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취리히 대학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1.08

[인터뷰] 취리히 대학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2023년은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으로 다양한 한국 관련 행사를 만나볼 수 있었던 뜻깊은 한 해였다. 그동안 케이팝,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 음식, 전통음악과 무용, 클래식 등 여러 분야가 소개됐는데 올해의 피날레를 장식한 행사는 지난 12월 17일 취리히대학 강당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다.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과 취리히대학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스위스에서 최초로 개최된 만큼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거의 채워진 100석 이상의 좌석에서 행사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이 느껴졌다.

행사는 금창록 대사와 취리히대학교 아시아동양학연구소장 볼프강 베어(Wolfgang Behr) 교수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어 21명의 참가자들이 각 5분씩 자유발화 혹은 낭독발화하는 시간이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 일부는 취리히대학과 제네바대학의 동아시아학과 학생들이었고 이외에도 '한국어 말하기 대회' 광고를 보고 참가한 이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심사위원은 현재 제네바대학과 취리히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맡고 있는 김승미 교수와 최영은 선생님, 그리고 취리히 한글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신둘선 선생님 세 분이 맡았다.


< 취리히대학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 취리히대학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작시를 낭송하는 참가자, 하루 일과 혹은 경험담을 전하는 참가자, 혹은 어떤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게 됐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참가자도 있었다. 취리히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리즈 슈무츨러 씨는 "독일에서 만난 카페 주인인 한국인 아저씨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피오나 슈리프터 씨는 "한국 전통 서예의 매력에 매료돼 한국어 학당에서 2년 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이외 "케이팝 혹은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전한 참가자도 있었다. 대부분 한국어를 배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데도 그 실력이 굉장했다.


< 참가자들의 발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참가자들의 발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카미유 호니스버거 씨는 '한국에서 연예인이 광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쓴 석사 논문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을 외국인의 입장에서 연구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케이트 메스머 씨는 한국의 회식 문화를 통해 살펴보는 음식과 동료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타시아 아바테콜라 씨는 외국에서 첫 만남에는 꺼려 하는 사적인 질문을 한국인들은 스스럼없이 던져 처음에는 아주 당혹스러웠지만 타인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따뜻한 관심에서 우러나온 것을 느낀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카트린 프로인드 씨는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대한 주제로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현재 언어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바바라 셰어 씨는 모국어인 독일어를 제외하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망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를 배웠는데 이번에는 한국어에 도전하고 있다며, 언어 습득 과정을 잘 알고 있어 말하기,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 한국의 '감로도'를 소개한 안드레 벨빌 씨의 발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의 '감로도'를 소개한 안드레 벨빌 씨의 발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양한 주제가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표는 60대로 보이는 안드레 벨빌 씨가 소개한 한국의 '감로도'였다. 감로도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조선 18세기 중엽 비단 위에 채색된 그림으로, 인간의 생로병사와 육도(지옥, 아수라, 축생, 인간, 아수라, 천)의 중생들을 다양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그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림의 부분 부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이 그림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했다. 또한 고령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 통신원이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안드레 벨빌 씨는 "지난 9월부터 취리히대학 동아시아학부 학생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된 지는 3개월 정도 됐는데, 20대에 일본학을 전공한 후 도서관 사서로 오래 일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다시금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60이 넘는 나이에도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고 그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다.


< '제1회 한국어말하기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 출처: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 제공 >

< '제1회 한국어말하기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 출처: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 제공 >


통신원은 이번 대회를 주최한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 이보영 서기관께 간단한 질문을 드렸다.  

어떤 동기로 이번 대회를 개최했나요?

스위스에서는 베른, 취리히, 바젤의 한글학교, 취리히와 제네바대학의 한국어 과정, 그리고 사설 어학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사실 취리히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마티나 도이흘러(MartinaDeuchler) 교수님이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시다가 교수님이 떠나시면서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한국어 강좌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류의 영향과 함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면서 취리히대학도 한국학 강좌 복원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취리히대학과 대사관은 한국학 보급 확대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에 관심 있는 스위스인들과 함께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최초로 개최하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를 어떻게 홍보하셨나요?
공동 주최 측인 취리히대학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홍보해 주셨고,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제네바대학에서도 이번 행사를 적극 홍보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스위스 내 최대 한류 단체(Hallyu Korea, Dear My Korea)의 SNS 홍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글학교, 한국 식품점과 한식당의 적극적인 협조도 행사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한국어에 관심 있는 스위스인들이 한국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대회가 정착돼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한국학 강좌 혹은 한국학과 개설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번 대회는 어떤 항목을 중심으로 심사하셨나요?
세 분의 심사위원께서 여섯 항목으로 나뉘어 심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음의 정확성(25)과 어휘 표현의 자연스러움(25), 발표 내용의 독창성(15)과 짜임새(15), 문화적 특수성(10), 발표 내용의 효과적 전달(5), 청중의 호응(5)을 중심으로 자유발화에서 3인, 낭독발화에서 3인을 선정했습니다.

대사관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관심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오래전부터 스위스 주류 사회에서 한국 영화는 명성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스위스인들은 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식 전반에 대한 관심은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위스 관공서나 학교 관계자와 소통할 때면 스위스 청소년 사이에서 케이팝,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하신 분들이야말로 한국문화를 아주 진지하게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네요. 저희 대사관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관심을 최대한 충족시키고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이해와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계속 마련해 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행사를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저희 대사관은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채로운 형태의 문화 행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 제공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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