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도네시아에서 만나는 위안부 할머니의 흔적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8.24

한국인으로써 인도네시아 문화를 접 할 때, 종교, 문화, 역사 등 참 다른 것이 많다고 생각하다가도, 가끔씩 아주 생소한 곳에서 우리와의 공통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중 한가지가 바로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라는 아픈 역사이다. 사실 일본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공통의 아픈 기억을 가졌다는 것인데,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 느낌이지만 적어도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보다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는 충분하다. 인도네시아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없어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 종군 위안부에 관한 다양한 그림과 작품을 전시하는 인도네시아인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보고 전시회를 방문하면서 다시금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양국의 슬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행사장을 찾아둘러보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 지, 어떻게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지 둘러 보았다. 특히나 인도네시아는 과거 일제 강점 시기에 한국인 남성들이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기 위해 군속으로도 많이 끌려왔고,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도 다수가 강제로 끌려왔던 곳이어서 인도네시아 위안부 전시전에서 한국의 흔적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궁금증도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한 전시 작품

 

<전시장에서 만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한 전시 작품>

 

이번 전시회는 자카르타의 유명 전시관인 쯔마라 6 갤러리(Cemara 6 Galeri)에서 8월 9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인데, 쯔마라 6 갤러리는 자카르타의 구도심인 멘뗑 지역에 위치하면서 오래된 네덜란드 양식의 저택을 전시관으로 개조한 시설물로 자카르타에서는 지역 사회와 교류하는 아트 센트로 오랫동안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이번 행사는 인도네시아 위안부 여성 협회(Indonesia Ianfu Committee)와 큐레이터인 돌로로사 시나가(Dolorsa)가 끼땁 비주얼 이안푸(Kitap Visual Ianfu, 위안부 여성의 비주얼 북)라는 주제로 기획한 행사인데,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여성 미술작가 12명이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여성의 피해를 여러 가지 미술작품으로 표현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회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위안부 여성의 피해에 대하여 현지의 대중들에게 새롭게 환기 시키는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위안부 여성도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해외로 공부를 시켜준다거나 혹은 방송, 영화에 출연시켜준다는 꼬드김을 받고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1945년 종전을 맞을 때 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에 19,000명의 피해자가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자칭 대동아전쟁을 시행함에 있어, 전쟁수행에 필수적인 석유가 나오는 곳이었으므로 대규모 일본 군대의 진주가 있었던 곳이기에 광범위하게 위안부의 피해가 있었으리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도 인도네시아 북쪽 끝인 아체 지역부터 서쪽 끝인 파푸아까지 전역이 주요 전장이었던 까닭에 위안부 여성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강제로 납치된 후, 곳곳에 배치되어 형언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접한 짧은 순간만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와 고통이 속속들이 전달되지만, 아쉽게도 인도네시아에서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그것과 다소 다르다는 것이 아쉽다. 일본의 식민 통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전반적인 역사 교육의 부재로 인해 과거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못하고 있는 일반 대중들과, 인도네시아의 건국 인사들 대부분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군복무를 거쳐 일본식민정부의 현지 치안대 근무 경험을 거친 후에, 일본 패망 직후 또 다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하러 온 네덜란드에 맞서 같이 싸운 일본군이 일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겹쳐 일본은 네덜란드로부터의 식민통치를 끝내게 해준 아시아의 우방이라는 인식이 다소나마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전시장 한켠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전시장 한켠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점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국에서도 피해를 겪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노환으로 인해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고, 피해를 직접 겪은 세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위안부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보상은 점점 이미 지나간 역사의 일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질까봐 정말 두려운 일이다. 같은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연대하여 일본에 대해 보다 명확한 역사적 사죄를 요구하는 일도 현재의 한류를 통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숙제가 아닐까 한다.

신진세 인도네이사 자카르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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