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눈동자 색은 파랗지만 내 영혼은 한국인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5.23

미국인 소피아 카로 브리튼(Sofia Carro Britton)은 올해 25세로 현재 UCLA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파란 눈의 그녀는 어쩌다가 한국에 필(Feel)이 꽂혀 한국어를 전공하기에 이르렀을까,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제가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엄마가 태권도 레슨을 받기 시작하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죠. 태권도에 푹 빠진 어머니는 저에게도 태권도를 배워보라고 권유하시더군요. 어머니는 검은띠까지 따셨지만 저는 중간에 태권도를 그만뒀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입학을 앞두고, 학업에 열중해야 했기 때문이죠. 한국어에도 그닥 관심을 기울이진 못했었습니다. 이웃집에 살고 있던 한국인 친구들이 제게 몇 개의 한국어 단어를 가르쳐줬을 때, 주워듣기는 했지만 곧 잊어버렸으니까요.


태권도 도장은 떠났어도 무술과 무술 영화에 대한 저의 관심은 계속 됐었습니다. 몇 년 후,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때, 넷플릭스(Netflix)에 나온 중국 전쟁 영화를 다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 전쟁 영화를 틀어놓으면 제가 하고 있는 것을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중국 전쟁 영화를 보고 있던 가운데, 넷플릭스의 추천 비디오 리스트에 갑자기 한국 드라마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연속극을 시청한다는 게 꽤 재미있게 생각돼서 그림을 그릴 때면 백그라운드 소음으로 틀어놓곤 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주객이 전도돼 저는 그림을 내팽개치고 한국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시청하게 됐습니다. 정말이지, 한국 드라마는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제가 최초로 본 한국 드라마는 <매니(Manny)>였습니다. 그렇다고 <매니>를 모두 시청한 것은 아니에요. 그 즈음 저는 또 다른 한국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알게 됐거든요. 전편을 3일 만에 모두 찾아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계속해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고 한국 가요를 알게 됐으며 K-Pop 열풍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습니다.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 그리고 한국 버라이어티쇼 등 모든 종류의 매체로 한국어를 듣고 한국어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 제 개인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차라리 이걸 제대로 공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듣고 보기만 했었지만 이것으로도 저는 이미 몇몇 단어와 표현들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독일어를 전공할까, 하고 생각 중이었는데 그건 제게 너무 쉬운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여러 가지 외국어 수업을 들었던 터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거든요.  영어와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어 같은 경우는 별 문제 없이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체계의 언어를 공부해본 일은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아시아권 노동 시장은 넓고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시아 언어를 한 가지 익힌다면 쓰일 곳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중국어와 한국어로 제 전공 선택의 폭을 좁혔습니다. 그렇다가 한국어는 그들만의 알파벳이 있고 연속극과 K-Pop을 통해 어느 정도 친숙해진지라 한국어를 전공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의 장래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몇 년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그 일이 맘에 든다면 계속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고아원이나 개발도상국의 시설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한 어린이의 삶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뭔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의 꿈은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그들이 꿈꾸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저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미래라고 믿고 있으며 그들이 그런 꿈을 설계해가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입니다.

<탈춤 공연 장면(위), UCLA ‘한울림’과 함께 풍물을 공연하고 있는 소피아(아래)>

 

<탈춤 공연 장면(위), UCLA ‘한울림’과 함께 풍물을 공연하고 있는 소피아(아래)>

<한국인 친구들과 교실에서 한 컷>

 

<한국인 친구들과 교실에서 한 컷>


제게는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UCLA의 한국 문화 클럽 회원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한국인 친구와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울림은 제게 있어 가족 같은 단체입니다. 저는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한울림 풍물 그룹과 탈춤 그룹에도 가입했습니다. 저는 장구를 치면서 그들과 2차례 행사를 함께 치르고 공연도 했습니다.


제게 글렌데일 커뮤니티 컬리지(Glendale Community College)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던 두 친구가 있습니다. 알리스 리(Alice Lee)와 다니엘 박(Daniel Park), 그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저의 언어 교환 파트너인 한순아(Sunah Han)와 김하연(Hayoun Kim)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저는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여러 한국 음식을 맛봤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자주 바뀌지만 순대는 꾸준히 좋아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다 맛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본 한국 음식은 김밥입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한국 음식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음악은 힙합, 랩, 록, 팝뮤직 등 다양한 장르입니다. 최근 가장 좋아하는 K-Pop 아티스트는 제이 박(Jay Park)입니다. 지난 4월 14일에는 LA의 윌튼 극장(Wiltern Theatre)에서 하는 AOMG 컨서트에도 다녀왔습니다. 그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제이 박 이외에도 드렁큰 타이거, 타블로, 버벌 진트, 산에,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지코(Zico) 등의 음악을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은 빅뱅입니다. 탑(Top)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저 역시 탑을 좋아하기 때문에 빅뱅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빅뱅 외에도BTS, BlockB, 신화(Shinhwa), 2PM 등을 좋아합니다.


걸그룹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음악과 목소리는 가끔 거슬립니다. 그래서 남성 그룹의 음악만 고집합니다. 그리고 남성 그룹의 뮤직 비디오가 훨씬 더 보기에 좋더군요. 저 역시 수년간 댄서였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춤 안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춤이 멋지면 노래도 좋아하게 돼요. 그리고 그 그룹이 언제 또 출연할지 기대하게 되고요.


특별히 좋아하는 드라마가 따로 없는 이유는 모든 한국 드라마를 다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꽃보다 남자>는 늘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굿 닥터>와 <태양의 후예>도 아주 좋아요. 최근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시간이 없어 전편 다 보지는 못했지만요.


<꽃보다 남자>는 제가 초기에 봤던 드라마입니다. 제가 원하는 결말로 끝을 맺지는 않았지만 정말 중독성이 있는 드라마예요. 또한 깨달은 것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여자가 착한 남자에게로 가지는 않는다는 거에요. 그들은 늘 부자이면서 그들을 엉망으로 대하는 나쁜 남자에게 매혹되죠. <굿닥터>는 출연자들의 좋은 연기와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제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두 편 모두 독특한 방향을 향하고 있죠. 드라마의 매 순간을 정말 즐겼었습니다. <태양의 후예>를 보고 있자니 큰오빠 같았던 삼촌이 떠오릅니다. 삼촌은 4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하셨어요. 드라마는 이런 상황과는 별 관계가 없지만 송중기의 캐릭터는 저로 하여금 삼촌을 기억하게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는 <사도>입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사도세자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었어요. 그래서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가 컸었습니다. 개봉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러갔었죠. 특히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 배우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제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의 연기는 출중했고 스토리라인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사도>는 정말 멋진 영화였어요.


아직 한국에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을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응모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인들에게만 둘러쌓여 있다면 제 한국어는 많이 발전할 거에요. 한국 문화 역시 아주 가까이서 흠뻑 체험할 수 있겠죠?


그녀는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류승완 감독 초청 <베테랑> 시사회에서였다. 손을 들고 질문을 하던 총명하게 빛나는 눈빛을 아직 기억한다. 그녀가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그리고 한국와 영어권 세계의 멋진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래본다. 

 

※ 사진 출처 : Sofia Carro Britton 제공


박지윤 미국/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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