가 2024년에는 더욱 풍성하게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Estadão》 (2023. 10. 14). Novelas coreanas caem no gosto do público mais velho, https://www.pressreader.com/brazil/o-estado-de-s-paulo/20231014/281925957675025

- ABL 인스타그램 계정(@abletras_oficial), https://www.instagram.com/abletras_oficial/

- 《Correui Braziliense》 (2023. 11. 27). O drama do dorama: como uma palavra dá a volta ao mundo, https://www.correiobraziliense.com.br/opiniao/2023/11/6661284-o-drama-do-dorama-como-uma-palavra-da-a-volta-ao-mundo.html

- 《Correui Braziliense》 (2023. 10. 27). https://www.correiobraziliense.com.br/diversao-e-arte/2023/10/5138347-pesquisadores-coreanos-assinam-manifesto-contra-definicao-da-abl-de-dorama-academia-defende.html





서효정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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