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떼창’ 아닌 ‘떼춤’, 독일 K-POP 댄스 대회 현장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4.08

K-POP ‘떼춤’을 볼 수 있는 곳. 한국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도 아니었고, 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1시간이 넘게 걸리는 유럽의 중심, 바로 독일에서 열린 K-POP 댄스 대회다.


지난 3월 26일 독일 에센에서 K-POP 댄스 경연 대회인 <유러피안 한류 어워드(European Hallyu Award 2016)>가 열렸다. 독일 각지에서 몰려든 K-POP 팬들 사이에서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지리적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K-POP이 독일 팬을 사로잡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에센 중심가에 있는 공연장 Weststadthalle에는 오전부터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 K-POP 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지역 행사 때마다 채식 김밥 등을 판매하는 김밥스팟(KIMBAB SPOT)도 자리를 잡았고, 공연장 로비에는 K-POP 관련 음반이나 캐릭터 상품 등을 사고, 파는 작은 코너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독일 전역에서 왔다. 에센에서 두 세 시간 거리인 프랑크푸르트나 뒤셀도르프는 물론,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독일 각지에서 ‘한 춤’ 한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독일 뿐 아니라 스위스와 노르웨이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댄스 경연은 그룹, 듀오, 솔로 부문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고 총 50여 팀, 약 100여 명이 참여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무대>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무대>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현장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현장>


150여 석에 이르는 관중석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꽉 찼다. 십 대인 어린 참가자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여럿이었다. 경연의 첫 무대 반주가 울리자마자 참가자 모두가 환호했다. 자신이 아는 팀이든 모르는 팀이든 모두 뜨겁게 호응하면서 축제를 즐겼다. 수많은 외국 가수들을 감동케 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관중들의 특징인 ‘떼창’, 이곳에서는 떼창이 아닌 ‘떼춤’을 목격할 수 있었다. 통신원이 노래 제목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이곳 관중들은 이미 무대 위 경연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케이팝 강사 조신효씨는 이들의 열정과 실력을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경연 순서>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경연 순서>


각 부문 사이사이에 있었던 쉬는 시간도 K-POP 팬들에게는 춤추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으면 함께 모여 댄스 ‘합’을 맞춰보기 바빴다. 공연장 밖에 마련된 김밥스팟에도 길게 줄을 섰다. 여러 가지 야채가 고루 들어간 전형적인 한국 김밥과는 달리, 두부와 고구마를 추가하여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레시피를 바꿨는데 호응이 꽤 좋다고 한다. 김밥스팟 측은 “이곳 음식이 짜기 때문에 조금 싱겁게 느껴지는 스시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짭잘한 김밥을 좋아한다”며 “아직 가게는 없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부스를 차리는데 인기가 좋아 좀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 무대 24K의 ‘날라리’를 시작으로 솔로 무대 포미닛의 ‘크레이지’까지 쉬는 시간을 포함해 총 7시간에 이르는 경연이 마무리됐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도 지친 기색이 없어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열정을 쏟아낼 곳이 부족한 듯 경연과 쉬는 시간 내내 경연장 한 곳에서 춤을 추며 음악을 즐겼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비어기트 베너(Birgit Wehner)씨는 7시간 내내 경연장을 떠나지 않고 축제를 즐겼다. 이날 경연 세 부문에 모두 참여한 딸 라라(Lara)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2년전 혼자 콘서트에 가기에는 어렸던 딸 라라과 함께 B.A.P 콘서트에 함께 가기도 했다. 라라는 3살 때 발레를 시작하고 지금은 힙합과 K-POP 댄스팀 두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힙합의 경우 같이 춤을 춰도 저마다 다르게 각자의 춤을 추는데 K-POP은 모두 똑같이 각을 맞춰서 춘다. 이런 부분이 매력적인 것 같다. K-POP을 듣는 것도 좋아하고 보기도 좋고 춤 추는 게 너무 즐겁다”며 흥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여섯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온 참가자 MJ는 라이프치히 K-POP 댄스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위 ‘리더’가 곡을 정해 안무를 익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연습한다. 강사도 없이 유튜브를 통해 안무를 익힌다. 그녀는 “댄스 경연대회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참여하려고 한다”면서 “시간이 많이 들고 그만큼 돈도 들지만 아깝지 않다. 행사에 참여하는 게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참가자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참가자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수상자들>

 

<'K-POP 댄스 경연 대회‚ European Hallyu Award 2016' 수상자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곳인 비주얼컬쳐(Visual Culture)는 에센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서 K-POP과 J-POP 파티 등을 주최하는 단체다. K-POP의 인기와 더불어 이번 경연대회를 진행하게 됐고, 이름만큼 전 유럽을 대상으로 행사를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주얼컬쳐는 행사를 마치고 “이번 경연 참가자들의 실력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이 행사가 더욱 커지고 단단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신효 K-POP 강사

 

<심사위원 조신효 K-POP 강사와의 미니 인터뷰>


Q : 이번 행사 참가자들의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 : 그 동안 이곳에서 K-POP 댄스 강의를 해온 경험으로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심사위원은 처음인데 정말 경이로웠다. 실력이 예상보다 다들 뛰어났다. 한 참가자는 무대를 마치고 노래 한 소절이 잘못 나와 안무가 틀렸다며 울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열정도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Q : 심사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A : 실제 춤과 비교해서 정확도, 의상, 연기력/표정과 테크닉 네 부분으로 나뉘어서 심사했다. 다른 종류의 댄스라면 춤만 보는데 K-POP이기 때문에 의상과 연기력 등도 심사기준에 넣었다.


Q  : 평소 K-POP 댄스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인지


A : 지난해 5월 독일 보훔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K-POP 워크숍을 4회 진행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모두가 참여를 못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엄청 많았다. 전통 문화 행사 등 다양한 코너가 있었는데 K-POP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Q : 다른 춤과 비교했을 때 K-POP 댄스가 가지는 매력은


A : 다양성이다. K-POP은 걸그룹이라도 정말 수 많은 콘셉트로 다양한 춤을 보여준다. K-POP 댄스가 정해진 타입의 춤이 아니라서 각자가 하고 싶은 걸 골라서 할 수가 있다. 또한 소위 기획사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해서 나오는 춤, 합이 딱딱 맞는 춤 또한 이곳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장점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Q : 독일 내 K-POP 댄스 강사들의 활동 여건은 어떤가


A : 처음엔 K-POP 댄스 강의로만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독일에서도 이 쪽 문화와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참가자들의 열정도 크고, 나 또한 가능하다면 좀 더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싶다. 독일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K-POP 강의를 종종 요청 받는데 어떤 한국 단체는 소위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바람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좀 더 많은 K-POP 강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Q : 한류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많다. 어떤 부분에 좀 더 신경 쓰면 좋을지


A : K-POP 댄스 경연 같은 행사가 지역마다 산발적으로 열리는데, 오늘처럼 큰 규모의 행사가 좀 더 자주 열리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곳 아이들 스스로 어떻게 놀았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디어가 많은데 아이들 스스로 기획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유진 독일/라이프치히 통신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