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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예술로 선보인 '한지-나는 한국 화가다: 이승철의 한지, 자연색 설치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3.22

지속가능한 예술로 선보인 '한지-나는 한국 화가다: 

이승철의 한지, 자연색 설치전'


주헝가리한국문화원(원장 인숙진)은 지난 2월 26일 18시 문화원의 기획전시실에서 '나는 한국 화가다: 이승철의 한지, 자연색 설치전' 오프닝 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주헝가리대한민국대사관 대사 홍규덕의 축사로 시작됐다. 홍 대사는 한지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이승철 작가의 노고와 그의 작품이 갖는 완성도 높은 예술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친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인숙진 원장에 대한 감사의 말과 함께 새로 부임한 유혜령 원장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전시 포스터 - 출처: 주헝가리한국문화원 홈페이지 >

< 전시 포스터 - 출처: 주헝가리한국문화원 홈페이지 >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이자 작가인 이승철의 이번 전시는 전통공예 칼럼니스트이자 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 겸임교수인 서주희 기획자와 동덕여자대학교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2023년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 이어 유럽에서 맞는 세 번째 전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서주희는 "2024년 주헝가리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이승철 작가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전통 한지와 자연색에 대한 그의 30여 년 연구 결과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지'와 '자연색'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지 부조로 만든 작품 '달항아리'와 '부처(천 불)', '부처(문수보살)', '반닫이', '책장과 약장', '술병'과 설치 작업 '거울의 방'뿐만 아니라 작가가 수집한 한지 유물을 선보였다. 다각도에서 한국인의 삶과 정체성을 조명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는 특히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된 '부처(천 불)'과 '거울의 방'을 통해 주목받았다.


< 전시장 한 면을 빼곡히 채운 '부처(천 불)'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전시장 한 면을 빼곡히 채운 '부처(천 불)'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 한 면을 빼곡히 채운 사유하는 부처의 모습을 담은 '부처(천 불)'와 300가지 자연색을 경험할 수 있는 설치 작업 '거울의 방'은 끝없는 반복과 자기 반영이라는 한국적 삶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며 현지 관람객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다만 대부분이 기독교를 믿는 헝가리인들에게 불교문화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문수보살과 천불상 등의 작품으로 시각화된 불교문화, 이를 표현하는 매체인 한지의 기능과 자연색 등을 리플릿 혹은 강좌를 통해 현지 관람객에게 설명하며 소통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오프닝을 찾은 현지 관람객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오프닝을 찾은 현지 관람객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동시대 예술은 환경 문제를 둘러싼 자연과의 관계에서 무관할 수 없다. 이에 많은 예술가가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한(sustainable) 예술을 동시대 미학의 지향점으로 삼으며 작품의 물성과 표현 방법 등을 통해 이를 탐구한다. 한지가 갖는 물성의 지속 가능함에 이의를 제의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닥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한지는 인쇄용지로 사용된 후 한지 원료 죽으로 재생산돼 그릇 등의 공예품으로 사용되다가 다시 닥나무 껍질을 위한 거름이 된다. 한지의 물성이 갖는 강인성, 변형성, 자연과의 순환성은 현대 미술의 화두인 지속가능성에 해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승철 작가는 이번 전시도록을 통해 "미술 표현은 새로운 어떤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사와 전통 안에서 새로이 변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동시대 예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기존의 사물과 관념을 재정의함에 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한지와 자연색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는 한지와 자연색이라는 한국 전통 유물을 현재로 불러와 지속성과 순환성을 가진 예술로 재정의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현존성(presence)을 가진 작품으로 환원되면서 관객에게 삶과 정체성을 재정의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 2020년 한지는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문화재 복원 용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이에 2021년 4월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을 출범해 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국내외로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최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 세계유산분과-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가칭)'이 2024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선정돼 2026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년간 한지와 자연색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며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이승철 작가의 이번 전시가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기대한다. '나는 한국 화가다: 이승철의 한지, 자연색 설치전'은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지상 로비 및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6월 2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주헝가리한국문화원 홈페이지, https://hungary.korean-culture.org/ko/953/board/705/read/128061
- 이승철 전시도록 『나는 한국 화가다: 이승철의 한지, 자연색 설치전』





유희정

  •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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