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문화를 배우는 스위스 초등학교 아이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4.24

한국문화를 배우는 스위스 초등학교 아이들


스위스 동부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과 국경을 마주한 상갈렌(Sankt Gallen) 지역의 감스(Gams)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한국문화 수업을 매주 두 시간씩 17회에 걸쳐 한 학기 동안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후디 메뉴힌 재단의 스위스 동부 지역 코디네이터 다니엘 켈러할스(Daniel Kellerhals) 씨와 감스 초등학교 교사 다니엘 보이쉬(Daniel Beusch)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로 6학년에 해당하는 11세에서 13세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수업 진행은 스위스에 있는 한국문화 기업인 '스위코(Suiko Gmbh)'의 김경명 대표와 케이팝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 출신 마르타 루프 라우터(MarthaRupp-Lauper) 씨가 맡기로 했다. 수업은 케이팝 댄스를 모티브로 한글, 한식, 한국문화, 전통놀이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으며 한 테마를 2회에 걸쳐 총 4시간으로 구성됐다.


< 스위스 상갈렌 감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한국문화 수업을 하는 김경명 씨,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스위스 상갈렌 감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한국문화 수업을 하는 김경명 씨,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이 수업을 찾은 날은 두 번째 한글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사 다니엘 보이쉬를 비롯해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이 한글 알파벳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 간단한 단어를 써 보았다. 놀이로 숫자 배우기, 실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단어 말해보기 등 총 두 시간에 걸친 수업은 다양하고 알차게 구성됐다. 아이들 모두가 열심히 따라 쓰고 말하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수업이 마무리될 무렵 통신원은 아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전에도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네, 케이팝, 한국 음식, K-드라마, 만화책을 접했습니다.

어떤 분야를 더 자세하게 배워보고 싶은가요?
케이팝과 한국어, 한복, 그리고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어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워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만장일치) 수학여행으로 다음 학기에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요.

수업을 마친 후 통신원은 감스 회프리 초등학교 교장 마틴 데룽스(Martin Derungs), 교사 다니엘 보이쉬, 메뉴힌 재단의 코디네이터 다니엘 켈러할스, 그리고 스위코의 김경명 대표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니엘 켈러할스 씨, 국제 예후디 메뉴힌 재단과 '뮤제(MUS-E)'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위스의 여러 음악학교에 재직한 바 있는 베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였던 음악가 베르너 슈미트 씨는 "음악은 세계의 언어"라고 여기며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국제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1993년 그는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Yehudi Menuhin)과 함께 '뮤제(MUS-E)'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정서적, 신체적 감각을 자극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예술인들이 한 학기 혹은 주당 한 수업에 참여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작업하는 형태입니다. 음악, 미술, 춤, 연극, 회화, 디자인 등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프로그램은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브라질 및 그 외 사회적으로 취약한 아동이 있는 지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뮤제(Mus-E)' 프로젝트는 목적이 확실합니다. 예술을 일반 학교 과정으로 끌어들여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정기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능력과 역할의 중요성, 창의력, 동기 부여,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으로 아이들 개개인이 성장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는 초등학교 공동 교육과정으로 'Lehrplan 21'이라는 교육 시스템이 정해져 있습니다. 진도 맞추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 즉 점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동기와 과정이 더 중요한데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다행히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께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그 결과 아이들은 값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 스위스 상갈렌 감스 초등학교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 - 출처: 김경명 스위코(Suiko Gmbh) 대표 제공 >

< 스위스 상갈렌 감스 초등학교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 - 출처: 김경명 스위코(Suiko Gmbh) 대표 제공 >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동의하셨나요?
2023년 저희 학교에 유럽의 다른 학교들이 방문했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타문화 경험에 호기심과 적극성을 보이며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찾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정체성, 문화 통합, 타문화를 존중 및 이해하는 법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앞서 말씀하신 대로 일반적으로 수업 진도를 맞추기에도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이번 학기 한국문화 수업 내용을 살펴보시면 언어, 사회, 문화, 윤리, 예술 등 여러 분야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로 한국문화를 통한 존중과 이해를 목표로 아이들이 스위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 취지가 너무 값지기에 반 아이들과 함께 꼭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김경명 대표님께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관심의 변화를 어떻게 보시고 계시나요?
몇 년 전부터 스위스의 대도시에는 이미 한국 음식, 케이팝, 한국 드라마, 영화 등 많은 분야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지역은 스위스 동부 지역으로 보수성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파급력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몸소 느낍니다.


< 한중일 젓가락의 차이 및 한국의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며 김을 시식하는 아이들 - 출처: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 제공 >

< 한중일 젓가락의 차이 및 한국의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며 김을 시식하는 아이들 - 출처: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 제공 >


이번 한국문화 수업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먼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환경, 높임말 등 한국의 기본예절, 한국의 먹거리와 특징, 한국 젓가락 사용법, 한국어(읽기, 쓰기, 말하기), 한국 전통놀이 및 전래동화, 케이팝 댄스 등 다양하게 구성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수업에서도 보셨겠지만 아이들 모두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일반 수업과는 달리 놀이를 이용한 상호 작용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습니다. 한 아이의 경우 이전에는 반 친구들과의 교류가 적고 학교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았는데 한국문화 수업이 시작된 이후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하는 자세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부모님들의 반응도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국문화 수업이 프로젝트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스위스에서 '뮤제(Mus-E)' 프로젝트는 독일어권인 동부와 중부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좀 더 많은 학교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김경명 스위코(Suiko Gmbh) 대표 제공
- 다니엘 보이쉬 선생님 제공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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